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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줄 알았던 원측 스님 대표저술 복원했다

기자명 이재형
  • 교학
  • 입력 2018.06.18 13:33
  • 수정 2018.06.18 15:45
  • 호수 1445
  • 댓글 0

불교학술원 ‘무량의경소’ 영인
일본 오츠시 사이쿄지에 소장
895년 린료 스님 등이 필사
연구자에도 공개 않던 ‘국보’
최연식 교수 등 노력으로 가능

'무량의경소' 원본.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 제공.
'무량의경소' 원본.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 제공.

이미 오래전 사라진 문헌으로 알려졌던 신라 원측(613~696) 스님의 저술 ‘무량의경소’가 동국대 불교학술원(원장 정승석) ABC사업단에 의해 처음으로 영인·간행됐다.

동국대 ABC사업단은 6월18일 “최근 일본 천태진성종(天台眞盛宗)의 총본산인 오츠(大津)시 사이쿄지(西敎寺)에 소장돼 있는 중세 일본 사본 대장경 중에 들어있는 ‘무량의경소’(3권)가 원측 스님의 ‘무량의경소’로 확인됐고, ABC사업단은 몇 년 간의 노력 끝에 이 책 전체를 원래의 모습대로 볼 수 있는 영인본을 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무량의경소' 영인본 훈점
'무량의경소' 영인본 훈점

원측 스님이 편찬한 ‘무량의경소’는 ‘무량의경’에 대한 주석서로는 가장 오래되고 권위 있는 문헌이다. 그러나 오래전 일실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문헌으로 알려져 왔다. 이런 가운데 사이쿄지에 소장된 ‘무량의경소’가 원측 스님의 저술일 수 있다는 추정은 이미 1960년대에 일본의 천태 학자인 다이라 료쇼(平了照)에 의해 제기됐지만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이후 일본의 유식학 연구자인 기츠가와 도모아키(橘川智昭)가 그 주장을 보다 심화시켜 지난 2008년 5월 한국학계에 보고하면서 부각됐다. 그리고 이 발표를 통해 사이쿄지의 ‘무량의경소’가 원측 스님의 저술이라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사이쿄지의 ‘무량의경소’는 895년에 린쇼 스님과 그 제자들이 필사한 책으로 원측 스님이 찬술한 때로부터 약 200여년 후에 만들어진 것이지만, 가장 오래된 필사본일 뿐 아니라 거의 유일한 사본으로서 이 책이 없었다면 원측 스님의 ‘무량의경소’는 후대에 전해질 수 없었다.

천태종 승려인 린쇼 스님이 유식학자인 원측 스님의 ‘무량의경소’를 일부러 필사하고, 이후에 일본 천태종에서 이 책을 소중하게 간직해 온 이유는 이 책이 천태종에서 중시하는 ‘법화경’의 개경(開經; 경전 개설의 의미를 해설한 경전)으로서 법화삼부경(‘법화경’ ‘무량의경’ ‘관보현보살행법경’)의 하나로 중시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천태종의 입장에서는 법화삼부경의 하나인 ‘무량의경’에 대해 연구해야 했는데, 당시에 ‘무량의경’의 주석서로서 가장 유력하고 권위 있는 문헌이 바로 원측 스님의 ‘무량의경소’였으므로 종파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필사해 연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린쇼 스님은 ‘무량의경소’를 필사했을 뿐 아니라 책의 내용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붉은 색으로 교정하고, 해석을 명확하게 해야 할 곳에는 붉은 색의 훈점(訓點, 한문 문장의 이해를 돕기 위해 붙인 점으로 된 부호)을 붙였다. 린쇼 스님이 제자들과 함께 이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연구하기 위해 붙인 이 훈점은 일본의 훈점 관련 자료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사례 중 하나로서, 일본 훈점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간주되고 있다.

사이쿄지가 소장하고 있는 많은 옛 필사본 중에서도 이 ‘무량의경소’는 1000년 이상 된 귀중한 책으로서 이미 1937년에 일본의 국보로 지정돼 사이쿄지의 대표적 성보로 중시됐다. 근래에 사이쿄지는 이 책의 안전한 보존과 관리를 위해 오츠시 역사박물관에 이 책의 보존과 관리를 위탁했고, 이후 이 책은 일반인은 물론 연구자들에게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동국대 ABC사업단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고 원측 스님 찬술 ‘무량수경소’의 가장 오래된 사본을 전문 연구자는 물론 관심 있는 불교학자들에게 폭넓게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의 영인본 간행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최연식 동국대 사학과 교수(ABC사업단 부단장)의 역할이 컸다. 최 교수는 2008년 학술회의 현장에서 기츠카와 박사의 발표를 듣고 지속적으로 ‘무량의경소’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2012년에는 한국과 일본의 불교문화교류에 대한 공동연구팀이 일본 시가(滋賀)현에 방문했을 때 ‘무량의경소’ 원본을 직접 대면할 기회를 얻었다.

'무량의경소'가 소장된 사이쿄지 교장.
'무량의경소'가 소장된 사이쿄지 교장.

이후 최 교수는 2016년 동국대 불교학술원 ABC사업단에 참여하게 되자 해외에 전해진 한국 불교고전의 원본을 영인해 간행하는 사업을 제안했다. 정승석 단장(불교학술원장)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무량의경소’ 영인본 간행 사업을 추진하게 되면서 올해 극적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국보를 우리나라 연구기관에서 영인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사업이었다. 사찰이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을 외국의 기관을 위해 영인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영인본 간행 이후에 관련 사진 자료 등이 외부에 소장처의 허가 없이 무작위로 유포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일본의 태도는 냉랭했다. 그러나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 민병찬 학예관, 일본 오츠시 역사박물관 학예사 테라지마 씨를 비롯해 일본의 명망 있는 학자들까지 일심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에 ‘무량의경소’ 원본 영인 사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불교학술원은 “원측 스님의 ‘무량의경소’ 영인본은 관련분야의 전문 연구자는 물론 관심 있는 불교학자들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영인본 간행 경과에 대해서는 6월 30일 발간 예정인 ‘불교학술원’ 소식지 10호에 자세하게 소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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