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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지망월(見指忘月)

워마드와 가톨릭 여성차별

급진적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WOMAD)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시위현장에서 남성혐오 발언들이 이어지더니 안중근, 김구, 윤봉길 같은 남성 독립투사들까지 테러범으로 폄훼하면서 극단적 남성혐오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예수의 살과 피를 상징한다는 빵(성체)에 욕설을 쓰고 불에 태운 모습을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가톨릭 주교회의가 신성모독이라며 반발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차별과 불평등을 개선하겠다는 뜻에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가했던 나쁜 행동들을 똑같이 함으로써 거울을 보듯이 남성들에게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겠다는 이들의 의도 또한 이해 못 할 것도 없다. 그러나 최근의 행동들은 미러링(mirroring) 또는 반면교사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남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혐오와 언어폭력은 장애인과 성소수자 등 약자와 연대해 평등사회를 지향했던 여성운동의 성과마저 무위로 돌리는 위험한 행동이다. 나치독일이 저지른 만행을 독일 사람들에게 그대로 되돌려줘 잘못을 일깨우겠다는 것만큼이나 소름끼치는 일이다.

그럼에도 견지망월(見指忘月). 즉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는 지적도 돌아봐야 한다. 자극적 행동에 분노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성차별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고 함께 해소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가톨릭에 대한 비판은 새겨들을 것이 있다. 가톨릭은 여성에 대해 유독 차별이 심한 종교다. 여성 성직자를 인정하지 않고 동성애와 같은 문제에도 완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진보적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여성사제 탄생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은 적이 있다. 이런 가톨릭 내부의 여성차별문제를 애써 외면한 채 신성모독으로 사안을 호도하려는 행위는 옹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지금 보지 못하면 훗날 칼이 가리키는 달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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