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포교사단 강원지역단 사찰문화팀 박성갑-하

기자명 박성갑

폐사지서 울리는 목탁소리가 법음으로 퍼지길

군 법회 후 매월 한 번 폐사 순례
문화재로만 기억되는 현실 아쉬워
불자로서 죄송…책으로 발간 예정

66, 심향

“목탁소리가 울려서 다시 돌아오네.”

사찰에 어울릴 법한 시 같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아름다운 사찰을 순례하는 포교사들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 충북 충주시 엄정면 괴동리에 위치한 억정사지 대지국사 탑비 앞에서 읊는 이병성 원주총괄팀장님 한 마디가 그랬다. 2018년 6월4일 일요일이었고, 그 날도 오전에 군 법회를 마치고 오후에 시간을 내서 갔던 순례였다. 이날 벌써 충주 동량면 하천리 정토사지를 답사하고 온 뒤여서 포교사들은 좀 지쳐있었다.

“억정사지는 신라말부터 조선조까지 1000년 이상 부처님의 법음을 전하던 곳입니다. 고려 마지막 왕들의 국사이며,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스승으로 모시던 대지국사 찬영이 거주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이 탑비도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세웠습니다.”

이때였다. 억정사지에서 삼귀의례만 하고 돌아서려는 찰나에 목탁소리가 산천의 울림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포교사들의 목탁소리와 ‘반야심경’ 독송 울림은 도반들 기억 속에 잔잔한 여운으로 남았다.

원주에는 폐사지가 유난히 많다. 원주를 비롯한 남한강 유역이 통일신라, 고려의 왕성한 불교 중흥지였다는 사실을 말해주기도 한다. 2016년 1월 강원지역단 총괄4팀 사찰문화팀장으로 선임되면서 포교사들과 협의를 거쳐 폐사지 순례법회를 기획했다. 매월 첫째 일요일 오후에 폐사지를 순례하기로 했다. 일요일 오전에는 군부대 법회에 참석하기 때문에 법회를 마치고 오후에 만나면 시간도 절약되고 많은 포교사들과 신도들이 동참할 수 있어서 그렇게 정했다.

법이 샘물처럼 솟는다는 법천사지, 원공국사의 천년 느티나무가 있는 거돈사지, 남한강이 아름답게 보이는 진공국사의 흥법사지, 국보급 통일신라 유적이 있는 대안리사지, 왕건과 궁예의 전설이 깃든 석남사지, 사천왕상이 의젓한 부흥사지, 이중환의 ‘택리지’에 언급된 문수사지, 마의태자 전설이 서린 미륵산 황산사지, 학수사지, 서곡리사지 그리고 흥양리 마애불, 입석사 마애불, 공양보살상, 석두부처님상…. 소중한 부처님 법음의 역사가 없는 폐사지는 없다.

스님들이 동참할 때면 더 신심이 난다. 원주 호저면 용운사지, 영월 무릉도원면 주천강 마애불 법회 때에는 인근 사찰의 스님들이 함께했다. 간혹 폐사지 부근을 산행하던 등산객들이 걸음을 멈추고 ‘반야심경’ 독송과 석가모니불 정근에 참여해 주기도 했다. 폐사지 순례가 법음을 전하는 또 하나의 장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느낀 순간이었다.

폐사지 순례 지역을 넓혀가니 다른 지역서 활동하는 포교사들 동참이 자연스럽게 이뤄져 상호 교류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강릉 굴산사지와 신복사지를 찾았는데 강릉지역 포교사들과 어우러졌다. 홍천 물걸리사지, 여주 고달사지, 횡성 상동리사지와 정금리사지, 충주 청룡사지와 봉황리 마애불, 정토사지, 억정사지로 지역을 확대해가며 열심히 폐사지 순례 중이다.
한 마을 건너면 폐사지, 한 고개 넘으면 마애부처님이다. 대개 문화재로 기억된다. 하지만 분명한 성보다. 그럼에도 모두의 무관심 속에 부서지고 잊혀져가는 폐사지라는 생각에 안타깝다. 그 폐사지가 수치상으로 전국에 3000~4000여곳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록을 남길 예정이다. 전문가 자문을 받으며 사전답사도 하고 자료와 발원문을 작성하면서 매월 첫째 주 폐사지 순례를 떠나는 과정을 책으로 엮어 발간할 계획이다.

불자 모두가 관심을 갖고 폐사지 보호에 앞장서고 보전하는 일에도 적극 나섰으면 좋겠다. 폐사지에 부처님 법당이 다시 서서 과거에 꿈꾸던 불국정토의 꿈이 다시 영글어 갈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발원해본다.

박성갑 포교사단 강원지역단 사찰문화팀 psk520924@naver.com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