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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텐진팔모-하

‘여성이 성취할 수 없는 것 없다’는 자신의 모토 실현

눈보라 속 생사오가며 수행 매진
12년 동굴생활 후 유럽 거쳐 인도
기금 모연해 비구니 교육원 설립
티베트 불교서 여성 위치도 격상

여성 수행자들과 함께한 텐진 팔모.
여성 수행자들과 함께한 텐진 팔모.

어느 해 겨울에는 1주일 넘게 거센 눈보라가 한시도 멈추지 않고 몰아쳤다. 동굴 안에서 명상을 하던 텐진 팔모는 동굴 안에 완전히 갇혀 버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히말라야 산골 한 동굴 구석에서 수행하다 세상을 떠나는 것처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동굴 구석에 앉아 명상을 시작했다. 순간 마음 한구석에 ‘살아 나가서 이 세상을 위한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는 냄비 뚜껑을 집어 들고 동굴 입구를 막고 있는 눈을 파내기 시작했다. 몇 시간에 걸친 고된 작업 후 마침내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히말라야산맥의 동굴에서 12년을 살며 또 생사를 오가는 순간을 겪으며 더더욱 수행에 매진했다. 12년간의 동굴 생활을 마치고 1988년 여름 그는 히말라야 산맥을 떠났다. 인도에서의 24년 수련 생활을 마치고 유럽으로 향했다. 이탈리아 아시시(Assisi)에 도착한 그는 인도와는 다른 유럽에서의 삶에 적응해 가기 시작한다.

캄트룰 린포체는 1980년 세상을 떠나기 전 그가 꿈꾼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것은 바로 라닥, 부탄, 스피티, 네팔 등 히말라야 지역 젊은 여성들이 승려가 되고 싶을 때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는 시설을 세우는 것이었다. 내용을 들은 텐진 팔모는 유럽을 떠나 인도로 돌아온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이들에게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고 이들은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얼마 후 불교학교 건설이 시작됐다. 그는 건설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국에 이 프로젝트를 알리기 시작했다. 전세계 불자들의 힘을 얻어 2000년 학교가 완공됐다. 승려가 되고자 하는 젊은 여성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캄트룰 린포체는 이 학교의 이름을 ‘동규 가찰 링(Dongyu Gatsal Ling)’이라고 지었는데 이는 ‘진정한 가족 정원’을 뜻한다. 오늘날 이 학교에는 100여명의 여성들이 거주하며 승려가 되기 위한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

후에 비키 매켄지(Vicky Mackenzie)에 의해 쓰인 텐진 팔모의 자서전이 출간된다. 그의 파란만장했던 삶을 다룬 이 책의 제목은 ‘눈 속의 동굴(Cave in the snow)’ 이었다. 오랜 수행 끝에 얻은 단단한 불교 철학과 지식은 텐진 팔모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강연을 열거나 불자들을 상대로 법회를 열 때면 풍요로운 재산이 됐다. 훌륭한 강연 덕에 그는 많은 기금을 모을 수 있었고 그 기금들은 불교 학교를 확장해나가는 데 쓰였다.

2008년 2월, 드룩파 계 최고 자리에 오른 제12대 걀왕 드룩파(Gyalwang Drukpa)는 텐진 팔모에게 ‘덕망있는 스승’을 뜻하는 ‘제춘마(Jetsunma)’ 직위를 수여한다. 여성에게 또 외국인 출신에게 이 직위가 수여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텐진 팔모가 불교 수행을 그 누구보다도 완벽하게 해냈으며 티베트 불교에서 여성의 위치를 격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텐진 팔모는 ‘히말라야 지역 출신과 비 히말라야 출신 여성 승려들의 연합’을 만들어 여성 승려들이 자주 만나는 기회를 마련했다. 그의 강연을 종합해 편성된 책 두 권이 출간됐다. 한 권은 ‘인생의 진정한 본질 속으로(Into the Heart of Life)’였으며 또 다른 한 권은 ‘실용적 불교에 관한 강연(Teachings on Practical Buddhim)’이었다.

텐진 팔모가 가진 인생의 모토는 바로 ‘여성이 이 세상에서 성취할 수 없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는 바로 그녀의 모토를 진정으로 실현한 가장 적절한 예가 아니었을까 싶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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