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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이명희의 노래 연습하는 수탉

기자명 신현득

닭의 미덕 아름답게 노래한 동시

시계가 없었던 옛날에는
닭울음·해그림자로 파악
우리민족 닭과 깊은 인연
많은 설화들이 이를 증명

닭은 새벽을 알리는 슬기의 동물이다. 시계가 없던 옛날에는 닭소리와 해 그림자로 시간을 알았다.

닭은 조류의 일종으로 난생이다. 수컷은 울기 연습 끝에 볏이 빨간 수탉이 되고, 새벽마다 홰를 쳐서 시간을 알린다. 넓은 새벽하늘 그 많은 별나라에 지구촌 새벽을 알리는 목소리의 신호를 보내게 된다. 닭은 어떻게 그처럼 유능한 기능을 가지고 있을까? 닭소리로 시작되는 동심의 시 한 편을 살피기로 하자.

마당에서 놀던 닭 한 마리
깃털 털고 목을 세우더니,
“끼∼끼!”
“꼬∼끼!”
이상한 소릴 낸다.

어린 수탉이 어른 되어 간다고
목청 가꾸는 연습하네!

어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닭.

“꼭끼오!”
멋진 수탉 소리.
새벽을 깨우는
우렁찬 소리는

제 빛깔소리 내려고
연습하고 또 연습한
갈고 닦은 소리다.

“꼭끼오!”

-이명희 동시집 ‘노래연습 꼭끼오!’

수탉의 일, 큰 몫이 새벽에 홰를 치는 일이다. 이 일을 위해서 어린 닭이 많은 연습을 한다. 시인은 이를 어른 닭이 되기 위한 노력으로 보았다. 시인의 눈은 정확했다. 홰를 치는 목소리 “꼭끼오!”가 제대로 나올 때까지 목을 늘이고, 연습을 한다. 깃을 탁탁 털고, 연습을 하지만 나오는 목소리는 겨우 “끼∼끼!”이거나 “꼬∼끼!”이다.

이 서투른 목소리가 여러 번, 여러 날의 연습 끝에 바른 목소리 “꼭끼오!” 가 된다. 갈고 닦은 목소리 “꼭끼오!” 가 이루어졌을 때의 기쁨은 축하를 할만치 큰 것이다. 우리에게 닭의 역사는 오래다. 닭은 온갖 가축과 함께 농가의 식구였다. 농가에서는 외양간, 돼지우리와 같이 집안에 닭장을 두고 있었다. 병아리를 합친 닭의 대식구는 아침에 닭장을 나와서 주는 모이를 먹고, 종일 집둘레를 다니며 먹이를 찾아 배를 불리고 해거름에 스스로 집을 찾아가 홰에 오른다. 질서를 아는 착한 동물이다.

사람이 부르는 소리 “구구 구구”를 잘 알아듣는다. “삐약 삐약”은 엄마를 부르는 말이다. “꼬꼬꼬! 여기에 먹이가 있다!”하고 어미 닭이 외치면 병아리들이 우우 모이는 것을 보게 된다. 위험이 닥쳤을 때 외치는 위험 신호 “꽥!”은 집안 사람들까지 알아듣게 한다. 알을 낳고 외치는 소리 “꼬꼬댁 꼭꼭”은 알을 낳았다는 닭의 언어다. 홰를 치는 소리도 닭의 언어다.

닭의 조상은 꿩의 사촌 ‘들닭’이었다고 한다. 닭이 사람의 집에서 사람의 식구로 같이 살면서부터 우리는 참으로 많은 닭의 역사를 지니게 되었다. 고구려 시조 주몽, 신라 시조 혁거세, 가야 시조 수로왕 형제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화는 우리 역사와 조류와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닭 울음소리에서 신라의 김씨 시조가 태어났다는 설화는 우리 역사와 닭과의 관계를 더 깊게 하고 있다. 신라가 한때 국호를 계림(鷄林:닭숲)으로 한 것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닭은 그 오랜 세월 동안에 많은 시를 낳았다. 꼭꼭 꼬오!

지은이 이명희(李明姬) 시인은 분단의 고장 양구 월명리 출신으로, 휴전선의 호수 파로호를 노래하면서, 통일염원을 담은 시를 써 왔다. 동시집 ‘노래 연습 꼬끼오!’는 통일 새벽을 여는 강한 이미지의 시집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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