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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웻산타라자타카 ⑲주자카(Jūjaka)와 웻산타라(Vessantara)의 만남

태자의 위험 암시한 맛디의 불길한 꿈

악몽으로 잠에서 깬 맛디
웻산타라에 꿈 이야기 전해
주자카의 방문 이유 알고도
‘아이들마저 보시하겠다’ 각오

태국 랏차부리 불교사원의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웻산타라와 주자카.
태국 랏차부리 불교사원의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웻산타라와 주자카.

다음날 새벽 무렵에 맛디(Maddī)는 악몽을 꾸었다. 노란색 승복을 입은 검은 사람이 귀에 붉은 꽃을 꽂고 초막에 나타났다. 그는 맛디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와서 땅에 집어 던졌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자 그는 맛디의 눈을 파내고 팔다리를 찢고 가슴에 손을 넣어 심장을 파내어 버렸다. 크게 놀라 깨어난 맛디는 생각했다. ‘의심할 필요도 없이 정말로 끔찍한 꿈이다. 웻산타라에게 가서 꿈 해몽을 들어봐야겠다. 아마도 그는 이 꿈의 의미를 알 것이다.’

아직 캄캄했지만 맛디는 웻산타라의 초막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고 자신이 왔음을 알렸다. 웻산타라는 문을 열지도 않고 말했다. “부인이여, 왜 적절하지 못한 시간에 저의 초막에 오신 건가요? 우리들이 함께한 수행자의 약속을 잊어버린 건가요?” 맛디는 답했다. “저는 당신에 대한 욕망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 아닙니다. 끔찍한 악몽을 꾸었습니다. 당신만이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태자는 문을 열고 부인을 맞이한 후 꿈 이야기를 들었다. 듣자마자 그 꿈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나의 보시행이 곧 완성될 것이다. 오늘 누군가가 나타나서 나에게 아이들을 달라고 할 것이다. 일단 맛디를 달래서 그녀의 초막으로 돌아가게 해야겠다.’ 웻산타라 태자는 부인에게 별일이 아닌 듯이 이야기했다. “부인이시여, 아마도 소화가 안 되어 기분 나쁜 꿈을 꾼 것 같습니다. 별일 아닙니다.” 태자의 말에 자신의 초막으로 돌아온 맛디는 잠들지 못한 채 새벽을 기다렸다. 날이 밝아오자 아이들을 깨운 후 꼭 안아주며 악몽을 꾸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고 일렀다. 아침식사를 하고나서 맛디는 남편에게 아이들을 잘 돌볼 것을 다시 한 번 부탁하고 과일과 뿌리를 모으러 숲으로 향했다.

웻산타라 태자의 은신처 입구에 숨어서 맛디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주자카(Jūjaka)는 천천히 태자의 거처를 향해 출발했다. 태자는 초막에서 나와 바위 위에 가부좌를 하고 있었다. 그는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들을 보며 ‘곧 브라만 사제가 구걸하러 오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은신처를 향해 오는 주자카를 보고 곧 7달의 은둔생활이 끝나게 될 것임을 직감했다. 보시행을 완성시키겠다는 일념으로 주자카에게 소리쳤다. “브라만 사제여, 잘 오셨습니다.” 그리고 아들 잘리(Jāli)에게 말했다 “잘리야, 일어서거라. 여기에 브라만 사제가 오고 있구나. 옛날과 같이 정말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잘리가 답했다. “아버지, 저도 그를 보았습니다. 아마 아버지에게 무엇인가를 달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를 환영하겠습니다.” 잘리는 브라만 사제에게 뛰어가서 그의 가방을 들어 주겠다고 했다. 주자카는 생각했다. ‘이 소년이 태자의 아들 잘리(Jāli)이구나. 그를 하인으로 쓰려면 처음부터 강하게 나가야 한다.’ 그는 잘리를 향해 손가락을 튕기면서 “저리 가라! 길을 막지 마라”라고 소리쳤다. 잘리는 정말 무례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주자카는 상냥하게 웻산타라 태자에게 인사했다. 그리고 태자의 안부와 건강을 묻고 가족들의 건강을 기원했다. 태자도 또한 상냥하게 주자카에게 인사하고 과일과 시원한 물을 준비해서 주자카를 반겼다. “브라만 사제여, 여기에 맛있는 과일과 언덕 위의 동굴에서 떠온 시원한 물이 있습니다.” 주자카는 태자의 환대를 받으며 한쪽 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42호 / 2018년 6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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