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6월28일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1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대체복무제 시행이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연말까지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권고하면서 이르면 내년부터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우리나라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우리미래당 사무총장 오태양(대등)씨는 2001년 불자로서는 처음으로 ‘불살생’이라는 불교적 가르침에 따라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집총 대신 복역을 선택한 인물이다. 그랬기에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오씨에게 감회가 남다르다. 지난 7월5일 우리미래당사에서 만난 오씨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양심에 따라 병역을 거부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우리사회의 일원으로 포용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대체복무제도 마련과 함께 군복무자들의 인권과 근무 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며 “열악한 군복무와 가혹한 병역거부 처벌로 젊은이들에게 더 이상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택할 무렵 우리 사회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용어는 생소했다.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에서 병역은 국민으로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의무였다. 일부 특정종교인들이 종교적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했지만,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호와 증인’ 신도가 아닌 불자 오태양 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부처님의 ‘불살생’ 가르침에 따라 총을 들 수 없다”는 오씨의 선언은 우리사회 내부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정토회 출가열반재일 용맹정진에 참여했을 때입니다. 기도와 명상을 하고 법문을 들으며 지난날들을 돌아봤습니다. 나도 모르게 굉장히 폭력적인 방식으로 삶을 살아왔음이 되짚어졌고 먹고 입고 마시는 것도 결국에는 생명의 희생 속에 이루어지고 있음을 성찰했습니다.”
이후 오씨는 평화를 지향하고 다른 생명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병역거부가 단순히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불살생의 실천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양심적 병역거부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누릴 수 있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같은 신념에 따라 오씨는 2001년 12월17일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하는 대신 국가인권위원회를 찾아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금지한 현행법에 의해 기본적 인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진정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는 병역기피자로 내몰려 법원에서 1년 6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결국 전과자로 내몰린 그는 자신이 꿈꿨던 초등학교 교사를 접어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고 말했다.
“비록 교사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불자로서 더 당당해졌습니다. 삶의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는 문제이지만, 저는 당당히 불자답게 사는 것을 택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 11월 가석방된 오씨는 이후 불교계 NGO활동을 하며 사회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가 우리미래당을 창당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NGO활동을 하며 만난 청년들의 문제에 공감하고 청년들이 스스로 꿈과 희망을 만드는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불자들이 대체복무에 적극 참여할 것도 제안했다. 그는 “불교계가 앞장서서 대체복무제도에 참여하는 것은 불교적 가르침을 따르면서도 우리사회를 조금 더 발전적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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