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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이 기도이다

기자명 성원 스님

세계랭킹 1위 독일 꺾은 57위 한국
기쁨만큼 누군가 슬픔 맛보았을 것
온 국민 한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
축구서 삶의 가치·도 찾을 수 있어

1%의 간절함이 99%의 자만심을 눌렀다.

부처님 앞에 합장한 어느 간절한 신자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정말 기적을 일으켰다. 세계랭킹 57위 한국이 지난 월드컵 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 독일을 눌러 이겼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간절함 가득한 마음이 모여 이 같은 결과물을 도출한 것이라 생각된다.

독일은 19회 월드컵 역사상 처음으로 예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믿기지 않는 선전으로 3:0으로 지고도 16강에 오르게 된 멕시코의 기쁨은 극에 달한 것 같다. 뉴스에 보니 벌써 멕시코 현지의 한국 자동차 주문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우리의 기쁨과 더불어 멕시코는 어부지리로 얻은 행운에 온 나라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고 한다.

늘 세상의 기쁨의 양과 슬픔의 양의 합은 항상 같다고 생각하곤 했다. 우리의 강렬한 기쁨은 패배한 독일의 참혹한 슬픔의 양만큼 일 것이다. 일상의 잔잔한 희로애락의 총합이 항상 같다는 생각을 하다 보면 자신에게 밀려오는 기쁨이 자꾸 어쭙잖게 생각되곤 한다. 내가 누리는 기쁨의 양으로 인해 누군가 슬픔이 깊어진다고 생각하면 늘 미안한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누구나 슬픔 없이 기쁨만 증대된 삶을 꿈꾸며 살아간다. 회사가 마치 손실 없이 지속적으로 경영 흑자만을 추구하듯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슬픔과 애통함이 없이 기쁨과 행복만이 가득 하기를 발원하고 기도한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듯이 기쁨과 행복으로만 점철되는 인생이란 없다. 우리들은 행복의 상태를 지속하기 위해서 물질적, 정신적으로 너무나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경제적 손실도 마찬가지다. 광우병이 발생해 인간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그 작은 경우의 수로 인해 수백만 마리의 소들이 매몰처리 됐다. 이것이야 말로 생함지옥이 아니겠는가? 인간의 입장에서는 아름다울 수 있는 세상도 다른 생명의 입장에서는 무간지옥이요 생함지옥일 것이다.
 

성원 스님
성원 스님

장맛비 부딪히는 창을 바라보며 지난밤의 짜릿한 기쁨을 되새겨보노라니 우리 인생의 본지풍광을 보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에 해인사 승가대학을 다닐 때 정말 축구를 많이 했다. 한 도반은 해인사 강원이 공부를 열심히 가르친다고 입학 했다가 하루가 멀다고 하는 축구로 인해 결국 해인사를 떠나가는 해프닝도 있었다. 축구가 즐겁기도 하지만 매시간 매일 하다보면 노동에 가깝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일까 해인사에서는 축구를 하자는 말을 ‘축구 울력 있겠습니다’고 공지한다. 즉 축구를 일삼아 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대중들이 모두 동참해야 하는 울력에 그 누구도 예외가 없듯이 축구에도 예외가 없었다. 이러니 축구가 싫어서 학교를 그만두는 스님이 있다는 말이 빈 말이 아니다. 한번은 단오 축구대회 때 유난히 축구를 좋아하신 강주스님께서 인사말을 할 때 ‘우리 스님들은 공을 찰 때 공을 차는 것이 아니라 空(공)을 차는 것이요 空을 다루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때는 그저 ‘억지춘양’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한참의 세월이 흐르고 다시 생각해보니 축구에도 도(道)가 있고, 삶의 가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도는 오직 간절함이 근본’이라 하시던 옛 스님들의 말씀이 자꾸 되새겨졌다. 온 국민은 한마음 한 뜻으로 한여름 밤 보름기도 한번 간절히 했었나보다.

성원 스님 약천사 신제주불교대학 보리왓 학장 sw0808@yahoo.com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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