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선수행 박영화-하

기자명 법보

선 수련회·하안거 입방해 정진
‘나’에 대한 물음 화두로 잡고
허무의 벽 무너지는 체험 맛봐
삼천배는 두 번째 터닝 포인트

46, 보리향

2011년, 두 번째 선 수련회에 참여했다.

‘스님과의 대화’ 시간에 절실하게 질문했다. “스님, 내가 누군지 모릅니다. 정말 너무 힘들어요.” 눈 푸른 외국인 스님께서 “바로 그것이다. 오직 모를 뿐!”이라고 답하셨다. 모르겠다는 질문에 바로 그게 정답이라니…. 무슨 뜻인지 잘 몰라 어리둥절했다.

내 질문과 스님 대답을 화두로 잡았다. ‘내가 누군가…, 오직 모를 뿐….’ 참선, 경행, 참선으로 이어지는 시간 내내 꼼짝 않고 집중된 상태가 유지되는 짧은 경험을 했다. 하지만 이 경험 역시 일상을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참선의 세 번째 경험은 이혼 후에 찾아왔다. 재가수행자인 지금의 남편을 만나고 나서다. 내겐 불교가 미신이라는 거리낌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런 내게 남편은 생활 속 불교를 쉽게 설명해줬다. 물심양면 내 걱정을 하는 사람이 옆에 있었지만 내 눈은 점점 더 어두워져갔다. 허무하니 무기력하고 그럴 때마다 잠에 빠져들었다. 그러면 일상은 또 엉망이 되곤 했다. 고2 이후 이렇게 반복하는 자신에게 지쳐갔다.

기운을 내기로 했다. 2013년 여름, 숭산젠센터 무상사 하안거에 5주 입방했다. 의심하고 참구하고 의심하고 참구했다. 의심을 내고서 ‘오직 모를 뿐’ 자리로 돌아오기는 쉽지 않았다. 어떤 순간에는 지난 삶이 파노라마처럼 휘몰아치는데 그 떠오르는 생각을 벗어나서 화두를 잡는 게 무척 고통스러웠다. 떠오르는 생각에 함몰되어 버릴 거 같았고 이곳에서 조차도 의문을 해결하지 못할 것 같아 절망스러웠다.

가까스로 화두로 돌아오고, 화두로 돌아오고 하던 한 순간이었다. 나로 알고 있었던 고통스러워하는 자, 화두를 던지는 사람, 그 둘을 다 보는 자, 그리고 그것을 아는 자가 구분이 됐다. 마음의 한 점에 이르렀다. 마치 비바람 치던 먹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있는 그대로 맑은 것처럼 마음이 잔잔해졌다. 가벼웠다. 고2 이후로 한 번도 벗어나보지 못한 휩싸여있던 우울감에서 처음으로 벗어났다고 인식했다. 허무의 벽이, 나를 옥죄던 절망의 창살이 녹아내렸다. 스님은 ‘나, 내 것’ 이라고 붙잡던 것을 놓았을 뿐이고, 그것의 이름이 ‘집착’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나는 불교에 호의를 가질 이유가 충분했다.

집에 돌아와서 참선을 해보니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앉기만 하면 졸아서 좌선 대신 108배를 시작했다.

‘절 수행 입문’에서 말하는 6가지 절 수행법 가운데 절하면서 심신을 관하는 방법으로 했다. 책에서는 번뇌 망상이 일어나는 것을 알아차리면 그대로 소멸한다고 했는데, 나는 알아차린 후 떠오른 생각과 감정을 두고서 절하는 행위를 다시 관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치 참선수행 할 때 화두로 돌아오기 어려웠던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절하는 행위에 집중한다는 것이 특히나 나처럼 집중이 어려운 왕초보자에게는 분명히 도움이 된다.

그러다 삼천배도 도전했다. 삼천배는 불자로서 터닝 포인트였다. 15시간 가까이 절하는 동안 육체와 정신의 한계에 부딪혔다. ‘참회 하는 것도, 예경 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을 비는 것도 아닌데 왜 절을 하지?’ ‘나는 뭘 하고 있지?’ 회의가 일어났다. 한 가지 바람만이 사무치게 올라왔다. “다시는 그렇게 괴롭고 싶지 않아!” 부처님의 가르침이 떠올랐다.

‘연기를 바로보아 깨달음을 성취하신 부처님을 의지해서, 괴로움의 진리를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원인을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소멸을 말씀하시고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신 부처님의 가르침을 의지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몸소 행하며 중생들을 안내하는 승가를 의지해서, 더 이상 괴롭지 않은 자리에 이르기를…’

이 진심이 열반을 향한 작은 씨앗, 보리심이라고 했다.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해, 수행에 의지해 우울을 벗어났다. 이제 난, 스승이 간 길을 따라가고자 정진하는 수행자다.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