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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부여 무량사 금동아미타삼존불상

기자명 이숙희

주지스님 손발 묶고 산소용접기로 금고 해체

1989년 7월에 복면강도 침입
금동아미타삼존불상 포함해
청동사리구·동경 등 8점 강탈

본존불인 금동아미타불상은
도난 28년 만에 송암미술관
수장고 정리 중 발견돼 귀환

떠돌아 다녀 행색 초라했으나
불상 자태는 그대로 남아있어

무량사에서 도난된 청동사리구, 보살문원판, 동경 등의 모습.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1999)

1989년 7월13일 복면을 한 강도 2명이 충청남도 부여군 외산면 만수리에 있는 무량사 주지실에 침입하였다. 그들은 주지스님의 얼굴을 가리고 손과 발을 테이프로 붙여 움직일 수 없게 한 뒤 산소용접기로 금고를 해체하였다. 그리고 금동아미타삼존불상과 함께 금동보살좌상, 청동사리구, 보살문원판, 동경 등 8점을 모두 훔쳐갔다.(사진 1) 도난당한 불상들은 1971년 무량사 극락전 옆에 있는 5층 석탑을 해체·복원했을 때 5층 탑신의 청동사리구 등과 함께 초층 탑신과 3층 탑신에서 각각 발견된 것이다. 석탑에서 발견된 9점의 유물은 일괄하여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00호로 지정되어 있다. 다행히 금동아미타삼존불상 중 협시보살상 2구와 금동보살좌상을 포함한 불상 3구는 2001년 2월29일에 되찾았으나 본존인 금동아미타불좌상과 청동사리구, 보살문원판, 동경 등 5점은 행방이 묘연하였다.

무량사 본존불인 금동아미타불상은 도난된 지 28년 만에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인천시립박물관 소속의 송암미술관에서 수장고 정리를 하다가 ‘불교문화재 도난백서’(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1999)에 실린 불상으로 의심되는 금동아미타불좌상을 발견한 것이다. 2016년 8월에 불상의 도난유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문의뢰를 받았을 때만 해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사진으로는 신체비례나 녹 상태 등에서 도난 불상과 차이가 있어 보였다. 그러나 불상을 조사하기 위해 수장고에서 불상을 봤을 때의 첫인상은 잊을 수 없다. 오랜 세월 속에서 여기저기 떠돌아다닌 탓인지 그 행색은 초라했으나 불상의 자태에서는 예스러움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이 불상이 송암미술관에 어떻게 흘러들어왔는지는 알 수 없어도 현재는 문화재청에 기증한 후 원래의 사찰인 무량사로 돌아갔다.(사진 2)

무량사 금동아미타삼존불상은 아미타불상을 중심으로 좌우에 관음과 지장보살상을 배치한 것으로 조선 초기 아미타삼존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 본존 아미타불좌상은 높이 33.5㎝로 머리를 앞으로 약간 숙인 자세이며 다리에 비해 상체가 좁고 빈약하여 비교적 안정감 있는 신체비례를 보여준다. 얼굴은 이마가 각이 진 역삼각형이다. 머리 위에 육계(肉髻)가 뾰족한 편이며 그 위, 아래로 유난히 작은 계주(髻珠)가 장식되었으나 중앙 계주는 없어진 상태이다.

특히 팽이 모양의 뾰족한 육계를 중심으로 위, 아래에 2개의 계주가 장식된 것은 중국 원나라 때 유입된 티베트 불상 양식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조선시대 불상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였다. 법의는 양쪽 어깨를 덮은 통견식으로 입었는데 수평으로 입은 내의 위로는 단순한 띠매듭과 약간 늘어진 가슴이 표현되었다. 오른손은 가슴 앞으로 들고 왼손은 무릎 위에 두고 각각 엄지와 셋째 손가락을 맞대고 있는 아미타불의 설법인을 하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의 아미타불상은 전라남도 강진 무위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이나 경기도 양평 수종사 탑에서 발견된 금동불좌상과 같은 조선 초기의 불상과 유사하며 고려 말에 조성된 왕실 발원의 불상 형식과도 관련 있는 것이다.

