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수행 박정아-하
절 수행 박정아-하
  • 법보
  • 승인 2018.06.27 09:39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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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암에서 생애 처음 삼천배
심한 두통으로 집 돌아와 회향
직장에서는 절 수행 홍보대사
가족 모두의 업장 녹아내리길
46, 반야지
46, 반야지

삼천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조차 몰랐다. 해인사 백련암의 많은 불자들 사이에서 삼천배 수행을 시작했다.

천배는 두 시간 만에 마쳐야 했다. 그 이후에는 오백배씩 끊어서 진행된다는 설명에 두려움이 앞섰다. 하루 동안 시간 여유를 갖고 느린 속도로 천배를 한 기억은 있지만, 그때까지 단 한 번도 이백배 이상 연속으로 절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막막했다. 다행히 천배는 무사히 마쳤다. 일찌감치 포기할 줄 알았던 남편도 무사히 천배를 마쳤다. 아들도 기특하게 육백배 정도까지 마무리를 했다.

본격적인 절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고통의 시작이기도 했다. 다시 오백배가 시작됐고 삼백배를 넘길 즈음이었다. 심한 두통이 몰려왔다. 남편은 천오백배를 마치고 있었으나 나는 참을 수 없을 만큼 두통이 심했다. 사백배 즈음 법당 밖으로 나와야 했다. 다행히 선견화 보살의 도움으로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절을 지속할 수 있었다. 다리도 아프지 않고 몸도 무겁진 않은데 왜 이리 두통이 심한 것인지….

느린 속도로 겨우 겨우 절을 했다. 이제 오백배만 남았을 때,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편이 빨리 가자고 재촉을 했다. 사실 집으로 돌아갈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어린 아들이 지쳐 있었다. ‘남은 오백배는 집에 가서 할까?’ 삼천배는 시작한 시간으로부터 24시간 이내 하면 된다는 말을 위안으로 삼아 집으로 돌아왔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나머지 오백배를 집에서 무사히 마쳤다.

백련암에서 이천오백배, 집에 와서 바로 오백배를 하면서 생애 첫 삼천배를 회향했다. 처음에는 절에서 여러 도반들과 함께 삼천배를 회향하지 못한 상황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도 자책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음날, 천오백배로 회향한 남편도 뒤늦게 삼천배를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처음에는 “이제 삼천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더니 금세 생각이 바뀌었다.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약속을 못 지킬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아들은 우리 가족 중 백련암을 가장 많이 그리워한다. 아들은 집에 좌복이 펼쳐져 있으면 “엄마, 왜 혼자 절했어? 나랑 같이 하지”라고 말할 정도로 절하는 재미도 느낀다. 백련암을 다녀온 이후 아들은 이백배를 거뜬히 해낸다.

평일에는 직장생활을 하고 주말에는 밀린 집안일을 하느라 번다하게 지내다 보니 아직 백련암을 다시 찾지 못했다. 살고 있는 경기도에서 경남 합천 가야산의 해인사 백련암까지, 마음은 늘 도량에 닿아 있고 한번 다녀온 곳이라 그런지 멀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몸은 일터와 집에서 몇 발자국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저 틈나는 대로 매일 조금씩 절 수행을 이어갈 뿐이다. 요즘은 삼백배 정도 절을 하면 개운하고 이런저런 생각들이 싹 비워진 기분이 든다.

어느새 직장에서도 절 수행 홍보대사가 되었다. 베테랑 수행자들이 들으면 웃겠지만 백련암에 다녀온 에피소드를 동료들에게 전하며 수행을 권했더니 최근에는 타종교를 가진 이들도 절을 시작했다. 종교라는 틀을 벗어나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행복의 길’이라고 권할 수 있는 수행이 바로 108배라고 표현하고 싶다.

당장 날짜를 기약할 수는 없지만 다시 백련암을 향할 것이다. 지난번 첫 삼천배 정진 때 백련암을 다녀온 것만으로, 한 번도 뵙지 못한 성철 스님을 생생하게 뵙고 온 느낌이 들었다. 무엇보다 꾸준히 삼천배 수행을 이어오신 여러 도반들께 다시 한 번 존경의 인사를 드리며 더 정진하리라 결심을 다진다.

남편과 아들도 절 수행의 행복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는 확신이 든다. 성철 스님께서는 절을 할 때마다 비오는 날 유리창에 물이 흘러내리듯 업장도 흘러내린다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내 업장도, 남편의 업장도, 아들의 업장도, 그리고 나와 인연 닿은 모든 이들의 업장도 유리창의 물처럼 조금이라도 흘러내리길 바라며 두 번째 삼천배 도전을 향한 발원으로 글을 맺는다.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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