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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78억 박물관을 44억에 인수…뭐가 문제인가”

기자명 최호승
  • 교계
  • 입력 2018.07.05 15:59
  • 수정 2018.07.06 20:00
  • 호수 1447
  • 댓글 0

의혹 해소위, 고건축박물관 조사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 경위 설명
강제매매 막고자 부득이 가등기
전통건축·불교문화 전승이 목적
“박물관·사찰 기능 시너지낼 것”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이 의혹 규명 해소위원회 위원들에게 한국고건축박물관 인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이 의혹 규명 해소위원회 위원들에게 한국고건축박물관 인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수덕사가 ‘100억원대 사유재산, 무더기 가등기’ ‘한국고건축박물관 인수 과정 수혜자는 설정 스님’이라는 의혹들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의혹 규명 해소위원회(위원장 원행 스님)가 7월4일 예산 수덕사 황하정루에서 가진 4차 회의에서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의 해명으로 밝혀졌다.

이날 의혹 규명 해소위는 기채승인 및 한국고건축박물관 소유권 이전과 운영 계획 등을 조사하기 위해 수덕사를 방문했다. 정묵 스님은 의혹 규명 해소위 간사 초격, 무관, 철산, 덕문, 일법 스님과 김성권 대한불교청년회장 등 위원들에게 한국고건축박물관 인수 개요, 가등기 배경, 자금 집행 내역, 재산·건물 현황, 활용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의혹 규명 해소위 위원들은 “50억 받아서 35억 쓰고 남은 15억의 사용처” “100억원대 사유재산 의혹” “기체승인은 어떻게 진행됐나” 등 문제를 파고들었다.

▶100억원대 사유재산 가등기?=정묵 스님은 “100억원은 사유재산이 아니다”며 “수덕사가 인수하는 조건으로 강제매매 되는 것을 막고자 설정 스님 명의로 가등기했고, 최근 수덕사가 소유권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수덕사에 따르면 1998년 10월 전흥수 대목장은 재산 100억원을 투자해 고건축박물관을 개관했다. 하지만 운영난으로 2009년 강제경매 리스트에 올랐다. 당시 대한감정평가법인의 감정가는 92억여원이었다. 이후 재정 악화와 대목장의 건강악화 등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수덕사의 고건축박물관 인수를 전제로 설정 스님이 가등기권자로 등록됐다. 2018년 10월까지 매매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가등기가 해지되는 조건이었다.

수덕사가 제시한 한국고건축박물관 운영 계획.
수덕사가 제시한 한국고건축박물관 운영 계획.

▶매매자금 50억 출처와 15억 차액 사용처?=PD수첩은 5월1일 방송에서 한국고건축박물관의 가등기 과정에서 나온 경매자금 50억원의 출처와 차액 15억의 향방에 의혹을 제기했다. 정묵 스님은 “50억이 아니다. 44억을 대출 받아 고건축박물관의 소유권을 인수했다”며 “44억1000만원 중 34억3000만원은 국민은행의 근저당 해지비용으로 쓰였다. 9억8000만원은 이전 소유권자에게 입금됐다”고 사실 관계를 바로잡았다.

실제 수덕사는 결국 지난 4월 종단에서 50억까지 빚을 낼 수 있다는 기채승인을 받고, 상환을 2033년 3월까지 한다는 조건으로 44억1000만원을 농협에서 대출 받아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인수했다.

▶박물관 인수 수혜자, 설정 스님과 속가 가족들?=‘2015년도 수덕사 인수방안 검토자료’에 따르면 해당연도 한국고건축박물관의 토지 공시지가(30억3798만여원)와 건물 평가(47억6845만원) 총액은 78억643만여원이다. 법원의 강제경매 처분을 원치 않았던 전흥수 대목장이 박물관 관련 부채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모든 재산을 증여하는 의사를 밝혔고 공증서도 제출했다. 사실상 증여 형식에 가까운 형태로 44억여만원에 한국고건축박물관을 인수했다는 게 수덕사 설명이다.

