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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매는 마음 길들일 지혜의 고삐 잡는 법

  • 불서
  • 입력 2018.06.18 11:23
  • 호수 1444
  • 댓글 0

‘달라이라마가 전하는 우리가 명상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 달라이라마 지음·제프리 홉킨스 엮음 / 김은희·주영아 옮김 / 불광출판사

‘달라이라마가 전하는 우리가 명상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달라이라마가 전하는 우리가 명상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

“모든 조건 지어진 것들을 반짝이는 별들처럼, 눈병에 걸린 눈으로 본 허상처럼, 등불의 깜박이는 불꽃처럼, 마술사의 환상처럼, 이슬·물거품·꿈·번개·구름처럼 보라.”

달라이라마는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법문을 시작할 때, 모든 것의 무상함에 대한 ‘금강경’의 이 구절을 혼자서 읊조린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낸다. 무상을 상징하는 이 짤막한 소리를 냄으로써 자신이 현재의 자리에서 곧 내려갈 것임을 잊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 시대 전 세계인들의 영적 스승으로 존경받는 달라이라마는 언제 어느 자리에서나 지금의 모습과 현상이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되새긴다. 그리고 항상 대중들에게 말한다. 사물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 모습 사이에 차이가 있으며, 영원하지 않은 것이 영원한 것처럼 보일 수 있고, 괴로움에 이르는 길을 행복에 이르는 길로 착각하는 착시 현상에 현혹되지 말라고. 사람들이 괴로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해 괴로움을 원치 않으면서도 괴로움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달라이라마가 전하는 우리가 명상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은 이같은 무지에서 벗어나는 단계적이고 구체적인 명상 수행법을 제시하고 있다. 달라이라마는 책에서 명상 수행을 통해 ‘나’라는 것이 본래 스스로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영원히 존재하는 것도 아님을 꿰뚫어 보는 통찰 지혜를 계발하면, 우리를 괴로움에 빠뜨리는 해로운 마음들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한다.
 

달라이라마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바로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단계적 명상수행법을 담아 명상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달라이라마가 자신의 본래 모습을 바로보고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단계적 명상수행법을 담아 명상할 때 꼭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달라이라마는 우리가 왜 잘못된 인식을 하는지부터 시작해 생각의 단계를 차례차례 높이며 긍정과 이해 속에서 명상을 하도록 돕는다. 따라서 전체 23단계의 단계별 명상을 진심으로 따라가다 보면 꽃봉오리가 열리듯 자연스럽게 마음의 안정과 지혜를 갖출 수 있다.

여기서 23단계별 명상을 무지, 연기, 무상, 공, 자애로 크게 구분하여 명상을 통해 자기 삶에 적용해 보도록 하고 있다. 먼저 달라이라마는 해로운 마음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이 무지임을 강조한다. 세상의 본질적인 모습을 모르는 무지 때문에 성냄, 화, 절망 같은 해로운 마음이 생겨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무지를 없애는 약이 바로 통찰 지혜라는 점을 일러주고 명상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음을 설명한다. 그렇게 무지란 무엇인가를 아는 것으로 통찰 지혜를 기르기 위한 기초 다지기를 하고 나면, 해로운 감정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을 알고, 진실은 깊은 생각의 우물에서 길어 올려 진다는 점을 자각하도록 이끈다.

이후 무지에서 벗어나는 방법, 집중과 통찰 지혜의 힘을 이용하는 방법, 나에 대한 착각을 없애는 방법, 사람과 사물이 실제로 존재하는 방식 알기를 거쳐 마지막에 통찰 지혜로 자애를 키우는 방법까지 차례대로 일러준다. 항상 자애와 연민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달라이라마는 여기서도 무지, 연기, 무상, 공 등 모든 존재와 현상의 궁극적 본질을 이해하는 통찰 지혜를 갖추면 세상의 모든 존재들에 대한 연민과 자애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나 혼자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도덕적으로 바르지 못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어리석은 일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하여 다른 존재를 향한 따뜻한 미소, 친절한 말 한 마디, 아낌없는 베풂과 거룩한 희생까지 진정한 이타적 태도는 모두 자애의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새삼 일깨운 달라이라마는 명상을 통해 통찰 지혜를 키워 자신의 평화를 이루고, 그 평화를 다른 이들에게 나눠 줄 것을 당부한다.

달라이라마의 자상한 설명을 곁들인 책은 미친 듯 헤매는 마음을 알아차림이라는 밧줄로 명상이라는 기둥에 묶고, 지혜의 고삐로 서서히 길들이는 명상의 길로 안내하는 이정표에 다름 아니다. 1만5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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