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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사단 강원지역단 사찰문화팀 박성갑-상

기자명 박성갑

원주 군부대서 처음 만난 군종병과의 약속

매주 법회 요청하는 장병 하소연
팀 달라도 군법당 책임지며 포교
부처님오신날도 부대서 봉축법회

66, 심향
66, 심향

“포교사님! 기독교는 매주 일요일 목사님이 오셔서 예배를 보는데, 왜 불교는 한 달에 한 번만 오세요? 매주 오시면 안 되나요? 우리들끼리 법회를 보는데 목탁이 잘 쳐지지 않아요.”

아직도 귓가에 들리는 하소연이다. 원주지역 군부대의 군종병이 포교사로서 군법당에 첫 발을 디딘 내게 건넨 말이었다. 이 병장으로 기억하는 멋진 군종병의 집은 머나먼 타국 호주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민을 가셨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조국에서 군복무를 하면서 고국의 역사와 문화를 접하려 했던 젊은이였다. 이제는 제대를 하고 호주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나도 목탁은 잘 치지 못 한다네. 하지만 매주 법회를 열도록 노력하겠네.”

처음 만났던 그 군종병과 했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 부처님 제자의 길을, 부처님 닮고자 정진하는 이 근사한 길을 함께 걷는 도반이자 포교사들과 함께 의기투합했다. 초창기에는 어려웠지만 지난해부터는 매주 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포교사단 강원지역단 총괄4팀이 있는 원주는 군부대가 많다. 강원지역단의 원주지역 포교사 전체가 군포교팀에 소속돼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나 역시 소속은 사찰문화팀이지만 군부대를 맡아 군법회를 돕고 있다.

현재 군법회를 여는, 멋진 군종병과 만난 이 부대는 인근 죽림사 주지 지백 스님과 신도들의 원력으로 법당이 세워졌다. 지난 10여년 간 스님이 법회를 했다. 그러나 비구니스님인 지백 스님이 고령에 건강도 안 좋아 법회의 고리가 끊길 처지에 이르렀다. 해서 죽림사 신도이자 포교사가 우리에게 요청했고, 이런 선연이 맺어진 것이다.

반창수, 정동욱, 장미화 포교사와 함께 이 부대를 맡아 법회를 열기로 했다. 천군만마를 얻은 듯 최문수, 김철기 포교사의 합류로 법회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법회가 끝나면 서로 강평하면서 보완해오기를 3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재적사찰이 아닌 군부대에서 부처님오신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법회는 목탁 집전이 반드시 필요하므로 혼자서는 어렵다. 목탁도 치고 법문을 하는 과정들이 몇몇 포교사만으론 힘에 부친다. 그리고 법회에 참석하는 군장병들의 심심한 입과 주린 배를 그냥 둘 수는 없지 않은가. 공양물 준비도 도맡아야 하기 때문에 재정상 후원 없이 무작정 군법회를 이끌어 갈 수도 없다. 그래서 군법회 하나 여는 일은 여러 선연들의 원력이 모여 이룬 큰 공덕이라고 할 수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에는 부대 행정관 원사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부대 장병들뿐 아니라 인근 유격장에서 훈련받는 장병들도 참석하고 인원이 45명이나 된다는 소식이었다. 20명만 들어가도 꽉 차는 법당인지라 내심 초조했는데, 복도에 앉아도 좋다고 하니 이번엔 공양물이 걱정이었다. 급하게 군포교팀장에게 부탁을 했음에도 장병들이 좋아하는 햄버거와 바나나 그리고 빵, 콜라 등을 푸짐하게 준비해줬다.

부처님오신날 당일, 50여명이나 참석했다. 군법당은 복도까지 꽉 찼다. 재적사찰에 가지도 못하고 나온 김숙자 군포교팀장과 원주에서 한복집을 운영하면서 군부대 재정 후원팀을 이끄는 김수복 보살의 도움이 컸다.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봉축법회를 회향했다.

멀리 호주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한때의 군 생활을 기억하고 있을 전 군종병에게 이제는 이렇게 전하고 싶다.

“이 병장, 이제는 너와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언제 한국에 오면 전화해. 부대 주변 소금산에 출렁다리가 생겼어. 함께 구경도 하고 치악산 구룡사에 가서 목탁 한번 치자.”

박성갑 포교사단 강원지역단 사찰문화팀 psk520924@naver.com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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