관음보살좌상과 지장보살좌상은 높이가 각각 25.9㎝, 26㎝로 크기에서 약간 차이가 있으나 얼굴표현이나 앉아 있는 자세, 착의법, 손모양 등이 거의 유사하다. 보살상이지만 손에는 지물이 없고 특이하게 아미타불상과 같은 설법인을 하고 있다. 관음보살상은 보관에 화불(化佛)이 새겨져 있고 지장보살상은 머리에 두건을 쓰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두건을 쓴 지장보살상은 고려시대부터 조선 초기까지 크게 유행했던 형식이다. 중국 중원지역이나 일본에서는 그 예를 볼 수 없는 반면에 중앙아시아의 투르판과 돈황, 사천성, 운남성 등에 나타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송암미술관이 문화재청에 기증한 후 무량사로 돌아온 금동아미타불좌상.

무량사 금동아미타삼존불상과 같이 관음과 지장보살을 협시로 하는 삼존불상은 고려 후기에 등장하기 시작하여 조선 초기에 정착하게 된 불상 형식이다. 이러한 형식의 아미타삼존불상은 673년에 조성된 중국 낙양 용문석굴 연화동에서 그 예를 볼 수 있어 7세기 후반의 당나라 때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무량사 아미타삼존불상 외에 강원도 금강군 내강리 안양암 마애아미타삼존불상을 비롯하여 동국대박물관 소장의 금동아미타삼존불상, 무위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 개심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 등 15세기인 조선 초기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무량사 금동아미타삼존불상의 조성연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아미타불상의 높은 육계와 뾰족한 정상계주 등에서 중국 원나라 티베트 불상양식에 영향을 받은 고려 후기의 작품이라는 설과 무위사 목조아미타삼존불상과 양식비교를 통하여 15세기 말의 조선 초기 불상으로 보는 설이다. 특히 무량사 아미타불상의 법의에 나타나는 직선적이면서 선각적인 옷주름 표현이나 보살상의 무릎을 감싼 연주문으로 장식된 영락 등은 15세기 이후 조선 초기 불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지장보살상 역시 이마를 두른 좁은 띠가 가슴 부분까지 길게 내려와 있는 점이나 수평으로 입은 내의와 띠매듭, 세 줄로 늘어진 목걸이 장식 등에서 전라북도 고창 선운사에 있는 조선 초기 금동지장보살상 등과 유사하다. 무량사 금동아미타불좌상은 비록 크기는 작지만 전통적인 불상과는 달리 새로운 외래적 요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시대양식이 반영되어 있다.

무량사 금동아미타삼존불상과 같이 도난된 후 한동안 행방을 알 수 없었던 불상들을 최근에 되찾은 경우가 있다. 1994년 도난된 전라남도 장성군 백양사의 ‘아미타영산회상도’는 10년이 지난 후 한국불교미술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나 박물관 측은 1995년 인사동 고미술상으로부터 합법적으로 구입했다고 선의취득을 주장하여 백양사와의 소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다행히 2002년 12월 ‘문화재보호법’이 일부 개정되어 7년이 지나면 처벌할 수 없었던 공소시효가 사실상 없어졌으며 문화재를 훔친 자나 구입한 자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되었다. 또 도난문화재라는 사실을 모르고 구입한 경우에서 원천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법안이 강화되었다.

충청북도 제천 정방사 목조관음보살상 역시 도난된 지 10년만인 2014년 6월2일 관훈동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마이아트 옥션에 경매물품으로 나왔다. 경매물품 중에 경상북도 청도 용천사 ‘영산회상도’ 1점, 청송 대전사 ‘신중탱’ 2점, 경상남도 고성 옥천사 나한상 2구 등이 도난문화재로 확인되었다. 그중 옥천사 나한상은 다시 사찰로 옮겨 현재 옥천사 성보박물관에 봉안되어 있다.

이숙희 문화재청 문화재감정위원 shlee1423@naver.com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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