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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샬롯 조코 벡-상

교수직 내려놓고 불교 입문한 미국 선불교 선구자

40대에 교회 강연서 스님 만나
불교 가르침·명상 수행에 전념
선불교센터 다니며 불법 공부
사람들 삶 고민·문젯거리 상담

미국 내 선불교 활성화를 위해 앞장섰던 샬롯 조코 벡.
미국 내 선불교 활성화를 위해 앞장섰던 샬롯 조코 벡.

샬롯 조코 벡(Charlotte Joko Beck)이 선불교를 처음 접한 때는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서였다. 음악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결혼해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던 중 이혼 후 아이들 양육을 위해 필사적으로 돈을 벌어야 했던 그는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음악 교육을 시작했다. 몇 년 후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아 캘리포니아대에서 부교수로 재직한다.

1965년 어느 날 저녁, 교회에서 강연을 하는 스님을 만나게 됐다. 조코 벡은 스님이 그곳에 모인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예를 갖춰 인사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강연이 어느 정도 진행된 후, 강연을 듣기 위해 모인 정통 기독교 학자들은 스님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현란하고 복잡한 철학적 질문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청중들이 술렁대기 시작했지만 놀랍게도 스님은 모든 질문에 매우 공손한 태도로 답하며 명료한 해답을 제시했다. 스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그 상황을 수습해 나갔다. 그런 스님의 태도 또한 너무나도 공손하고 바른 모습이었다. 그는 사실 대학에서 강의하며 여러 명의 수재 혹은 천재를 만나보았고 그들을 교육했지만 그 어떤 지적인 천재도 스님처럼 깊은 지식과 그것과 동반된 우아한 태도를 겸비한 이는 없었다.

조코 벡을 이토록 감동시킨 스님은 매주미 로시(Maezumi Roshi) 스님으로 당시 스님은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선불교센터에 거주하며 미국에 불교를 전파하고 있었다. 조코 벡은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서 불교를 처음으로 접했다.

그 당시 샌디에이고에서 좌선을 실행하고 있는 사람은 두 사람밖에 없었다. 얼마 후 조코 벡은 그 지역에서 좌선을 하는 세 번째 사람이 됐다. 스님은 매달 로스앤젤레스에서 샌디에이고로 와 신입 불자들을 도왔다. 조코 벡은 한 번도 빠짐없이 스님이 이끄는 강연과 법회 그리고 참선에 참여해 수행했다.

이후 일본에서 온 야츠타니 로시(Yasutani Roshi) 스님이 이끄는 대규모 명상 모임이 북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열렸다. 이 모임은 조코 벡이 더 깊게 불교를 이해하고 불심을 쌓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명상 모임이 열린 후 5년 동안 로시 스님의 지도를 받은 조코 백은 불교를 학문적으로 접근해 지식을 쌓아갔고 또 명상하며 수행을 부지런히 이어갔다. 조코 벡은 이후 일을 그만두기로 하고 1976년 대학에 사표를 낸다. 그리고 당시 캘리포니아대에서 공부하고 있던 그의 막내딸 브렌다(Brenda)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를 한다.

로스앤젤레스 선불교센터에 다니며 그는 그곳 사람들과 불교 공부뿐 아니라 다방면에 걸친 대화를 나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들이 지닌 삶의 문젯거리와 고민거리를 상담하고 싶어 했다. 그는 특유의 친근함과 자상함으로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마치 가족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주의 깊게 듣고 그가 해결해 줄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자 했다. 그와 이야기 나누고 마음이 가벼워진 불자들이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면 그는 자신이 한 이야기들은 모두 부처님께서 우리에게 이미 전해주신 말씀이며 자신은 그 말씀을 기억했다 상황에 맞게 찾아 전달할 뿐이라고 겸손해했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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