정묵 스님은 “이전 소유권자나 가족들이 더 비싸게 팔 기회도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불교와 고건축문화를 알리려던 뜻이 강해 수덕사가 인수했다. 지금도 가족들 하소연을 듣고 있으며 만나서 양해도 구하고 설득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PD수첩이 “고건축박물관 인수로 수혜를 본 것은 설정 스님과 속가가족들”이라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인수 과정은?=2014년 설정 스님에게 가등기 된 이후 수덕사는 전·현직 주지스님들이 본격적으로 인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5년 12월 수덕사 전 주지 옹산·지운, 현 주지 정묵 스님이 매매, 증여, 투자 등 고건축박물관 인수 방안을 살폈다. 하지만 30여억원에 달하는 부채가 수덕사의 재정으로 감당하기 어려워 가등기 기간(2018년 10월) 내에 처리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이후 사중스님들과 의견을 진행하던 중 지난 4월26일 한국고건축박물관을 매매했고, 설정 스님의 토지 2필지와 전흥수 대목장 아들 전욱진씨의 토지 4필지도 함께 증여받았다.

정묵 스님은 “재산문제는 하루아침에 정리되는 게 아니다”라며 “총무원장 후보로 나서기 전부터 추진 된 일이지만 최근에야 정리됐다”고 말했다.

▶굳이 수덕사가 인수한 이유?=정묵 스님은 “고건축의 다수가 사찰 전각이고 불교문화와 뗄 수 없는 지점이 많다”며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의 건축물도 전시돼 있다”고 인수 배경을 설명했다.

한국고건축박물관은 전흥수 대목장이 세계적으로 우수한 한국고건축의 전통을 전승 발전시키기 위해 사재로 추진한 사업이다. 수덕사 바로 옆인 충남 예산군 덕사면 대동리 인근에 조성된 한국고건축박물관은 2008년 2월10일 국보 1호 숭례문이 방화로 사라진 뒤 숭례문 건축기법 그대로 옮겨놓은 실물모형이 전시돼 뒤늦게 주목을 받았다. 특히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 수덕사 대웅전 등 고려시대 건축물과 화엄사 각황전, 금산사 미륵전, 법주사 팔상전 등 조선시대 건축물, 북한 정양사 약사전의 축소모형 등 국보와 보물 건축물 등이 전시돼 왔다.

의혹 규명 해소위원회 위원들이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 안내로 한국고건축박물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뒤쪽에는 법주사 팔상전 모형.
의혹 규명 해소위원회 위원들이 수덕사 주지 정묵 스님 안내로 한국고건축박물관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뒤쪽에는 법주사 팔상전 모형.

▶한국고건축박물관 운영 계획은=수덕사는 “불교건축은 물론 전통건축문화를 알리는 장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사찰과 박물관 기능을 겸하는 도량을 만들 계획이다. 기존 체험관을 관음전으로, 제1전시관을 극락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객사문을 일주문으로 바꾸고, 연못 옆에 위치한 목우당은 무료찻집 및 쉼터로 탈바꿈시킨다는 방침이다. 제2전시관과 이 전시관 위 팔상전은 상시 전시가 가능토록 바꿔 한국고건축문화 체험을 유도한다는 게 수덕사의 운영 계획이다.

정묵 스님은 “군의 예산도 2배로 올리고, 수덕사 관람 뒤 고건축박물관 이용시 관람료를 낮추는 등 다각도로 활용 방안을 연구 중”이라며 “법당에 항상 목탁과 염불소리가 들리도록 대중스님들 상주도 고려하고 있으며, 템플스테이와 연계 및 시민선방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의혹 규명 해소위원들은 2014년 가등기 과정과 2015년 수덕사 인수 논의 검토에 대한 상세한 자료, 소유권 이전 등기부등본 등 추가 자료를 수덕사에 요청했다. 또 한국고건축박물관 현장을 찾아 전시 중인 고건축들과 향후 활용 방안들을 듣기도 했다.

예산=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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