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웻산타라자타카 ㉓ 태자의 보시행과 아이들 희생
69.웻산타라자타카 ㉓ 태자의 보시행과 아이들 희생
  • 황순일 교수
  • 승인 2018.07.03 10:38
  • 호수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끓어오르는 분노마저 집착이라 여긴 태자

서럽게 우는 아이들 보며
태자, 분노 눈물 흘리지만
‘보시한 뒤 취소 없다’ 다짐
집착의 고통, 간접적 시사
루앙프라방 왓메이 사원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주자카와 아이들.
루앙프라방 왓메이 사원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주자카와 아이들.

웻산타라 태자의 보시행이 아이들의 희생을 통해서 완성되었다는 것은 우리들의 일반적인 윤리 관념으로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더욱이 웻산타라는 아버지로서 아이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면서 스스로는 완전한 지혜를 얻고 싶다는 소망을 감추지 않는다. 사실상 스리랑카에서 선교사들이 불교도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당신은 커서 아이들과 아내를 버리는 웻산타라 같이 되고 싶나요?”라는 것이다. 우리는 웻산타라의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전달하려는 불교적인 메시지는 무엇일까? 수많은 자타카에서 전생의 부처님이 행하는 자기희생을 우리들이 동일하게 실천해야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실상 자타카에 나타나는 부처님의 자기희생에는 일반인들이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어려운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이는 보시행을 완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으로 그 핵심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거나 후회하거나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있다.

주자카에 대한 분노로 활과 활살을 집어 들었던 웻산타라는 가만히 이들을 내려놓으며 생각했다. ‘아니다! 보시한 다음에 후회하는 것은 더 큰 죄악이다. 이것은 올바른 길이 아니다. 비록 아이들이 괴로워하겠지만, 나는 주자카에게 아이들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 이미 보시했다면 취소란 없는 법이다.’

웻산타라 태자가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주자카는 한 번 더 넘어졌고, 아이들은 다시 도망쳤다. 주자카는 달려가서 아이들을 잡고 손을 더욱 강하게 묶은 후 나뭇가지로 때리면서 길을 재촉했다. 딸 칸하지나(Kan hajinā)도 주자카에게 끌려가면서 서럽게 울며 소리쳤다.

“아버지, 저의 발이 퉁퉁 부어올라 아픈데, 갈 길은 멀기만 합니다. 이제 해가 지는데도 이 원망스러운 브라만 사제는 우리에게 길을 재촉할 뿐입니다. 이 산과 숲의 신령들이시여, 이제 그만 작별을 고하겠습니다. 이 호수의 신들이시여, 제발 어머니를 잘 돌봐주세요. 어머니는 아침 일찍 집을 나가서 많은 과일들을 모으셨을 것입니다. 어머니가 저희들이 없는 텅 빈 초막을 보게 된다면 정말 서럽게 울며 저희들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찾아 나서신다면 제발 서둘러 주세요. 어머니가 이 잔인한 브라만 사제에게 과일과 꿀을 올린다면, 그는 더 이상 저희들을 때리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사랑하는 딸의 서럽고 비통한 외침은 다시 한 번 웻산타라 태자의 마음을 불타오르게 했다. 마치 피가 흐르듯이 눈물이 줄줄 흘러서 온몸을 적셨다. 다시 한 번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분노로 바뀌어서 태자를 끓어오르게 했다. 그는 즉시 스스로를 가라앉히며 생각했다. ‘이 모든 고통은 내 안의 집착 때문이다. 다른 외적인 이유가 있을 수 없다. 내안의 집착을 끊는다면 평정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웻산타라 태자는 지혜와 통찰을 통해 집착을 내려놓고 평정을 유지했고 서서히 괴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 안의 집착 중에 가장 큰 것이 있다면 사랑하는 가족들에 대한 집착일 것이다. 불교에서 출가라는 것은 바로 이러한 가족들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다. 깨달음이란 큰 서원을 세우고 출가하여 수행자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지를 아이들의 희생과 웻산타라의 고뇌를 통해 우리들에게 간접적으로 이야기해주고 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46호 / 2018년 7월 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