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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패싱’ 현상, 어떻게 고착화 됐나

  • 교계
  • 입력 2018.07.16 09:56
  • 수정 2018.07.18 17:49
  • 호수 1448
  • 댓글 1

일부 언론들 범계의혹 부각
교계 단체에서 확대 재생산
불교 도덕성‧신뢰도 하락
의혹당사자 명확한 해명 과제
종헌종법 절차 따라 해결해야

근래 정부 기관들의 불교 홀대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도 조계종의 노력은 생략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한 바레인 마나마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현장.
근래 정부 기관들의 불교 홀대 현상이 두드러진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과정에서도 조계종의 노력은 생략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한 바레인 마나마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 현장.

조계종에 대한 ‘패싱논란’은 종단 지도층의 범계의혹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많다. 총무원장을 비롯해 교구본사주지 스님 등에 대한 각종 추문과 범계의혹이 MBC PD수첩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종단의 도덕성과 위상이 크게 실추됐기 때문이다. PD수첩 등의 보도가 객관성이 결여된 선정적 보도라는 비판이 많지만 이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총무원장 스님과 관련된 의혹은 지난해 10월 제35대 총무원장 선거에서부터 비롯됐다. 설정 스님은 당선 기자회견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의혹을 해명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지만, 이후 수개월이 지나도록 의혹해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러는 사이 설정 스님에 대한 의혹은 눈덩이처럼 커졌고, 급기야 “복직되면 조계종 문제를 다루겠다”고 공언한 최승호씨가 사장에 취임하자 MBC는 PD수첩을 통해 설정 스님 등 종단 집행부에 대한 의혹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조계종 측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교계 인터넷 매체의 대표를 출연시키고, 그의 일방적 주장을 객관적 검증 없이 담았을 뿐 아니라 특정인의 신상정보를 노출해 공정성 및 위법성 논란이 제기되긴 했지만 PD수첩의 보도는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비판여론이 커지자 조계종은 의혹규명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상파악에 착수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이런 가운데 교계 일부 인터넷 매체와 단체들이 종단 집행부에 대한 의혹을 확대 재생산하고 이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면서 조계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 확인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이들은 ‘의혹 부풀리기’에만 급급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심지어 ‘종단 정상화’를 발원하며 서울 조계사 앞에서 20여일째 이어가고 있는 노스님의 단식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를 앞두고 ‘종단 비방’ 등으로 징계를 받은 명진 스님의 단식 때처럼 대중집회를 열고, 불교계와 연관도 없는 단체 대표들을 끌어들여 연대방문, 지지발언 등을 이어가면서 불교계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 단체의 비상식적인 행보도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최근 ‘조계종을 걱정하는 스님들의 모임’이라는 단체는 노스님의 단식을 이유로 ‘승려대회를 개최하자’는 설문지를 배포하면서 전국선원수좌회의 동의도 없이 명의를 도용해 전국 사찰에 우편물을 발송해 논란을 빚었다. 또 자신들의 요구한 광고를 실어주지 않는다며 특정 언론사를 단체로 찾아가 항의하고, 언론사 앞에서 “기레기 언론”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진행하면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적폐청산시민연대 공동대표가 늦은 밤 총무원 기획실장에게 전화문자를 보내 “노스님이 입적하시면 목숨을 건 싸움이 시작될 거예요. 피하고 싶으면 지금 피하세요. 용서를 두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단체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일반 언론도 노스님의 단식을 부각시키는 보도를 내면서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관규 동국대 언론정보대학원장은 “이번 사안은 총무원장스님에 대한 의혹이 사실이냐, 아니냐의 여부를 확인하는 게 본질이라는 점에서 언론보도도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노스님의 단식을 부각하는 것은 특정단체의 정치적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으로 객관적 보도로 보기 어렵고, 종단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계 인터넷 매체와 일부 단체들의 의혹제기가 계속되면서 조계종은 내부갈등과 그에 따른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로 인해 조계종의 위상 또한 급격히 실추되고 있다. 때문에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종단 안팎의 의견을 종합하면 현재의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총무원장스님 등 의혹 당사자의 분명한 해명이 우선 필요해 보인다. 특히 제기된 의혹에 대해 언제까지, 어떻게 해명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게 종단 안팎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종단 지도층에 대한 불신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선거법을 개정해 각종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를 철저히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거과정에서 의혹이 제기되면 이에 대한 명확한 해명 혹은 검증을 통해 논란을 사전에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종단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종단 운영의 기본 토대가 되는 종헌종법의 권위를 존중하려는 공감대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있다. 특정인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 종단의 사정기구를 통해 사실여부를 판단하고, 종헌종법의 절차에 따라 사안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확인되지 않은 의혹을 확대해석하고 사회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것은 종교적 자율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불교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일이 선례가 될 경우 향후 조계종에는 이 같은 악순환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많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어느 조직이든 문제가 있기는 마련이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문제제기를 하는 방식에 있어 조직의 근간까지 훼손하려 해서는 안 된다”며 “종단 지도층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고 해서 종단 내부의 절차와 제도를 무시하고 밖으로 문제를 야기하는 것은 적절한 대응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불교는 전통적으로 ‘갈마’라는 방식으로 내부문제를 해결해 왔다”면서 “종단 혼란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대안은 투쟁이 아닌 불교적 논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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