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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뇌가 곧 열반이다

기자명 일선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8.06.26 10:19
  • 수정 2018.06.26 10:21
  • 호수 1445
  • 댓글 0

범부들 세상은 불난 집과 유사
원만하게 산다는 게 어려운 일
치열한 번뇌가 공함 알아차려야

어느덧 산과 들은 온통 푸른 기운으로 충만합니다. 며칠 전은 더위가 시작되는 양의 기운이 가장 치성하다는 오월 단오였습니다. 조상들은 모내기가 끝나고 잠시 틈을 내어 세시풍속으로 여자들은 창포에 머리를 감고 그네를 뛰고 남자들은 씨름하고 놀았습니다. 단오선이라는 부채도 나누었습니다.

절에서는 충만한 불기운을 누르고 화마에서 절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금단지를 묻거나 전각마다 단지를 교체하는 의식을 지냅니다. 우리 절에서도 정성껏 관음기도를 올리고 전각마다 소금단지를 교체하고 신도들의 가정과 나라에도 화마가 일어나지 않기를 발원하였습니다.

올해 여름은 얼마다 더울지 걱정스럽습니다. 시골에서는 밭일을 하다가 해마다 열사병으로 숨지는 노인들이 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인들은 지나친 스트레스로 인한 충동질적인 화를 참지 못하고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복잡한 일상과 인간관계 속에서 하루를 원만하고 조화롭게 산다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법화경’의 ‘비유품’에서는 부처님은 범부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마치 불난 집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탐진치 삼독의 뜨거운 번뇌에 취해서 죽어가는 줄 모르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와 같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삼승을 설하여 근기에 맞게 설법을 베풀고 수행법을 제시하여 중생들을 삼독의 치성한 번뇌의 불꽃으로부터 열반의 언덕으로 인도하였습니다.

지방선거도 끝났습니다. 후보들마다 서로 비방하고 헐뜯는 것이 마치 불화살을 쏘는 것처럼 치열하였습니다. 이제 화려한 잔치는 끝났습니다. 저마다 가슴속에 쌓인 불기운을 다스려야 병이 나지 않습니다. 치미는 분노와 원망을 용서와 화합의 자비심으로 다스려야 합니다. 화의 불기운이 일어나는 순간을 바로 알아차리고 따라가지 말고 호흡에 의식을 집중합니다.

먼저 호흡이 나가는 줄 알아차리고 다시 들어오는 줄 알아차리고 호흡이 길면 긴 줄 알고 짧으면 짧은 줄 알아차립니다. 그러면 화가 일어나면 일어난 줄 알고 사라지면 사라진 줄 알아차리게 되고 어느덧 치성했던 불기운은 아랫배로 내리고 머리에는 물기운이 충만하여 몸도 마음도 안정이 이루어져 청량해집니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지 말고 탐진치 삼독의 치열한 번뇌가 본래 공한 줄 요달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의 성품이 본래 부처인 줄 확실하게 믿고 화가 일어나는 순간을 바로 포착하여 ‘이것이 무엇인고’ 의정을 일으켜 회광반조하면 더위가 본래 없는 청량세계입니다.

결국에는 화의 근원인 아뢰야식의 창고에서 한 생각이 일어나면 좋다 나쁘다는 취사 분별심을 버리고 낱낱이 알아차리고 반드시 ‘이 무엇인고’ 화두일념으로 회광반조하여 정화를 시키는 닦음 없는 수행을 거쳐야만 합니다.

일선 스님
일선 스님

한때 밤하늘에 섬광처럼 치열했던 북미관계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여 평화의 기운으로 마무리된 것은 사람 속에서 어느덧 불성을 엿봄이니 번뇌를 버리지 않고 열반을 성취한다는 이치입니다. 참으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 것은 사람 속에 부처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보림사에는 천년세월 끊어지지 않는 보림약수가 있습니다. 탐진치 삼독의 치열한 번뇌의 불꽃을 피할 곳 없어 저마다 오셔서 한 사발 들이킨다면 뼛속까지 청량하여 따로 신선의 부채를 찾을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일선 스님 장흥 보림사 주지 sunmongdoll@naver.com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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