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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이란 말로 비난하지 말라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었다. 남북 정상회담은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있었지만, 북미 정상회담은 휴정 협정 이후 69년만의 만남이라 그 의미가 남다르다. 더욱이 불과 몇 개월 전 한반도 전쟁 위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이러한 평화무드에 대해 일부 언론 매체나 논객들의 지나친 딴지걸기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그들은 한결같이 지금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안보와 반공을 담보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지금의 회담이 북측에는 이롭지만 남측이나 미국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북미회담을 거론하면서도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의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고 평가 절하한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7월 독일에서 발표한 ‘신베를린 선언’을 보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이자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절대 조건입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결단만이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라는 뜻입니다”고 이미 천명한 바 있다. 베를린 선언의 내용은 이미 4·27 남북 정상회담과 6·12 북미정상회담에도 그 의미가 담겨 있다. 즉 북미회담에서도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확인하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는 내용이 이를 담보하고 있음이다. 이것에 대해 일부 언론이난 논객들은 ‘CVID’라는 말을 명시하지 않았다고 비난하지만, 회담 당사자인 도날드 트럼프 미국대통령도,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를 증언했다. 그럼에도 국내의 일부 언론이나 논객들은 ‘안보’와 ‘반공’이란 표어를 내세워 끝없이 딴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비난하는 언론이나 논객들을 보면, 어째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대해서는 그렇게 묵묵부답했는지 반문하고 싶다. 물론 그들은 ‘언론의 자유와 그에 따른 역할을 했을 뿐’이라고 항변하지만 그것은 비판을 가장한 비난일 뿐이다. 그들의 뇌리는 아직도 진영논리와 안보, 반공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식으로는 지금의 시대흐름과 시대정신을 제대로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난은 ‘헐뜯을 비(非)’와 ‘나무랄 난(難)’을 쓴다. 말 그대로 터무니없이 사실과 전혀 맞지 않게 헐뜯는 것을 말한다. 반면 비판은 ‘비평할 비(批)’와 ‘판단할 판(判)’자로 구성된다. 긍정적인 면이든 부정적인 면이든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비난은 악의적 감정을, 비판은 이성 또는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나 일에 대해 그것이 잘 되고 나아지길 바란다면 그것은 비판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되고 망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비난이다.

부처님은 ‘범망경’에서 삼보를 헐뜯으며 비난하는 이들을 만났을 때 “적대감이 있어서도 안 되고, 불평이 있어서도 안 되고, 마음에 불쾌감이 있어서도 안 된다”고 설하시며 “이러한 이유로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로 이것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 이러한 것은 없다, 이것은 우리에게서 볼 수 없는 것이라고 해명해 주면 된다”고 설하셨다. 이성적 이유나 애정 어린 마음 없이 악의적 감정을 품고 비난을 일삼는 이들에게 휘둘리다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되었는지 잘못되었는지를 바로 알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비난이 자신뿐 아니라 타인에게도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담대하게 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비난을 일삼는 이들의 태도가 해도 너무하니 하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결단코 비난을 통해 일이 성사된 적은 없다. 부디,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비난을 위한 비난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

황정일 동국대 연구교수 9651975@hanmail.net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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