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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민 지원은 동체대비이자 불교 세계화”

기자명 조장희
  • 인터뷰
  • 입력 2018.06.29 19:22
  • 수정 2018.07.02 11:16
  • 호수 1446
  • 댓글 0

10주년 맞은 ‘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
구미지역 이주민 든든한 버팀목
‘탁발 달리기’로 4억원 모금해

진오 스님.
진오 스님.

“고향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면 모든 꿈이 사라집니다.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마음은 동체대비 실천이자 불교의 세계화이기도 합니다.”

불교계 이주민 지원단체 ‘꿈을이루는사람들’ 대표 진오 스님의 평소 신념이자 원력이다. 

단체가 설립 10주년을 맞은 만큼 스님의 원력도 함께 여물어가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사단법인 ‘꿈을이루는사람들’은 그동안 이주민 쉼터 운영·문화축제·법회·명절잔치·해외구호사업 등을 펼치며 구미지역 이주민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단체는 10주년이지만 진오 스님의 원력은 사실 더 오래됐다. 2000년 겨울에 만난 어느 스리랑카 노동자와의 인연이 계기였다.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스리랑카 노동자의 또 다른 한국어 외마디가 스님의 마음을 움직였다. 

진오 스님은 “스리랑카 노동자에게 다른 한국어를 요청하자 ‘때리자 마세요’라고 했다”며 “충격적이었다. 이후 이주노동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들의 아픔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스님 역시 아팠던 경험이 있어서다. 스님은 1987년 공군법사로 재직 시절 교통사고로 왼쪽 눈을 실명했다. 좌절하지 않고 더 큰 부상 입은 병사를 만나 그들을 도왔으며 나아가 자비의 전화, 불교간병인협회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이주민을 돕겠다는 원력을 세운 뒤 스님은 이주민 지원시설도 잇달아 개원해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년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 등 15개국 이주민 5328명이 구미마하이주민센터 상담실을 찾는다. 구미이주노동자쉼터에는 연평균 6202명이 매일 24시간 숙식을 해결한다. 2008년에 설립한 이주여성을 위한 죽향쉼터에서는 그동안 11개국 301명의 여성과 157명의 아이들이 보호를 받았다. 2014년에는 다문화 가정 자립지원 센터 ‘달팽이모자원’을 개소하고 5개국 모자가정 10가구의 자립을 도왔다.  

뿐만 아니라 진오 스님은 이주민들을 위해 달렸다. 2011년 교통사고로 왼쪽 뇌를 잃은 베트남 노동자 토안(32)과의 만남으로 탁발마라톤을 시작했다. 갈 곳 없는 토안을 이주민 쉼터에서 1년이 넘게 돌보고, 병원비 마련을 위한 ‘1km 달릴 때마다 100원의 희망모금 마라톤’을 전개했다. 

탁발마라톤으로 모연된 금액은 베트남 농촌학교 해우소 건립에 사용하고 있다. 2012년 토안의 고향마을 학교에 첫 번째 해우소를 설치한데 이어 2017년 12월 기준 학교 35곳에 해우소를 신축했다. 이때까지 달린 거리는 약 1만5000여km. 속속 답지한 4억원의 후원금은 필요한 곳과 나눴다. 이주노동자 지원센터, 이주노동자 쉼터, 폭력피해 이주여성 보호시설, 다문화 달팽이모자원, 북한이탈주민의 2세 청소년 장학금 등 자비나눔을 향한 탁발마라톤은 멈추지 않았다. 

진오 스님은 불교계의 관심을 거듭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에 온 이주민들 대부분은 불교국가 출신”이라며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일이 곧 불교를 수호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찰에 이주민이 올 수 있도록 안내하고 함께 기도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며 “부처님오신날에 다문화가족을 초청하여 청소년 장학금을 수여하고 고향 다녀오는 항공료를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끝으로 진오 스님은 “이주노동자가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발원한 것이 계기가 돼 ‘꿈을이루는사람들’을 설립한지 벌써 10년이 됐다”며 “앞으로도 이주민 복지를 위해 진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진오 스님은 1980년 속리산 법주사로 출가, 1985년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졸업했다. 1987년 공군 군법사로 활동했으며 제대 후 1전화상담기관 자비의 전화 설립으로 복지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구미 금오종합사회복지관 부관장, 구미 마하 이주민센터장, 이주노동자 쉼터 시설장을 역임했다. 2008년 이주민 지원단체 사단법인 ‘꿈을이루는사람들’ 설립 후 경북 가정폭력 피해 외국인 보호시설과 다문화 가정 자립지원 센터 ‘달팽이모자원’을 개소하는 등 이주민 인권보호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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