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우산 비닐과 빨대 그리고 소비의 격
104. 우산 비닐과 빨대 그리고 소비의 격
  • 최원형
  • 승인 2018.07.10 10:54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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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를 만드는 물건은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비오는 날 등장하는 우산 비닐
미끄럼 방지하지만 쓰레기 생산
카페 비치된 빨대도 쓰레기 원흉
사용시간은 적지만 생태계 파괴

세상에는 두 종류의 물건이 있다. 필요한 물건과 필요를 만드는 물건! 어떤 게 필요한 물건이고 필요를 만드는 물건이란 또 무엇일까? 요즘처럼 물건이 홍수인 시대에 이 두 종류 물건에 대한 성찰은 매우 절실하다. 안경의 발명은 단순히 밝은 세상을 선물한 것을 넘어서 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을 가능케 했다. 시력이 낮은 이들에게 안경은 심지어 또 하나의 눈이 됐다.

빨랫줄과 집게 역시 매우 필요한 물건이다. 만약 이 둘이 발명되지 않았더라면 우리의 일상은 매우 불편했을지도 모른다. 빨랫줄은 좁은 공간을 몇 배나 늘려줬다. 그 덕에 제법 많은 양의 빨래도 좁은 공간에서 너끈히 널어 말리는 일이 가능해졌다. 바람 부는 날 만약 집게가 없었다면 바람에 날려가는 빨래를 잡으러 다니느라 하루를 다 썼을지도 모른다. 우산 역시 필요한 물건이다. 비 내리는 날에도 바깥 활동을 가능하게 해줬다.

사소하게 보일 수도 있는 물건이 갖는 힘이라고 하겠다. 이렇듯 우리 삶을 좀 더 편안하게 만들어주었기에 없으면 매우 불편할 물건을 일컬어 필요한 물건 또는 필수품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필요를 만드는 물건을 뭘까?

지난주 우리나라에는 태풍 ‘비의 신’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렸다. 비 오는 날이어도 바깥 활동이 좀 번거롭기는 하나 큰 제약이 따르지 않는 건 무엇보다 우산 덕분이다. 그런데 그 우산 때문에 비만 오면 보고 싶지 않은 풍경을 봐야하는 괴로움이 또한 생긴다. 우산 비닐이다. 비가 오는 날이면 어지간한 건물 입구마다 우산 자동 비닐 포장기가 놓인다. 우산 비닐 커버가 등장하게 된 것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모르겠으나 실내건축 바닥재와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매끄러운 재료로 건물 바닥을 마감처리하다 보니 적은 양의 물기도 때론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그런 사고가 더욱 잦았고 그 결과 우산 비닐 커버가 등장하게 된 게 아닌가 싶다.

적어도 현재 우산 비닐 커버를 쓰는 백화점이나 관공서 등에서는 이런 이유를 댄다. 미끄럼을 방지하는 하나의 방법이니 이것 역시 필요에 의한 발명이긴 하다. 그런데 그 커버는 오랜 시간 썩지 못하는 비닐로 만든다는 게 함정이다. 바닥에 깔개를 하고 물이 최대한 덜 떨어지도록 하는 등의 노력보다 장당 고작 20원도 안 되는 비닐 한 장이면 문제를 간단히 해결해주는 게 우산 비닐 커버였다. 사용자 입장에서 매력적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우산 자동 비닐 포장기가 놓인 곳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본 적이 있다. 우산 비닐이 준비된 곳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은 우산의 물기를 털 생각을 거의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그것이 거기 있으니 우산을 갖다 대고 비닐을 씌웠다. 그 자동포장기 곁에는 나온 사람들이 버리고 간 우산 비닐이 통 안에 한 가득 쌓여있었다. 딱 한번 쓰고 버려지는 그 비닐을 써도 좋으련만 아예 그곳에 그게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듯했다. 그래서 비가 그치고 나면 한번 쓰고 버린 우산 비닐이 매우 수북이 쌓였다. 그 비닐 안에는 물도 흥건했다. 대체 어떻게 저 비닐들이 처리될지 궁금했다.

올 초 중국의 폐비닐 폐기물 수입 금지조치 이후 우리나라에는 쓰레기 대란이 있었다. 여전히 원인은 해결되고 있지 않다. 폐비닐에 관심이 쏠리며 급기야 서울시에서는 우산 비닐을 모든 전철역에서 치워버렸다. 그리고 큰비가 내렸다. 전철역사내에 있는 바닥재도 역시나 매끄럽다. 물로 흥건해진 바닥을 닦느라 청소하시는 분들이 매우 분주했다. 우산을 접고 실내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들어서기 전에 우산을 몇 번만 툭툭 털었다면 어땠을까? 우산을 살 때 딸려오는 우산집에 툭툭 턴 우산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개개인이 이렇게 우산을 갈무리했다면 바닥이 물로 흥건했을까? 전철역사에는 우산의 물기를 터는 통도 준비해뒀다. 그러나 그 통은 금세 쓰레기로 가득 채워졌다.

컵에 든 물을 마시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까? 부득이 신체가 불편한 이들을 위해 빨대가 필요한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 사람들에게 빨대는 필요치 않다. 그런데도 카페마다 비치돼 있고 게다가 공짜다. 필요를 만들어 소비하는 전형적인 물건이 아닐까 한다. 아주 잠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빨대, 그리고 우산 비닐이야말로 필요를 만드는 물건이 아닐까?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는 물건이야말로 필요를 위한 물건이다. 굳이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면 그건 안 쓰는 게 맞다. 소비에도 격이 필요한 시대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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