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웻산타라자타카 ㉑ 웻산타라의 아이들 보시
67.웻산타라자타카 ㉑ 웻산타라의 아이들 보시
  • 황순일 교수
  • 승인 2018.06.19 13:36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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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보시행 위해 희생 감내키로 한 아들과 딸

인도에선 자식, 아버지 소유
자식 보시하는 건 최고 가치
브라만 피해 숨은 아들과 딸
아버지 설득에 연못서 나와
방콕 왓아룬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 jātaka)에서 연꽃 연못의 웻산타라 태자와 아이들.
방콕 왓아룬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 jātaka)에서 연꽃 연못의 웻산타라 태자와 아이들.

고대 인도에서 아들과 딸은 아버지의 소유물로 생각되었다. 특히 처를 포함한 가족의 구성원들은 금과 은 같은 귀금속과 소와 양 같은 가축들처럼 가부장의 소유물로서 간주되었다.

이때 귀금속이나 가축들보다 아들과 딸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귀중했기 때문에 아들과 딸을 내어 놓는 것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내어 놓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물론 이러한 행위는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상당한 문제가 될 수 있었지만, 고대 인도라는 시대 상황에서 보았을 때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관습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웻산타라자타카의 경우 웻산타라 태자의 보시행이 완성되기 위해서 아들 잘리(Jāli)와 딸 칸하지나(Kanhajinā)가 엄청난 희생을 하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아이들이 숨어있는 연꽃 연못 앞에 도착한 태자는 큰소리로 말했다.

“내 사랑하는 아들 잘리여, 어서 빨리 연못에서 나오도록 해라. 나의 보시행이 완성될 수 있도록 나의 의지를 따르도록 해라. 너는 내가 신과 인간세계를 넘어서 존재의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는 든든한 배가 되어야 한다. 너를 통해서 나는 자유로워 질 것이다.”

아버지의 간절한 소망을 들은 아들은 연꽃잎 아래에 숨어 있다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오며 말했다. “저 늙은 브라만 사제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발아래 꿇어앉아 오른쪽 발목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저는 절대로 아버지의 말씀을 거역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흐느껴 울면서 말했다.

태자가 칸하지나는 어디에 있냐고 묻자 아들은 여동생이 너무 무서워서 도망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웻산타라 태자는 다시 한 번 연꽃 연못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사랑하는 딸 칸하지나여, 빨리 연못에서 나오도록 해라. 나의 보시행이 완성될 수 있도록 나의 의지를 따르도록 해라. 너는 내가 신과 인간세계를 넘어서 존재의 바다를 건너갈 수 있는 든든한 배가 되어야만 한다. 너를 통해서 나는 자유로워 질 것이다.” 칸하지나는 더 이상 연꽃 연못에 숨어 있을 수 없었다. “저는 아버지와 싸우지 않겠어요”라며 연못에서 나왔다 그리고 아버지의 왼쪽 발목을 잡고 서럽게 흐느끼며 울었다. 아이들의 눈물이 아버지의 양쪽 발등에 뚝뚝 떨어졌고 아버지의 눈물이 두 아이의 등에 떨어졌다. 한참을 그렇게 울은 후에 웻산타라 태자는 마음을 잡고 두 아이를 일으키며 조용히 말했다.

“내 사랑하는 아이들아, 내가 정말 기쁘게 너희들을 보시한 것을 보지 못했느냐? 나는 보시행을 완성시켜야 하는 원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다. 이제 너희들은 저 브라만 사제와 함께 가야만 한다.”

그리고 태자는 조용히 아이들의 값을 정했다. “내 아들 잘리여, 너는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동전 1000개만 있으면 된다. 하지만 너의 여동생은 아주 순수하고 아름답다. 만일 하층민이 저 브라만에게 돈을 주고 칸하지나를 얻게 된다면, 그녀의 성스러운 혈통이 파괴되어버릴 것이다. 오직 왕들만이 그녀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녀가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100개씩 있어야만 한다. 100마리의 코끼리와 100마리의 말과 100마리의 소와 100개의 황금동전과 100명의 남자하인과 100명의 여자하인이 있어야만 한다. 이것이 너희들의 값이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44호 / 2018년 6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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