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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수행 박정아-상

기자명 법보

각종 매체 통해 ‘절’ 위력 감탄
삼천배 정진 의지 번번이 좌절
‘0.2평의 기적’ 등 보며 재발심
준비 마치고 가족 설득해 도전

46, 반야지

절 수행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다. 각종 도서와 매스컴을 통해 감탄을 하면서도 선뜻 실천은 되지 않았다. 그래도 삼천배에 도전하기 위한 워밍업으로 5년 전부터 매일 천배씩 10일 정도 절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1만배의 절을 채우고는 며칠을 완전히 쉬어버렸다. 그나마 꾸준히 하던 108배 수행으로도 돌아오기 힘들었다. 삼천배는 그렇게 먼 훗날의 아득한 계획으로 영영 멀어지고 있었다.

2년의 세월이 흘렀고, 필연은 우연처럼 갑자기 찾아왔다. 지나간 방송이었지만 ‘0.2평의 기적’이라는 SBS 스페셜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용기를 냈다. 절 수행을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지만 그 마저도 쉽지 않았다. 며칠을 했을까. 결국 다시 포기를 해야만 했다. 무엇이 문제인걸까.

일단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나는 늘 ‘해야지’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내 몸은 자꾸 편한 수행만을 고집하고 있었던 것이다. 절 수행으로 기도와 운동을 함께할 수 있으니 굳이 다른 운동을 할 필요가 없고, 수행과 운동이 절실히 필요한 나에게 딱 맞는 수행이라는 생각을 재차 하면서도 몸으로는 좀처럼 실천이 되지 않았다.

거듭 스스로를 점검했다. 자극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다큐 공감’이라는 절 수행에 대한 영상 프로그램을 찾아보면서 절 수행에 대한 발심을 다시 할 수 있었다. 당시 그 방송을 무려 3번을 연속해서 봤다. 방송을 보면서 비로소 환희심이 났다.

‘나도 꼭 저분들처럼 삼천배에 도전해 보리라.’ 다짐을 굳건히 하며 매일 절 수행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을 경책으로 여기고, 이 영상에 나온 수행자들을 모두 소중한 스승이자 도반으로 삼았다. 가족 중 아프신 분이 계셔서 수술하시기 전부터 쾌유 기원을 수행의 발원으로 삼아 절 수행을 시작했다.

매일 적게는 삼백배, 많게는 천배를 하기도 했는데 수행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던 절이 저절로 되는 기분이 들었다. 오백배 이상 하지 않는 날에는 뭔가 허전했다. 어떤 날에는 매순간 절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절 수행 자체에 대한 재미도 붙여갔다. 매일 꾸준히 절을 하는 날이 거듭됐다. 그리고 지난해 초여름, 오래 전부터 갖고 있던 삼천배 정진에 다시 도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남편과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불러 진지하게 말문을 열었다. 용기를 내서 해인사 백련암에 삼천배를 하러 가자는 제안을 가족들에게 꺼낸 것이다. 예상했던 반응이었다. 남편은 선뜻 내키지 않아 했다. 꼭 그리 멀리 가야 하냐면서 간다, 안 간다, 정확한 의사 표현을 하지 않았다. 혼자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데리고 가겠노라고 우기다시피 결심을 드러냈고, 아들과 남편까지 결국 우리 가족 모두 함께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들은 집에서 가끔 108배를 했다. 하지만 사실 남편은 108배를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함께 가자고 제안을 해놓고는 한편으로는 과연 남편이 얼마나 할 수 있을지, 오히려 나의 기도에 방해는 되지 않을지를 걱정하는 이기적인 생각도 들었음을 고백한다. 아니, 남편 걱정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 자신부터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생애 처음 도전하는 삼천배를 과연 할 수 있을까?’ ‘겉으로 보기엔 힘이 넘쳐 보이지만 매일 골골하는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온갖 걱정이 끝없이 올라왔다.

돌이켜보면 나는 직장인으로 혹은 주부로 늘 바쁘고 시간에 쫓기면서 살아왔다. 하지만 절 수행을 시작하면서 하루하루가 편안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 도전하지 않으면 영영 미뤄질 것 같았다. 또 다시 절을 하지 않던 과거의 나로 돌아가는 것이 더 두려웠다. 미루지 말고 이번에는 반드시 도전하기로 거듭 스스로를 단속했다. 얼마간의 갈등 시기도 지나갔다. 삼천배에 도전하기로 결정한 날이 다가오자 매일매일 백련암을 향하는 꿈에 부풀어서 하루하루를 설렘으로 보냈다.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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