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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아사(鈍置阿師)

스님들 병역 대체복무 바람직

군대생활을 악몽으로 기억하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 군대생활은 수행의 단절을 넘어 생명과도 같은 계율의 파괴로 이어지기 쉽다. 강제적 육식과 음주, 그리고 불살생계에 반하는 전쟁훈련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나라가 위급할 때마다 일어섰다는 한국불교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계율을 이유로 병역에 이의를 제기하는 길을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병역거부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다. 병역을 거부하면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는데 ‘여호아증인’이 대부분이다. 매년 500여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교도소로 보내지지만, 워낙 소수종교이다 보니 별난 종교의 매국행위로 매도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들을 ‘양심적병역거부자’라 부르며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2001년 불교신자 오태양 씨의 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 오 씨는 ‘불살생계’라는 불교적 신념을 들어 공개적으로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그리고 대체복무를 할 자유를 요구했다. 그로부터 17년, 최근 헌법재판소는 의미 있는 판결을 내놓았다. 대체복무제를 인정하지 않는 조항은 헌법에 부합되지 않으므로 2019년 12월까지 병역법을 개정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병역을 의무로 하고 있는 이스라엘, 독일, 러시아, 대만 같은 대다수 징병제 국가들은 이미 오래전 대체복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특히 대만의 대체복무제 도입 배경에는 계율을 지키려는 스님들의 요구가 컸다. 대체복무는 군 입대 대신, 소방, 치안, 복지 등 다양한 방면에서 봉사하는 것을 말한다. 기간 또한 군 복무보다 길어 형평성 논란도 크지 않다. 선어에 ‘둔치아사(鈍置阿師)’란 말이 있다. 완고하고 융통성 없는 스님을 지칭하는 말인데, 대체복무를 둘러싼 정부의 모습이 꼭 이렇다. 정부는 병역에 대한 완고한 입장을 버리고 헌재 판결에 따라 하루빨리 대체복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불교계 또한 스님들의 군복무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불교적 가르침에 입각한 합리적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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