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수념처의 의미
21. 수념처의 의미
  • 김재권 교수
  • 승인 2018.06.12 13:09
  • 호수 14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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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원초적인 세 가지 느낌 알아차리는 수행

즐겁거나 괴롭거나 또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 연기임을 인식하면
탐진치 인한 집착 사라져

‘수념처(受念處, vedanānupassanā)’는 ‘4념처’ 가운데 느낌과 감각에 대한 관찰과 알아차림을 확립하는 수행법이다. 느낌(vedanā)은 감관과 대상이 만날 때 생겨나는 가장 원초적인 심리현상이다. 이는 늘 자율적으로 행하고 있는 호흡과 더불어 일상적으로 여러 심리현상이 일어나기 이전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의 느낌이나 감각을 말한다. 일상생활에서 생겨나는 느낌이나 감각들은 다른 심리적인 현상들에 비해 다소 거친 작용으로 이해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이러한 느낌이나 감각들이 생겨나는 과정은 인식과 존재, 그리고 이를 통한 여러 심리현상들이 연기적으로 발생하는 과정, 즉 교리적으로는 12처와 18계, 그리고 5온과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느낌(受, vedanā)은 ‘잡아함’에서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형태로 설명된다. 그것은 ①즐거운 느낌, ②괴로운 느낌, ③즐겁지도 않고 괴롭지도 않은 느낌 등의 세 가지이다. 이러한 세 가지 느낌은 인간의 세 가지 부정적 성향(탐욕․성냄․어리석음)이 생겨나는 것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가진다. 이런 점에서 느낌이나 감각에 대한 주시와 알아차림, 즉 수념처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삼독심으로 전개되는 조건화반응(자동화과정)을 인지적으로 이해하고, 종국에는 그 부정적인 정서반응 등을 긍정적으로 전환하거나 지혜롭게 끊을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수행법이다.

이와 관련하여 ‘염수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①즐거운 느낌과 ②괴로운 느낌, 또 ③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 이것이 세 가지 느낌이다. 비구들이여, 즐거움을 느낄 때 탐하려는 고질적인 잠재성향을 버려야 한다. 괴로움을 느낄 때 저항하려는 고질적인 잠재성향을 버려야 한다.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의 경우, 무지해지려는 고질적인 잠재성향을 버려야 한다. 비구가 즐거운 느낌에 대해 탐하려는 고질적인 잠재성향을 버렸고, 괴로운 느낌에 대해 저항하려는 고질적인 성향을 버렸으며,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 무지해지려는 고질적인 잠재성향을 버렸다면, 그때 그는 고질적인 잠재성향에서 벗어나 올바르게 보는 사람이라 불린다.”

상기의 기술을 살펴보면, ⒜즐거운 느낌은 탐욕과 ⒝괴로운 느낌은 성냄과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은 무지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사실 인간의 심리는 인도철학이나 불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즐거운 것은 계속 향유하려는 경향(집착 혹은 애착심리)과 괴로운 것은 피하려고 하는 경향(회피심리)으로 발휘된다. 특히 불교적인 측면에서는 느낌의 부정적 혹은 긍정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은 업설의 인과적 원리와 매우 긴밀한 관계를 지닌다.

요컨대 인간의 심리 가운데 부정적인 정서와 사고 등은 외부의 자극으로 인한 조건화 반응이나 내적인 심리상태가 습관적으로 투사되거나 반영된 현상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현상은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연기적 현상에 지나지 않음에도, 일상적으로 이러한 부정적 느낌이나 감각을 ‘나’ 혹은 ‘나의 것’으로 착각하거나 동일시하는 경향(자동화사고)이 일어나기 십상이다. ‘수념처’는 이러한 착시현상을 몸의 감각이나 느낌 등의 지속적인 관찰과 알아차림을 통해 ‘무상․고․무아’임을 여실히 이해할 수 있는 힘을 기르게 한다.

결국 ‘수념처’는 즐거움과 괴로움, 그리고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 등에 대한 탐욕, 성냄, 그리고 무지 등의 부정적인 정서반응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알아차림을 반복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개인적인 습관이나 부정적인 의도 등을 이해하도록 이끈다. 나아가 ‘수념처’는 자신의 행위와 심리작용, 그리고 행위와 심리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자신의 의도를 관찰하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림으로써 더 깊은 심리적 수행으로 나아가게 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43호 / 2018년 6월 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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