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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웻산타라자타카 ㉒ 주자카(Jūjaka)와 아이들

떠나길 머뭇거리는 아이들을 때리는 주자카

주자카에게 도망친 아이들
태자에 간절히 눈물로 호소
사악한 주자카를 지켜보던
태자, 결국 활을 꺼내들어

방콕 왓아룬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 jātaka)에서 아이들을 끌고 가는 주자카(Jūjaka).
방콕 왓아룬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 jātaka)에서 아이들을 끌고 가는 주자카(Jūjaka).

웻산타라 태자는 잘리(Jāli)와 칸하지나(Kanhajinā)를 데리고 주자카(Jūjaka)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태자는 한쪽 손으로 두 아이의 손을 잡고 다른 손으로 물병을 잡은 후 주자카의 손에 뿌리며 당당하게 외쳤다. “완전한 지혜는 나의 아이들보다도 100배, 1000배, 10000배 소중합니다.” 아이들이 브라만 사제에게 보시되자 태자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 찼고, 온 우주가 크게 진동했다.

주자카는 아이들의 어머니 맛디(Maddī)가 돌아오기 전에 빨리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며 서둘렀다. 그는 나무덩굴 줄기로 잘리의 오른쪽 손을 묶은 후 칸하지나의 왼쪽 손에 묶고 한쪽 끝을 자기 손으로 쥐고 당기며 길을 재촉했다. 아이들이 주저하자 나뭇가지로 아이들이 앞으로 나아갈 때까지 때렸다. 길이 평평하지 않은 곳에서 주자카가 넘어지자 잘리와 칸하지나는 손을 묶은 나무덩굴을 풀고 아버지 웻산타라 태자가 있는 곳으로 도망쳤다.

아이들은 아버지에게 소리쳤다. “아버지! 제발 어머니가 돌아오실 때까지 저희들이 이곳에 머무르게 해 주세요. 저 브라만 사제가 저희들을 팔아버려도 좋습니다. 죽여도 좋습니다. 제발 저희 어머니를 한번만 더 보게 해주세요. 그의 손은 거칠고, 손톱은 날카로우며, 온몸에 점과 주름이 있고, 간사한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잔인하며 너무도 비인간적입니다.” 웻산타라 태자는 아이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침묵으로 바위처럼 가만히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주자카에게 주었고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더 이상 아버지가 자신들을 구해줄 수 없다고 판단한 아들 잘리는 서럽게 통곡했다. “아버지, 저의 소중한 여동생만은 제발 이곳에 머무르게 해주세요. 칸하지나는 이런 험한 일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태자는 침묵했고, 잘리는 울면서 소리쳤다. “저는 결코 죽음이 두렵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가 한번은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지금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사랑하는 어머니의 얼굴을 다시는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아버지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아들과 딸을 떠나보낸 후 어머니와 아버지가 정말 괴로워하실 것입니다. 이제 정든 놀이터와 장난감들을 두고 이곳을 떠나야만 합니다.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꽃들을 볼 수 없을 것이고 맛있는 과일들을 먹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지냈던 좋아하는 동물들도 이제 안녕입니다.”

주자카는 통곡하는 아이들의 손을 더욱 강하게 묶고 거칠게 나뭇가지로 때리며 길을 재촉했다. 아들 잘리는 다시 한 번 소리쳤다. “아버지, 저의 장난감들을 어머니에게 전해주세요. 이 장난감들이 어머니의 슬픔을 달래줄 것입니다.”

웻산타라 태자는 주자카의 거친 태도와 아이들의 통곡을 들으며 평정을 유지하기 힘들어졌다. 그는 홀로 초막으로 들어가 눈물을 흘리며 생각했다. ‘아이들이 배고플 때 누가 음식을 줄 것인가! 어떻게 저 브라만 사제는 순수하고 약한 아이들을 저렇게 거칠게 때릴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이 초막 안에 있으면 더 이상 아이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이곳에 있는 동안에도 저 사악한 브라만 사제는 나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때릴 것이다. 아이들은 보호막도 없이 그에게 괴로움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분노로 바뀌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태자는 활과 화살을 들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45호 / 2018년 6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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