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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여름불교학교

기자명 심원 스님

여름 방학을 앞두고 주요 사찰에서는 어린이 여름불교학교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너무 바쁘다. 방과 후 사교육에다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니 절에 올 시간이 없다. 겨우 마음을 내더라도 주변에 어린이법회를 보는 사찰도 그리 많지 않다. 아이들이 불교를 접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다. 그래서 짧은 기간이지만 여름불교학교는 아이들이 불교와 인연을 맺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고 있다.

어린이 포교는 일제강점기 유치원 설립으로 시작되었다. 1923년 강릉 관음사 금천유치원 개원을 필두로 마산 정법사 배달유치원 등, 1923년부터 1931년까지 12곳의 불교유치원이 개원되었고, 용성 스님은 1928년 일요대각학교를 세워 어린이 포교에 힘을 기울였다. 해방 후 불교정화운동의 혼란 속에서도 운문 스님은 목포 정혜사를 비롯해 대구 관음사, 진주 연화사, 서울 중앙어린이회(조계사 어린이회) 등 15개 어린이법회를 창립하였고, 성일 스님은 1975년부터 지금까지 경기도 화성 신흥사에서 어린이·청소년포교에 전념하고 있다.

1980년대로 접어들면서 어린이법회 지도자들 모임인 대한불교어린이지도자연합회가 창립되고, 전국 어린이법회를 위한 여름·겨울 불교학교 강습회가 열리기 시작했다. 당시 TV 시청 외에는 별다른 문화생활이 없었던 아이들은 일요일마다 열리는 어린이법회와 불교학교로 모여들었다. 웬만한 사찰과 포교원에는 어린이포교 담당 스님과 선생님이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어린이 포교의 전성기가 열렸고, 문전성시를 이룬 사찰은 어린이를 위한 여가활동과 인성교육, 예절교육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동련의 자료를 보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무려 전국 600여개의 사찰에서 6만명 이상의 어린이가 법회에 참석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핵가족화, 입시사교육 등의 요인으로 어린이 포교의 전성기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게다가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개막된 스마트폰 시대는 아이들을 사찰로부터 급격하게 멀어지게 만들었다. 1980~90년대 100~200명이 나오던 많은 어린이법회가 20~30명도 채우지 못하고, 수백 군데의 어린이법회가 문을 닫고 있다.

이와 같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어린이법회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기존의 의식 위주 법회에서 탈피하여 자연 체험 법회, 문화 예술 법회, 창의성을 강조한 법회 등 놀이와 체험 학습, 인성 교육을 겸한 법회가 시도되고 있는 것이다.

법회운영의 변화와 더불어 여름불교학교도 변신하고 있다. 명칭도 새로워지고 프로그램도 다양해졌다. 아이들의 인성을 순화하고 문화적 감수성을 향상시키며 자연친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었다.

영어캠프, 외국인대학생과 함께하는 생활영어, 영어 스피드퀴즈, 영어연극 등 학부모들의 영어 열풍을 반영한 영어 소재 프로그램과, 숲길걷기명상, 명상체조,  만다라명상, 별빛명상, 자비희사명상, 마음톡 명상캠프 등의 명상 프로그램과, 농촌체험, 숲 체험, 염색체험, 별자리 탐방, 생태과학관 탐방 등 탐방체험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아이들은 한국불교의 미래다. 불교인구의 감소와 출가자 절벽현상을 극복할 최선의 방법이 미래불자의 양성이며, 불국토를 위한 첫걸음이 어린이 포교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너무 늦기 전에 아이들의 요구와 시대적 변화를 파악하여 이 시대가 진정으로 요구하는 어린이법회가 어떠해야 할지 고민을 거듭하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한다. 2018년을 살아가는 아이들은 모태 디지털 세대로서, 이전 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신인류이다. 책을 보는 것보다 인터넷 검색이 훨씬 친숙하고,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컴퓨터게임이 더 재미있다. 이들의 DNA에는 디지털 문화가 각인되어 있다. 이런 아이들을 촘촘하게 연결하여 소통할 방편의 그물망은 어떻게 짜여야 할까? 어린이법회 지도자들의 사명이 무겁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daum.net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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