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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불교 위상 하락…‘조계종 패싱’ 현실화

  • 교계
  • 입력 2018.07.16 09:58
  • 수정 2018.07.17 16:14
  • 호수 1448
  • 댓글 13

범계 의혹에 정관계 외면 분위기
불교문화·정책 추진 과정서 소외
종교인과세·자연공원법 개정부터
세계유산 ‘산사’ 등재까지 홀대

불교에 대한 계속되는 의혹과 비판여론이 확산되면서 한국불교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고 '조계종 패싱'도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지난 4월 봉행한 한반도평화기원법회.
불교에 대한 계속되는 의혹과 비판여론이 확산되면서 한국불교의 위상이 크게 실추되고 '조계종 패싱'도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가 지난 4월 봉행한 한반도평화기원법회.

불교 관련 정책의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요 협의 대상인 조계종이 잇따라 배제되면서 ‘조계종 패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불교에 대한 계속되는 의혹과 비판여론이 확산되면서 한국불교의 위상이 크게 실추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환경부가 7월3일 자연공원법 개정안을 40일 동안 입법예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환경부는 관람료 등 이해 당사자인 조계종과 실무적인 논의 테이블을 일체 갖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에 국립공원협의체를 만들어 불교계 입장 등을 경청하면서 정책이나 법률을 만들어나가자고 제안했던 조계종은 입장이 난감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3월6일 교구본사주지회의에서 ‘(가칭)공원 및 문화재 관련 정책 개선을 위한 종단대책위원회’를 통해 문화재관람료 제도 등 2중 3중으로 사찰을 옥죄는 관련법 등을 정부 각 부처와 TF팀을 꾸려 협의한다는 방침도 무색해졌다.

결국 조계종은 7월4일 국립공원제도개선 관련 소위원회 회의를 긴급 소집하고 대책 강구에 나섰다. 이날 회의에서는 “불교의 권리가 빠졌다”며 환경부의 일방적 개정에 대한 불만이 표출됐다.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하 ‘산사’)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는 과정에서도 조계종은 소외됐다. 연합뉴스 등 주요 언론들은 대표 행정부서인 문화재청 노력에만 주목했다. 문화재청이 바레인에서 자체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함께 고생해왔던 조계종은 홀대했다는 게 현지에 참석한 종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하지만 문화부에 따르면 이번 세계유산 등재는 조계종이 구성한 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원회의 역할이 컸다.

앞서 문화재청은 다른 사찰에 비해 규모가 작다는 등 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의 역사적 중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이에 문화부와 산사등재추진위원회는 연속 유산으로서 산사의 특징과 수행·예경·선교학 등 무형적 요소들을 강조하는 보충자료(정오표, factual errors) 작성은 물론 지지 교섭자료를 제작해 외교부를 통해 각국 유네스코 대표단에 보냈다. 노르웨이와 호주 등 각국 대표단이 정오표에서 봉정사, 마곡사, 선암사의 역사적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산사’의 세계유산 등재가 가능했지만 주도권을 쥔 문화재청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조계종 패싱’ 현상은 6월26일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비서실 2기 인선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청와대불자회장이던 하승창 사회혁신수석이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양천을 지역위원장으로 교체되고 청와대를 나오면서 청불회장직도 공석이 됐다. 청불회장이 공석이 되는 상황이었지만 조계종은 아무 연락도 받지 못해 뒤늦게 인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인사라고 하지만 미리 연락을 줬던 과거와 다른 분위기”라며 “과거 33, 34대 집행부 시절엔 없었던 일”이라는 게 조계종 관계자 설명이다. 또 개인적 사정을 밝혔지만 7월11일 김판석 인사혁신처장 예방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종단 내부에서는 “이런 홀대까지 받으면서 청불회를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자조와 “점점 정부 및 고위층 인사들과 소통이 막히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실상 ‘조계종 패싱’ 분위기는 스님들이 일방적으로 탈세범법자로 몰릴 위기에 처했던 지난해 연말부터 감지됐다. 기획재정부가 소득세법 시행령(일명 ‘종교인과세’) 개정을 추진하면서 ‘법문비’ ‘기도비’는 물론 선원 수좌스님들에게 지원되는 최소생계비인 ‘해제비’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과세 시행을 불과 6개월 앞두고서야 종교계의 의견을 수렴했고, 특히 조계종과는 2017년 8월30일 김동연 부총리가 방문한 이후 2~3번 논의를 진행한 게 전부였다. 지난해 12월 수행지원비까지 ‘소득’으로 규정하고 납세신고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종교인과세’가 다시 입법예고됐고, 조계종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종단이 시끄러울수록 정관계 인사나 정부 부처가 불교를 배제하는 경향이 짙다”며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불교는 제3의 종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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