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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한국불교, 이 시대·사회 책임지라 ⑦ 휴암스님, 1987년 ‘한국불교의 새얼굴’

기자명 법보

현실 도외시한 종교는 한낱 말장난일 뿐

시대를 책임지는 게 종교 역할
불사는 부처님 법 실천하는 것
불공아닌 법회중심으로 변해야

아무 사상도 기준도 없이 맹목적으로 그저 세상을 허망타고만 하다가 결국 세상일에 더 어둡고 더 약해져서 세상일에 더 잘 빠져드는, 세상을 ‘초월하는 것이 아니라 무능하여’ 도리어 하찮은 일에도 세상에 더 잘 말려드는 그런 불교가 되어선 안 될 것이다. 피하는 자는 결국 피할 수도 없다. 정복해야 된다. 차지해야 된다. 부서뜨려야 한다. 우리는 이 나라, 이 역사, 이 백성, 이 사회를 불교가 책임진다는 기백을 보이자. 왜 자기 영토를 빼앗기는가? 마음씨가 좋아서 빼앗기는 것인가?

이제는 스님들이 법문하는 내용도 과거와는 달라져야한다. 우리는 하루 속히 불공 중심의 사찰 운영에서 법회 중심의 사찰 운영으로 체제정비를 해야 한다. 이 일은 우리가 신명을 걸고 이 시대에 해내야 할 불교의 운명에 직결된 과제이다. 불교는 이 시대의 백성생활을 불교적으로 중심을 잡아주어야 할 책임을 보여야한다. 그렇게 해놓고, 신도들에게 ‘왜 절의 임무를 소홀히 하나’ ‘왜 절에 안 나오나’하고 명령, 호령할 수 있는 스님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지배주의를 권장하는 뜻이 아니다. 진리의 권위를 그 정도는 세워야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권위란 불교의 진리가 참으로 인간의 생활을 책임져 줄 수 있다는 불교인의 신념을 뜻한다.

그러한 신념을 보이지 못하는 푸념주의적 종교는 있을 필요가 없다. 종교는 오직 권위이며, 그 권위는 지배주의나 오만한 군림주의 따위가 아니라 동료, 인류를 책임진다는 태도이다. 얼마나 좋은 권위인가? 참 진리는 책임감을 가진다. 참 종교는 이 시대가 온통 내 책임이라고 한다. 그럴 자신이 없는 종교는 해서 무엇을 하겠는가? 불교의 진리를 만나면 인간이 훌륭해질 수 있다는 표적을 보이라. 나는 그 종교 지도자의 수준이 높아지지 않고서는 신도의 종교적 자세가 높아질 수 없다고 단언하고 싶다. 이제 스님들은 불교 신도는 사회생활 전반에 있어서 타 종교의 신도보다 인간적으로 더 훌륭하다는 것을 실제로 보여줄 책임감을 가져야한다. 그런 책임감만 가지면 지금까지의 그런 식의 시시한 포교 법문은 안 할 것이다.

우리는 신도와 백성들의 가슴 속에 양심의 수준을 높여주는 것으로 ‘참 탑 쌓음’의 새 뜻을 삼고, 사리탑·돌탑 쌓는 헛된 정열을 중지해야 한다. 부처님 단 한 분으로 족하도록 하자. 부처님만 섬기고 법만 행하도록 하자. 사리탑·돌탑 억천만 개 쌓는 것보다 좋은 불교사상서 하나 남기는 것이 낫다. 이제 우리는 돌탑이 높아질수록 마음의 탑은 도리어 낮아지기만 했음을 명심하고, 새 시대의 정신을 이끌어 가기 위해 스님들과 불교인은 분투해야겠다.
 

휴암 스님

우리의 법문은 신도의 마음에 도덕적인 노력을 하도록, 양심에 일대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법문이어야 한다. 우리의 법문은 윤리적이어야 한다. 지나친 철학화는 궤변에 가깝고, 타락이요, 퇴폐풍조이며, 무기력한 현실도피이며, 속임수이다. 모든 이론 이성은 궁극적으로 세계와 우주에 대한 올바른 태도를 가르치는 수단에 불과하다. 도리어 참 철학이라면 관념의 유희를 위한 지식철학을 철폐하고, 돈이나 물질과 인간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실질적 변화를 강요하는 행동철학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불교철학이라면 이젠 반드시 백성들의 생활을 일체 적으로 취급하는 사회정의의 문제에 대한 불교적 태도부터 밝혀야 한다.

불교이론이 단순히 실존의 심화에만 이바지하고, 현대인들이 갈 길을 밝히며 선도하는 산 철학을 목 말라하고 있는 점은 도외시하면서 묘유를 논하고 보살행을 들먹거린다면, 이는 불교가 현실과의 연관성이 박약한 절름발이 진리가 되고 말 것이며 끝내는 그묘유조차 공허한 것이 되어 결국 자신의 진공도 한갓 말장난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1447호 / 2018년 7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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