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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기념비-광화문

기자명 임연숙

시대 현상 혼합시켜 역사를 되새기다

시대와 현실 반영하기 위해
전통수묵에 현대 미감 가미
겹친 환영속 기억으로 완성

‘기념비-광화문’, 캔버스에 수묵, 81×162cm, 2017년.
‘기념비-광화문’, 캔버스에 수묵, 81×162cm, 2017년.

동양회화의 오랜 역사를 지닌 산수화에 대한 현대적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를 준비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산수화는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작가 중 한 명이 ‘이여운’이었다. 왜 동양회화는 인물이나 역사, 신화적 기록이 아닌 산수화를 시각예술의 가장 큰 화목으로 삼았을까. 지금 우리가 접하는 옛 그림을 즐겼을 당시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지성과 학문을 겸비한 사람들이 누렸던 고급 취미의 세계였을 것이다. 웅장한 자연을 그림으로 남겨 시시때때로 감상하고자 하는 마음이 산수를 즐기려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자연 앞에 인간은 어쩌면 한없이 나약하고 작은 존재다. 웅장한 자연의 이치를 산수화에 담고 이상 세계를 담아 욕망의 분출을 내밀화 시키는 것이 동양회화의 특징 중 하나다.

산수화의 전통은 자연이 우리 생활과 시각 속에서 멀어지면서 관념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작가가 동시대의 언어를 잃어버리고 현실과 괴리된 시각물만을 생산해내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결국 산수화가 현대의 우리 시각에는 아무런 영감과 감흥을 주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우리가 지금 보는 옛 그림들은 나름대로 그 시대를 반영해 발전해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급격한 현대로의 변화 속에서 한 번쯤 이 시대의 산수화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전통을 다루고 계승하는 작가라면 한 번쯤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전통 회화가 현대화되면서 ‘수묵’이라는 재료적 특성에 그 정신성을 담아 확장되고 응용되던 시기가 있었다. 80~90년대 수묵화운동을 통해 현실을 반영한, 현대적 미감을 가미한 방향으로 수묵화가 시대와 현실을 반영하기 시작했다. 작가들에게 전통회화의 탈전통의 계기를 만들어 준 셈이다.

이여운 작가는 그 수묵화 운동의 말미에 해당하는 작가다. 좀 더 수묵의 의미를 확장하거나 벗어나거나 이다. 우선 조감도 형식의 건물을 표현하고 있다. 때로는 원근법에 의한 입체를 표현하거나 건물을 중복시켜 다양한 시점으로 바라본 건물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된 모습이다. 캔버스천에 먹과 목탄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있다.

소개된 그림은 광화문과 중앙청을 겹쳐서 표현한 작품이다. 광화문 바로 뒤에, 이제는 철거되어 사라져 버린 중앙청이라는 건물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총독부로 사용되었던 건물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하는 건물이었다. 작가는 이제는 없어져 버린 중앙청과 광화문 두 건물을 중첩하여 표현함으로써 건물이 갖고 있는 상징성과 그것들이 우리 일상에서 어떤 의미로 존재하는지에 대해 한 번 더 질문을 던진다. 상징적 건물이 주는 그 시대의 현상을 그림을 통해 혼합시켜 일상 속에 묻어 버린 역사성을 되새기게 한다. 작가는 이를 ‘일상의 역사적 풍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건물의 사실적 묘사가 아닌 뼈대만을 남긴 듯, 모든 것은 선으로 표현되고 있다. 중첩되는 선들은 어떤 감성을 담고 있기보다 건조한 느낌이다. 건축물 투시도 같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겹쳐진 환영처럼 표현되어 어떤 상상을 하게 한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풍경이라는 점에서 각자 경험한 기억을 되새겨보게 하는 작품이다.

임연숙 세종문화회관 전시디자인 팀장 curator@sejongpac.or.kr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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