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루스 데니슨
20. 루스 데니슨
  • 알랭 베르디에
  • 승인 2018.06.12 10:11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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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난한 인생사 극복하고 불교수행 지도에 매진

10대 때 9년 간 수용캠프서 고초
미얀마 명상수련으로 불교 관심
미국에 선센터 설립해 강연 시작
유엔서 공로 인정해 훈장도 수여
전쟁 고문과 학대를 극복하고 불교수행자로 거듭난 루스 데니슨.
전쟁 고문과 학대를 극복하고 불교수행자로 거듭난 루스 데니슨.

루스 데니슨(Ruth Denison)은 1922년 폴란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동부 지역에서 태어났다. 11세 때 시작된 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러시아의 노동 수용 캠프에 수용됐다. 히틀러의 광기가 절정을 지날 때 목숨을 걸고 가까스로 수용 캠프에서 탈출했다.

전쟁이 끝나고 독일 베를린에 있는 캠프로 끌려간 가족들을 찾아갔다가 다시 수용소에 감금됐고 지옥 같은 생활을 하게 된다. 군인들에게 매일 성폭행을 당하며 여러 번 목숨을 끊으려는 생각도 했지만 함께 수용된 여성들과 서로 위로하며 견뎠다. 수용소에는 2000여명이 넘는 여성이 수용돼 있었다. 그중 많은 이들이 고문과 학대에 의해 얻은 병으로 죽었다. 수용소에 감금된 지 9년 만에 수용소에서 나왔다.

1956년 미국으로 이민, 로스앤젤레스에서 교사로 일했다. 몇 년 후 인도 종교 사상가 라마크리슈나의 철학에 관심을 갖고 그를 따르던 미국인과 결혼했다. 부부는 미얀마 양곤 국제 명상센터에서 명상가 우바킨이 제시하는 명상법을 따르며 명상의 참맛을 알게 된다.

양곤 사원에 한 달간 머물며 집중적으로 불교 명상법을 배운 그는 몸과 마음이 혼연일체가 돼야만 진정한 명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불교 철학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불교에 관심을 가지면서 1960년대 일본으로 떠나 1년 간 사원을 돌며 일본 스님들과 만나 명상을 배웠다. 그는 마음속에 있던 분노, 원망, 욕심, 질투 같은 나쁜 감정을 털어내고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정화해 균형을 찾아갔다.

미국으로 돌아온 루스 데니슨은 자신의 집을 선불교 센터로 개조, 미국 내 선불교의 확산을 위해 다양한 세미나와 참선 모임을 열며 활발한 포교 활동을 펼쳤다. 그는 열정적인 활동 중에도 위빠사나 명상을 하며 유럽으로 가 스위스와 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스웨덴 등에서 불교 세미나를 개최해 유럽인들에게 위빠사나 명상의 기본 이론과 수행법 등을 강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있는 조슈아나무 마을에 6000평의 땅을 산 그는 참선 센터를 건립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많은 불자가 모이는 불교 센터 중 하나가 됐고 루스 데니슨은 명성 높은 불교 명상 교육자가 됐다.

그는 명상이란 배우는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명상을 배우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 한 명 한 명과 깊은 대화를 나누며 그들에게 가장 적합하고 바람직한 방식의 명상법을 알려주고 그들을 이끌었다. 유엔은 불교 교육에 앞장서고 있는 그의 공로를 인정해 2006년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루스 데니슨은 92세가 되던 2015년 2월,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전 세계 각지에서 불교 세미나를 개최하던 모습, 열정적으로 불교 명상을 강의하며 불자들을 이끌던 모습, 불자들 한 명 한 명 살뜰하게 챙기며 따뜻한 마음으로 그들을 인간적으로 대하던 그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인생의 침묵 댄스’라는 제목으로 제작됐다.

루스 데니슨은 험한 개인 인생사에 굴하지 않고 언제나 진보적인 이론과 철학을 습득하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견하게 된 불교 철학들, 그리고 명상법에서 그의 인생과 열정을 바친 루스 데니슨은 불교계에서 바라는 이상적 불교 여성을 제시한 선구자와 같은 인물이었음이 분명하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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