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 웻산타라자타카 ㉔ 맛디(Maddī )와 야수들
70. 웻산타라자타카 ㉔ 맛디(Maddī )와 야수들
  • 황순일 교수
  • 승인 2018.07.10 09:52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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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 은신처로 돌아와 아이들 찾는 맛디

천신들, 태자 보시행에 감동
맹수들 보내 맛디 길목 막아
불길함에 아이들 소식 묻지만
태자, 가만히 앉은 채 묵묵부답
태국 방콕 불교사원의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맛디와 야수들.
태국 방콕 불교사원의 웻산타라자타카(Vessantarajātaka)에서 맛디와 야수들.

웻산타라 태자가 잘리(Jāli)와 칸하지나(Kanhajinā)를 보시했을 때 대지가 크게 울렸다. 이 소리는 천상세계에까지 울려 퍼졌고 수많은 신들이 태자의 고귀한 보시행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신들은 한편으로 태자의 보시행이 완성되어 가는 것에 기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주자카에게 맞으며 끌려가는 아이들의 서러운 통곡 때문에 걱정에 빠졌다.

신들은 생각했다. ‘맛디(Maddī)가 집으로 돌아오면, 태자에게 아이들이 어디 있는지 물을 것이다. 아이들이 보시되었다는 것을 듣자마자 맛디는 아이들을 찾아 나설 것이다. 해지기 전이라면 맛디는 아이들과 주자카를 찾을 수 있다. 이는 태자가 보시행을 완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바른 일이 아니다.’

신들은 왕카산의 신령 3명에게 각각 사자, 호랑이, 표범으로 변해서 맛디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을 지키라고 했다. 맛디를 막아서서 한밤중이 되어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다른 야생동물들이 맛디를 해치지 못하도록 지키라고 신령들에게 명령했다.

아침에 집을 나선 맛디는 하루 종일 지난밤에 꾸었던 악몽 때문에 불안했다. 그녀는 빨리 과일과 뿌리를 모아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걱정 때문에 서두르면 서두를수록 일이 더디게만 진행되었다. 그녀의 손은 떨렸고, 수건이 자꾸 떨어졌으며, 과일바구니는 어깨에서 계속해서 흘려 내렸다.

‘오늘 내가 왜 이러지? 일이 잘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벌써 저녁시간이 되어 버렸구나. 아이들이 집에서 목마르고 배고파하며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만 집으로 가야겠다.’

맛디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나서자 사자와 호랑이와 표범이 나타나 길을 막고 앉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유일한 길이 막히자 맛디는 그 자리에 서서 서럽게 소리쳤다.

“숲의 지배자시여, 강력한 동물의 왕이시여, 저는 당신들과 같은 왕가의 일원입니다. 제발 이곳을 지나 집으로 돌아가게 해주세요. 당신들은 오늘밤 집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아이들을 볼 것입니다. 제발 저도 집으로 돌아가서 사랑하는 잘리(Jāli)와 칸하지나(Kanhajinā)를 볼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제발 저를 보내주세요.”

맛디가 애원했지만 야수들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이들은 해가 지고 달이 중천에 떠오른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맛디가 집으로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맛디는 은신처 입구에 도달했지만 아이들을 볼 수 없었다. 그녀는 걱정을 하며 소리쳤다. “아이들아, 너희들은 항상 이곳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채 귀를 쫑긋 세우고 나를 기다렸다. 왜 오늘 이곳에서 잘리와 칸하지나를 볼 수 없단 말인가. 아이들이 죽어버린 것인가. 왜 우리의 은신처가 이렇게 조용하기만 하지? 어떻게 새들마저도 침묵하고 있단 말인가!”

맛디는 은신처에 가만히 앉아있는 웻산타라 태자에게 달려가서 과일바구니를 내려놓고 소리쳤다. “태자시여, 왜 아무런 말씀도 없으신가요? 아이들은 어디에 있나요? 지난밤의 악몽 때문에 불안합니다. 맹수가 아이들을 물고 가버렸나요? 아이들이 멀리까지 놀러 나간 것인가요? 혹시 벌써 잠에 든 것인가요?” 태자는 아무런 대답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

황순일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sihwang@dgu.edu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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