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강장서 마주했던 번뜩이는 지혜
지하철 승강장서 마주했던 번뜩이는 지혜
  • 심정섭 전문위원
  • 승인 2018.06.26 13:44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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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5 -나를 찾는 지혜’ /풍경소리 엮음·조병완 그림 / 자유문고
‘풍경소리 5 -나를 찾는 지혜’

사람들 얼굴이 무표정하다. 삶의 무게만큼 처진 어깨와 주저앉을 듯 힘겨워 보이는 뒷모습에선 애잔함마저 묻어난다. 이같은 모습은 아침 일찍 피곤한 몸을 일으켜 일터로 향하는 이들이나, 일과를 마친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길게 줄지어선 지하철 승강장에서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풍경소리가 그 보통 사람들에게 한 줄기 청량한 미소를 선사하기 위해 지하철역 곳곳의 게시판에 짧은 글과 그림을 선보이기 시작한 지 20여 년이 흘렀다. 한 달에 한 번씩 내용을 바꿔단 지하철역 ‘풍경소리’는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포근하게 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탐욕과 이기심으로 물든 마음을 돌아볼 계기를 주기도 한다.

우리사회 많은 이들이 지금 순간순간 생겨나는 마음을 따라 살아간다. 내 생각대로 안 되면 괴롭고, 생각대로 될 땐 행복해 한다. 그 이면에 자리한 괴로움의 근원을 돌아볼 틈 없이, 행복하기만을 바라기도 한다.

풍경소리는 그래서 그 짧은 글 속에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갈 이유와 방법 등을 전하는 경책을 담기도 했다.

“세상에서 제일 고약한 도둑은 바로 자기 몸 안에 있는 여섯 가지 도둑일세. 눈 도둑은 보이는 것마다 가지려고 성화를 하고 귀 도둑은 그저 듣기 좋은 소리만 들으려 하지. 콧구멍 도둑은 좋은 냄새는 제가 맡으려 하고 혓바닥 도둑은 온갖 거짓말에다 맛난 것만 먹으려 하지. 제일 큰 도둑은 훔치고 못된 짓만 골라하는 몸뚱이 도둑. 마지막 도둑은 생각 도둑. 이놈은 싫다, 저놈은 없애야 한다. 혼자 화내고 떠들며 난리를 치지. 그대들 복 받기를 바라거든 우선 이 여섯 가지 도둑부터 잡으시게나.(일연 스님 ‘고승열전’ 중에서)”

‘풍경소리 5 –나를 찾는 지혜’에는 이렇듯 경전에서 가려 뽑은 짧은 가르침을 비롯해 잠언과 스님·시인·동화작가·명상전문가 등이 쓴 60여 편의 글과 조병완 화가의 그림이 어우러져 있다. 마음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는 물론, 그 마음을 바탕으로 나를 찾는 방법 등 지혜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마음 가꾸기가 가득하다.

나를 찾는 지혜를 담아 마음을 울린 풍경이 될 만한 짧은 글을 전해온 지하철 풍경소리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조병완 화가의 그림이 또 다른 여운을 갖게 한다.
나를 찾는 지혜를 담아 마음을 울린 풍경이 될 만한 짧은 글을 전해온 지하철 풍경소리가 책으로 엮어져 나왔다. 조병완 화가의 그림이 또 다른 여운을 갖게 한다.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한다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년을 계속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일은 아주 작은 일을 계속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강미정 동화작가)”

작가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주인공이 될 수 있을지를 이렇게 전하는가 하면, “늘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이지만 마음이 통하여 작은 것에도 웃을 수 있으니 오늘 하루가 큰 선물입니다.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오늘 하루가 가장 큰 선물입니다.(작자 미상)”라며 오늘 하루를 선물로 받아 행복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는 점에 방점을 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선묵혜자 스님은 ‘아공’이라는 글에서 “불교에는 ‘아공(我空)’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라고 할 것이 따로 없다는 뜻입니다. 남에게 도움을 주거나 기부를 할 때는 아공으로 해야 합니다. ‘나’라는 것이 없으니 ‘너’라는 것도 없고 ‘도와주는 이’가 없으니 ‘도움 받는 이’도 없는 경지입니다. 기쁜 마음으로 나누고 나누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세요”라며 나누며 살아갈 것을 당부한다.

책은 이처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글을 통해 우리 삶을 성찰하도록 돕는다. 그래서 다시는 마주할 수 없는 지금 이 순간, 오늘, 이 삶을 소중하고 가치 있게 살아가는 지혜를 얻도록 마음을 울리는 풍경이 된다. 1만38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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