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대물림 싫어 돼지농장서 일하다 뇌경색
가난 대물림 싫어 돼지농장서 일하다 뇌경색
  • 조장희 기자
  • 승인 2018.06.26 15:13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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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화계사·법보신문 이주민돕기 공동캠페인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가루씨
갑작스런 심장통증으로 입원
퇴원 수속하다 결국 의식 잃어
병원비 4000만원에 깊은 한숨
아들에게까지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게 싫어 돼지농장서 일하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가루씨는 중환자실에 누워 눈만 껌뻑이고 있다.
아들에게까지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게 싫어 돼지농장서 일하던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가루씨는 중환자실에 누워 눈만 껌뻑이고 있다.

스리랑카 이주노동자 가루(60)씨가 중환자실에 누워있다. 며칠 전까지 의식이 없었던 그가 이제는 말을 알아듣는지 눈을 껌뻑인다. 아직 목을 가눌 힘이 없어 고개를 베개 아래로 재차 떨구었지만 마지막을 준비하라는 의사의 말까지 들었던 걸 생각하면 의식이 돌아온 것 자체가 기적같은 일이었다.

가루씨는 아들의 유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한국행을 택했다. 스리랑카에서는 군인으로 일하다 전역해 채소가게를 운영하며 남매를 길렀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가정은 화목했다. 특히 공부에 대한 열의가 남달랐던 아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아들은 대학원에 진학했고 마침내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전공은 정보공학. 아들에게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지내길 바랐기에 유학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심했다.

2년 전 한국에 입국한 그는 돼지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보통 2,30대의 젊은 친구들을 선호하기에 나이 많은 그가 일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겨우 취업을 한 곳에서도 강도 높은 노동에 쉬이 지쳐 일자리를 잃기도 했다. 돼지 300마리를 키우는 작은 농장에 겨우 취업할 수 있었다. 일과는 아침 일찍 시작됐다. 오전 6시에서 저녁 8시까지 돼지에게 사료를 먹이고 분뇨를 치우고 샤워를 시키는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기른 돼지를 도살장에 실어 보내고 농장을 치우는 일까지 가루씨의 몫이었다. 사장과 언어소통이 잘 되지 않아 답답하고 숙소에서는 돼지 냄새가 났지만 가족을 생각하면서 그저 일에 집중했다. 한달에 두 번 있는 휴일에는 스리랑카 절에 가서 기도를 하며 마음을 달랬다.

“정말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었어요. 남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농장일을 했죠. 농장일을 마치면 숙소로 돌아가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 했죠. 차곡차곡 돈을 모아 전부 고향으로 보냈어요.”

가루씨의 친구 자나카씨는 생명의 은인이다. 가루씨가 쓰러지고 입원을 해서 의식이 돌아온 2주 동안 병원 수속에서부터 스리랑카에 연락하는 일까지 도 맡아 처리했다.

6월6일 가슴이 아파왔던 가루씨는 포천의 한 병원으로 갔다. 결과는 심근경색. 큰 병원으로 옮겨 시술을 했고 결과는 좋았다. 병문안을 온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스리랑카의 가족들에게는 영상으로 안부를 전했다. 퇴원 수속까지 밟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날 저녁 뇌에 이상이 왔다. 뇌경색으로 의식을 잃었고 다시 수술이 진행됐다. 의사는 더 이상 목숨 유지가 어려울 수 있으니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했다. 소식을 들은 가루씨의 아내는 믿을 수 없었다.

“하루 전까지도 웃으며 통화했던 남편이 곧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어요. 이야기를 전하는 제 마음도 너무 무거웠습니다.”

자나카씨의 정성이 통했던 것일까. 일주일만에 의식이 돌아왔고 이틀 뒤에는 눈을 떴다. 말하지는 못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정도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병원비가 4000만원 가까이 청구됐다. 아들의 유학비까지 더해져 평생 일을 계속해도 갚기 어려운 돈이 빚으로 남았다.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고개만 떨구는 가루씨를 보는 자나카씨의 마음이 더욱 무거워진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 725-7010

의정부=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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