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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여성 차별

미국 성공회 남성적 용어 논의
불교는 어떤 종교보다 성 평등
부처님 가르침 등지는 게 문제

지난 6월24일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여성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됐다. 여성운전에 반대하는 두 남성이 여성 소유 차량을 불태우는 일이 벌어졌다지만 이런 반발도 일시적일 뿐 성 평등 요구를 거스르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성공회 공동기도문 개정 논의는 종교계도 더 이상 성 평등 문제를 외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미국 성공회는 7월4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총회에서 1979년 개정된 ‘성공회 기도서’의 개정안을 논의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로 시작하는 기도문에서 알 수 있듯 개신교와 가톨릭에는 유일신으로 받드는 여호와를 “아버지(Father)” “왕(King)”으로 불러왔다. 그러나 미국 성공회는 여호와가 성별을 초월한 존재이기에 남성으로 불리는 것은 옳지 않고, 이 같은 용어들이 교회 내에 남성우월주의를 고착화시킨다며 비판적인 입장이다. 보도에 따르면 아버지나 왕 대신에 지도자(Leader)나 창조주(creator)로, 남성(Men)을 사람들(People)로, 형제들(Brothers)을 형제자매들(Brothers and Sisters)로 부르자는 의견들이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사실 종교계만큼 여성차별이 심한 곳도 드물다. 이른바 ‘세계종교’들은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간주해온 역사적인 상황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기독교의 경우 교리적으로 심각한 불평등 양상을 보인다. 개신교 성서 곳곳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표현되고 있다. 그럼에도 성 평등 변화가 가장 거센 곳이 개신교다. 1959년 연합감리교회가 ‘여성은 성직자가 될 수 없다’는 오랜 금기를 깨고 목사와 장로가 된 것을 시작으로 1974년 한국기독교장로회, 1995년 대한예수교장로회, 2003년 예수교대한성결교회, 2013년 기독교한국침례회 등이 여성목사를 인정했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및 불평등 문제에 앞장서온 가톨릭이 여성 문제에 있어서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 수녀는 신부보다 수적으로 많지만 성직자에 포함되지 않기에 미사를 지낼 수 없으며, 추기경이나 주교도 맡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한 건의가 여러 차례 교황청에 올라갔다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불교는 놀라운 종교다. 현재 인도는 여성이 결혼지참금 문제로 1시간에 1명꼴로 죽임을 당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예나 지금이나 여성의 지위는 열악하다. 그런데도 부처님은 2600여년 전 여성을 출가수행자로 받아들였으며, 여성 누구나 깨달을 수 있다고 선언했다. ‘증일아함’의 ‘비구니품’에 “지혜에 뛰어난 이는 케마 비구니요, 신족통을 갖춘 이는 웃팔라완나 비구니요, 계율에 뛰어난 이는 파타차라 비구니요…” 등등 부처님의 언급에서 이러한 사실이 잘 드러난다.
 

이재형 국장

부처님은 출가하지 않은 여성에 대해서도 차별을 두지 않았다. ‘증일아함’의 ‘청신녀품’에는 “내 제자 중에 첫째 우바이로서 깨달은 이는 난타와 난타바라 우바이요, 지혜가 제일인 이는 쿳주타라 우바이요, 좌선하기 좋아하는 이는 바로 숩피야 우바이요, 지혜가 밝은이는 비부 우바이요, 연설을 잘하는 이는 발타바라수염마 우바이요…” 등등 길게 서술돼 있다. 누구든 깨달을 수 있었으며, 실제 깨달음을 인가받은 재가여성들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불교사에도 여성은 5가지 장애가 있다는 ‘여성오장설’, 남성으로 변한 뒤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변성성불(變性成佛)’ 등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부처가 될 성품을 지니고 있다는 ‘일체중생실유불성(一切衆生悉有佛性)’이라는 불교의 교리체계에서 여성차별은 결코 합리화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의 불교는 사뭇 다르다. 비구니는 종단 대표자나 교구본사 주지가 될 수 없으며, 사찰에서 여성불자들이 존중받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교계 모든 불평등 문제는 부처님 가르침을 등지는 데에서 비롯됐다.

mitra@beopbo.com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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