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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평화의 등을 평화 대축제로

북한이 금강산댐을 무너뜨리면(?) 서울이 물바다가 될 것이라고 하여, 국민들을 공포에 떨게 하던 일이 있었다. 그것을 막기 위한 평화의댐 건설을 시작했고, 거기에 성금을 낸 국민들도 적지 않다. 그 분들이 지금 자신이 성금을 내 건설한 평화의댐을 보면 어떤 마음일까?

전 정권의 지지율이 17%까지 떨어졌던 때가 있다. 그런데 북한이 휴전선에서 총격을 하며 도발을 하는 일이 일어났다. 보수 언론들이 이 사실을 집중적으로 다루자 지지율이 금방 50%대로 뛰어 올랐다. 정치를 잘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북한 도발만 있으면 정권 유지에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적인 북한의 위험성, 전쟁 도발 가능성이 50이라 하자. 그런데 과거 여러 정권들은 그 위험성을 100이상으로 부풀리면서, 그것을 방패막이로 하여 정권 유지에 이용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없으면 정권의 정당성을 얻을 수 없을 정권이었기에, 민주적인 방향으로 역사를 이끌어 나가지 못한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반민주세력과 반통일세력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단정 지었던 것이다.

이 세력들이 남북이 만나는 것을 보고, 또 가장 믿었던 미국과 북한이 만나는 것을 보고 정말 요즘 세대들 하는 말로 ‘멘붕’ 상태에 도달하였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상태에서 나온 반응이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정서를 무시한 지경에 이르렀고, 그 결과가 이번 선거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남북이 만나고, 북한과 미국이 만나는 것은 일단 축하하고 볼 일이 아닌가? 평화를 위한 길에 어찌 초를 치는 듯한 발언이 난무하고, 마치 평화를 바라지 않는 듯한 험한 말을 내뱉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북한의 위협이 사실상 50은 되는데 너무 낮게 잡고 있는 것은 아닌가? 경계심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이렇게 말했다면 어땠을까? 평화를 위한 소중한 걸음에 환호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들뜨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것이 아니기에, 그러한 측면을 경계하는 역할을 해 줄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오랜 동안 북한을 절대 악으로 만들어 놓았던 세력들과, 그 세력들이 조장해온 적대의식이 쉽게 사라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세력들과 그러한 의식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남북의 만남과 북한과 미국의 만남이 무슨 성과를 내었느냐고 폄하하려 한다. 준 것만 있고 받은 것은 없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퍼주다가 당할 것이라고 저주에 가까운 비난을 퍼붓는다. 그렇게 보는 의식 자체가 이번에 거둔 평화의 큰 성과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통일의 주체는 우리 민족일 수밖에 없다. 주변국 어느 나라도 진정 남북의 통일을 바라지는 않는다. 그 통일의 주체가 되어야 할 남북이 평화를 위한 길에 장애가 나타났을 때, 절차를 생략하고 만나서 포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얼마나 큰 성과인가. 절대 악이었던 존재와의 포옹, 그것을 폄하한 수많은 악의적 발언들이 있었지만 그 큰 걸음의 의미를 퇴색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 김정은에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위원장’이란 칭호, 이것은 남북이 평화와 통일을 지향하는 큰 길에 동반자로 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참으로 감격스러운 상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어렵게 피워 올린 평화의 등불! 우리의 열망과 국제적인 여건 등의 인연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피워 올린 소중한 등불이다. 부처님 앞에 공양하는 연등을 켠 마음으로, 이 평화의 등불이 천등·만등으로 이어져 온 세계인의 마음속에 평화를 밝히는 등불이 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내년 부처님오신날에는 우리 모든 불자들이 부처님 앞에 평화의 등을 켜는 평화의 대축제를 그려봄 직하지 않은가?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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