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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세계유산 등재 우려에 대한 다른 시각

기자명 법보
  • 법보시론
  • 입력 2018.07.05 14:51
  • 수정 2018.07.05 15:18
  • 댓글 1

이성운 교수, 마성 스님 주장에 반론
한국산사, 관리 능력·대처 충분
해당사찰들 세계유산에 걸맞은
산사의 삶 영위하면 충분할 것
보존·기록에 각별한 관심 필요

철학박사이자 팔리문헌연구소장 마성 스님이 6월30일 자신의 블로그에 게재한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 득과 실’이란 글을 통해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런 가운데 이성운 동방대학원대학 박사가 법보신문 시론을 통해 마성 스님의 주장에 대해 반론했다. 편집자

이성운 교수
이성운 교수

지난 6월30일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개최된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의에서 우리나라가 신청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Sansa, Buddhist Mountain Monasteries in Korea)이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로 결정되었다. ‘산사’ ‘산지승원’ 등의 단어는 당일 실시간검색어 상위에 오르내렸다. 오랫동안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한 불교계로서는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세계유산 신청을 위해 수년에 걸쳐 관련 분야 연구자들이 유‧무형문화 및 지역문화로서의 가치 등을 조사하고, 그 의미를 면밀히 파악하여 신청서를 제출하고 재수정을 거쳐서 얻은 성과이다. 이로써 한국의 산사, 산지승원의 ‘탁월한 보편적인 가치(OUV)’가 증명되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자 내외의 관계자들은 축하를 나누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축하의 입장은 문화유산의 자존심을 세우는 성과로 ‘산사의 나라’라고 하는 ‘이미지 오브 코리아’를 세우는 데 더없이 좋은 계기라는 것이다.(‘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이 견해에는 대체로 동의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첫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사찰은 산사의 제반 환경을 일절 변경시킬 수 없고, 보존 명목으로 정해진 연 인원 외에는 관람객이 입장하지 못하게 된다. 둘째, 사찰 고유기능인 수행과 교화를 마음대로 할 수 없고, 산사에 거주하는 승려들은 관람의 대상으로 전락된다. 셋째, 국가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막대한 문화재 보수비를 받기 때문에 신도들의 보시에 의존하지 않고, 승려들은 문화재 관리인이 된다. 넷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산사’는 지금까지는 불교의 소유였으나, 이제는 국민 혹은 세계인의 소유라는 개념으로 변경되어, 산사는 불교도의 손을 떠나게 된다는 것 등을 동남아지역의 불교사원의 예로 들며 진단하고 있다.(마성,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 허와 실, 다음 블로그 2018.7.1.)

분명 옳은 진단이다. 세계유산 등재의 이면에는 위에 열거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유산 등재를 반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유산’은 세계유산협약이 규정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으로서 그 특성에 따라 자연유산, 문화유산, 복합유산 등으로 나눠지는데, 한국의 산사는 세 유산이 총합되어 있으며 현재의 수행자들의 삶의 공간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보면 세계유산 등재가 마냥 긍정적일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려되는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까. 그 답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의 산사는 전통사찰과 문화재 소장 사찰로 적지 않은 지원과 제약을 동시에 받아오고 있다. 해서 대처나 관리 능력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탁월한 보편적 인간의 가치를 구현하는 한국의 산사로서 제 기능을 다하려면 어떠해야 할까. 세계유산에 걸맞은 산사의 삶을 영위하면 족할 것이다. 이것은 첫째 유형문화재의 원형 보존이고, 둘째 전통산사의 무형문화인 수행과 신행의 문화전통을 유지 보존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없는 것을 새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간 해온 대로 수행문화를 전승해 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부분으로는 정교하게 가다듬을 것은 있을 것이다. 필자는 본 사업의 신청을 위한 무형문화조사에 근 1년간 참여하였는데, 무형문화는 잘 보존되지 못하고 기록되지 못해, 그 의미와 역사 등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문화의 전승과 보편성에 문제가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존과 기록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향후 세계유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등재가 취소되고, 또 외부[국가와 지자체 등]의 통제를 불러오게 되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유산 등재로 인해 불편한 일이나 수행에 무익한 일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불교계와 등재사찰이 해결해야 할 과제요 책무이다. 해서 세계유산 산사에는 세계유산의 관리와 유지에 적합하고 탁월한 인재의 배치와 인력 양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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