78. 함민복의 ‘기호 108번’
78. 함민복의 ‘기호 108번’
  • 김형중
  • 승인 2018.06.05 13:39
  • 호수 14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장보살님의 희생과 자비정신 정치가들이 배우라는 질책의 시

국민 위해 정치하겠다고 나선
거짓 정치인 위선 매섭게 비판
108번은 상징과 위트 잘 표현
자비심 충만한 불자 일꾼 찾길

국민들을 위한다면/ 국민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말을 팔았으면/ 아무리 최선을 다해 일을 하셨어도/ 진정 국민들을 위하였다면/ 자신이 부족하였음을 느끼셨을 텐데
(…)
재산이 늘었다니요!
잘못 전달된 거겠지요
설마 그럴 리야 없겠지만
혹 재산을 늘린 분들이 계신다면
대통령님이시거나, 국회의원님이시거나, 검사님이시거나,
도지사님이시거나, 시의원님이시거나, 농협장님이시거나, 다 개새끼님들 아니십니까
국민들을 위하여 일하겠다고 말을 파신 분은/ 중생들이 다 극락왕생할 때까지/ 성불하시지 않겠다는/ 기호 108번/ 지장보살님 꼭 한 번 생각해 주세요

오는 6월13일은 지방선거가 있는 날이다. 지방자치단체를 이끌고 나갈 일꾼을 뽑는 날이다. 함민복(1962~현재)의 ‘기호 108번’은 링컨의 유명한 연설문구인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치”의 문구를 용사(用事)하고, 불교의 원력보살인 지장보살님의 지옥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지옥을 스스로 택하고 지옥중생을 구제하지 않고서는 성불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비유하여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거짓 정치인들을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 ‘기호 108번’은 정치가의 위선을 고발한 시이다.

정치인들은 지옥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성불할 수도 있고, 극락에도 갈 수 있지만 스스로 지옥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지옥을 선택한 지장보살님의 희생과 자비정신을 생각하고 배우라는 질책의 교훈시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인 국민들이나 국민을 위하고 나라를 구해보겠다고 나선 출마 후보자들이 한 번쯤 가슴에 새겨볼 만한 시이다.

“재산이 늘었다니요! … 혹 재산을 늘린 분들이 계신다면 대통령님이시거나, 국회의원님이시거나, 검사님이시거나, 도지사님이시거나… 다 개새끼님들 아니십니까”에서는 군부독재시대에 재벌·국회의원·고급공무원·장성·장차관 등 다섯 도적을 무섭게 질타하는 김지하의 ‘오적(五賊)’의 시에 결코 기가 밀리지 않는 전율을 느끼게 하는 저항시다.

국민을 위하여 정치를 하고 나라 일을 하는 사람들이 부정부패를 해서 국민의 고혈을 빨아 재산을 늘렸다면 나쁜 정치인들이다. 시인의 시구대로 개새끼들이다.

시의 끝구(末句)에서 “중생들이 다 극락왕생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겠다는/기호 108번/ 지장보살님 꼭 한 번 생각해 주세요”에서 감옥에 가는 필화(筆禍)를 면하게 하는 기지가 번쩍인다.

선거에서 108번 기호도 생겨날 수 없겠지만 불교의 법수인 108번은 상징과 위트가 잘 표현된 부분이다.

우리 불자들도 선거일을 앞두고 스스로를 생각해 볼 일이다. 불자들은 불자 정치인에 대하여 아무 생각이나 관심이 없다. 인재를 만들고 키우는 노력은 하지 않고 벼슬이 높은 관료들에게는 지나치게 아부하고 고개를 숙인다.

우리라는 신행공동체의 의식이 부족하다. 무슨 일을 해 보겠다고 앞에 나서면 험담이나 하고 과거의 잘못을 수사기관보다도 더 열심히 찾아내서 깎아내리는 병은 무슨 업인 줄 알 수가 없다. 도반·동지라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함께 뜻을 모으고 세워서 자타일시 성불도하는 공업 불자의 원력과 회향 공덕을 새겨야 한다.

정치적으로 자질과 조건을 갖춘 불자 일꾼을 찾아보자. 지장보살님의 원력을 가지고 이웃을 위해 봉사 희생한 사람, 자비심이 충만한 불자, 자랑스러운 불자를 찾아보자.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