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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샬롯 조코 벡-하

선불교와 심리학을 접목해 새로운 학문 영역 개척

샌디에이고 센터 주지 임명 후
각종 세미나 개최로 인기 상승
반평생 강연·집필로 교육 앞장
미국 내 선불교 위상 새로 정립

샌디에이고에서 좌선을 하는 조코 벡 (오른쪽 두번째).
샌디에이고에서 좌선을 하는 조코 벡 (오른쪽 두번째).

1978년, 조코 벡은 매주미 로시 스님의 세 번째 제자가 되며 삭발을 거행했다. 삭발식이 끝나자 그 순간을 함께 하기 위해 모인 그의 친구들은 새로운 길을 선택한 그를 축하했다.

그 누구보다도 깊은 지적 호기심을 지녔던 조코 벡은 불교의 기본 철학과 율법뿐 아니라 불교의 전통과 역사, 서로 다른 종파들, 또 불교와 관련된 학문을 공부해 나갔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관심이 많았던 심리학을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며 기본 심리학과 불교 심리학의 연관성을 진지하게 연구했다.

1983년 가을, 조코 벡은 샌디에이고에 마련된 선불교 센터 주지가 됐다. 1960년대 중반, 단지 세 사람만이 좌선하기 위해 모임을 하곤 했던 샌디에이고에 이제 선불교 센터가 들어서며 서부 지역에서 선불교의 급성장을 알렸다. 이듬해 2월, 조코 벡은 ‘선불교가 미국에서 어떻게 활성화돼야 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세미나를 개최했다. 뛰어난 지적 내용과 편안한 분위기에서 열리는 세미나가 입을 통해 전해지며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샌디에이고 선불교 센터에 모여들었다. 세미나가 인기를 끌며 선불교 센터에 등록하는 불자 수는 점점 더 늘어나갔다.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그는 청중들의 나이 혹은 사회적 배경, 성별, 그들의 자발성 정도에 따라 그때 그때 적합한 방향으로 강연을 펼쳐갔다.

교외의 소박한 건물에 불과한 샌디에이고 선불교 센터는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어느 불교 사원보다도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나갔다. 명상, 염불, 절하기, 혹은 다양한 스님들을 초청해 법문을 듣고 참선을 하는 등 여러 활동을 통해 센터에 오는 불자들이 불교에 좀 더 쉽고 가깝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왔다.

여든을 넘긴 때에도 일주일에 5일은 명상 세미나를 개최해 스스로 불자들을 이끌어 나갔다. 또 세미나가 끝나면 참석한 불자 한 명 한 명을 만나 질문을 받고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점을 살펴나갔다. 그의 지도하에 참선을 이어가던 5명 스님들의 도움을 받아 샌디에이고뿐 아니라 캘리포니아주, 일리노아주, 뉴욕 등에 있는 선불교 센터 운영을 도왔다. 84세의 나이에도 그의 에너지와 열정은 그칠줄 모르고 점점 더 불타올랐다. 심지어 호주에 선불교 센터가 세워질 수 있도록 돕기까지 했다.

만약 누군가 조코 벡이 선불교 교육에 있어서 혁명을 일으킨 주인공이라 말한다 해도 이는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는 정통적인 선불교 철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하며 정통성을 이어나갔을 뿐 아니라 선불교와 심리학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학문 영역을 창조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의 새로운 불교 철학에 대한 시각과 해석은 많은 심리학자와 정신과 의사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실제로 그가 분석한 불교에 입각한 심리학이라는 새로운 이론들은 심리학계 전문학자들로부터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1989년 그는 ‘선불교 그리고 사랑과 일’이라는 제목의 책을 발간했다. 2006년 89세의 생일을 보낸 후 그는 애리조나주의 프레스콧으로 이주해 2010년까지 강연과 집필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2011년 6월 15일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조코 벡은 분명 미국 내 선불교 위상을 새롭게 정립한, 그리고 미국 선불교 전파의 역사를 새롭게 쓴 장본인이다. 중년의 나이에 우연히 접한 불교에 모든 열정과 집중력을 쏟아부었고 또 깊은 지적 호기심과 그에 동반되는 날카로운 분석력, 또 빠른 이해력으로 불교 철학의 새로운 영역을 창조해나간 조코 벡은 불교 철학 연구의 역사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례를 남긴 인물이다.

알랭 베르디에 저널리스트 yayavara@yahoo.com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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