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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정원 채운 승가대학, 전국 14개 중 단 2곳 불과

기자명 권오영
  • 교계
  • 입력 2018.07.12 21:12
  • 수정 2018.07.12 22:53
  • 호수 1448
  • 댓글 2

진광 스님, 교육원 세미나서
사찰승가대학 학인현황 공개
중앙승가대도 입학정원 못 채워
기본교육기관 조정 등 불가피
임의조정 반대 의견도 많아

조계종 교육원과 교육위원회는 7월12일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조계종 승가교육 개선방안'을 주제로 종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조계종 교육원과 교육위원회는 7월12일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조계종 승가교육 개선방안'을 주제로 종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전국 14개 사찰승가대학 가운데 학년별 정원 10명 이상의 규정을 충족하고 있는 승가대학은 단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조계종 기본교육기관 가운데 하나인 중앙승가대도 120명 입학 정원 가운데 조계종스님은 30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향후 조계종 기본교육기관 운영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진광 스님은 교육원과 교육위원회가 7월12일 서울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조계종 승가교육 개선방안’ 종책세미나에서 기조발제를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진광 스님은 “조계종은 기본교육기관으로 중앙승가대, 사찰승가대학, 기본선원, 동국대를 운영하고 있지만 각 교육기관마다 매우 열악한 교육환경에 노출돼 있다”며 “특히 사찰승가대학의 경우 종법령에서 정한 학인 정원기준을 충족하는 곳은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조계종 ‘승가대학운영에 관한 령’에 따르면 기본교육기관은 학년 당 10명 이상, 전체 40명 이상의 정원을 두도록 했지만 이를 충족시키고 있는 사찰승가대학은 운문사와 통도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 승가대학 전체 학인수 40명 이상을 충족하는 곳도 운문사(99명), 통도사(48명), 봉녕사(41명)에 그쳤다. 통도사와 함께 조계종 삼보사찰로 꼽히는 해인사(33명)와 송광사(23명)조차 종법령의 학인 정원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찰승가대학에 입학하는 학인수는 매년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2017년 사찰승가대학의 입학생 현황에 따르면 운문사가 22명으로 가장 많았고, 통도사 12명, 송광사․불국사 8명, 해인사․동학사․범어사 7명, 봉녕사․화엄사․청암사 6명, 동화사․수덕사․법주사 3명, 쌍계사 2명 순으로 집계됐다. 중앙승가대의 경우도 매년 120명의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앙승가대에 입학한 조계종 스님은 37명에 그쳤고, 올해 입학생도 27명에 불과했다.

진광 스님은 이 같은 원인을 “사회적 출산율 감소에 따라 출가자 감소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스님은 “1980년대 중후반부터 시작된 출생자 감소, 인구 고령화, 1인 자녀 등 사회 인구학적 측면과 종교를 외면하는 종교문화적 현상이 맞물리면서 출가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2025년 이후에는 출가자가 고갈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교육원이 밝힌 최근 10년간 사미(니) 수계 현황에서도 1999년 532명(사미 306명, 사미니 226명)을 정점으로 출가자가 매년 큰 폭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년에는 204명(사미 130명, 사미니 74명)으로 1999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했고, 2016년에는 더 줄어 157명(사미 104명, 사미니 53명), 2017년에도 151명(사미 94명, 사미니 57명)에 불과했다.

출가자 수 감소는 사찰승가대학에 입학하는 학인수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수년 내에 사찰승가대학에 입학하는 학인이 1명도 없는 곳도 속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광 스님은 “이런 상황에서 현재와 같이 기본교육기관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기본교육기관 수 조정 등 대폭적인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진광 스님은 기본교육기관 개편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하며 “이제는 기본교육기관 운영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특히 진광 스님은 이날 기본교육기관 조정과 관련해 △현행 14개 사찰승가대학을 6개(사미 4개, 사미니 2개) 내외로 조정하는 방안 △동국대 불교학부를 기본교육기관에서 제외하는 방안 △중앙승가대만 기본교육기관으로 인정해 모든 학인을 수용하는 방안 △동국대와 중앙승가대 법인을 통합 △기본교육기관에서 기본선원은 제외하는 방안 등 5가지를 제시했다. 또 기본교육기관의 수학기간도 조정과 관련해 △기본교육기간 수학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방안 △기본교육과정과 전문교육과정을 ‘3+2’년제로 통합하여 의무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 △기본교육과정과 전문교육과정을 ‘2+2’년제로 통합해 의무교육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 등도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국 사찰승가대학 등에서 100여명이 넘는 스님들이 참석해 승가교육개선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전국 사찰승가대학 등에서 100여명이 넘는 스님들이 참석해 승가교육개선에 대한 큰 관심을 반영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는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승가교육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것에는 일부 공감하지만 사찰승가대학을 비롯한 기본교육기관을 임의로 조정하는 안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이 다수 나왔다.

화엄사 주지 덕문 스님은 “현재 교육원은 군소 단위의 사찰승가대학에 대해 지원을 하지 않고 스스로 고사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이어 “지금 이 시대 필요한 승가교육은 전통적인 율장과 경전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비록 학인 수가 작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찰승가대학을 운영하고 있는 사찰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전통강원교육이 부활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화사 승가대학장 양관 스님도 “불교는 다양성이 존중되어야 함에도 현행 교육정책은 지나치게 하나의 기준으로 모으려는 경향이 있다”며 “학인 수가 작으면 교육이 제대로 진행될 수 없다고 하지만 과거에도 전통강원의 졸업하는 학인이 1~2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런 곳에서 배출한 선지식도 많았다. 숫자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며 임의적인 기본교육기관 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운문사 승가대학장 일진 스님도 “교육개선 방안이라는 제도적 명목아래 기본교육기관을 축소조정하는 것은 매우 염려스러운 일”이라며 “각 승가대학의 자율에 맡겨 양보다는 질적 향상과 내실을 기하게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또 수학기간 조정에 대해서도 “(빨리 전법교화에 나서야 한다는 이유로) 기본교육기관의 수학기간을 3년으로 단축하는 것은 반대한다”며 “3년은 세상을 향해 온전하고 당당하게 흔들림 없이 걸어 나가기에 부족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기본교육기관 조정 등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도 나왔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에 대한 사회적 욕구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스님들이 교학적 토대 위에서 정신적 수행을 지도할 수 있는 전문성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문제를 기본교육과정에서 충분히 배울 수 있도록 종책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기본교육기관을 중앙승가대로 일원화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중앙승가대는 새로운 교육패러다임을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시설과 교육인적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며 “학기 중에는 중앙승가대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방학 중에는 사찰승가대학에서 수행과 습의를 담당하면서 상호 협력한다면 새로운 승가교육의 체계와 전통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본교육기관 조정과 관련해 여전히 교육원과 사찰승가대학간의 뚜렷한 의견차이가 있음이 확인됐다. 때문에 기본교육기관 조정 및 수학기간 조정 등 교육제도 개편을 위해서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오늘 세미나는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향후 승가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하는지에 대한 교육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기 위한 자리”라며 “오늘 발표된 의견을 정리하고 향후 교육전문가와 이해관계자 등의 여론 수렴 등을 통해 바람직한 승가교육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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