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균등한 분배 없이 화합은 없다

“균등하면 가난이란 없고, 화합이 이루어지면 부족함이 없으며, 안정되면 위태로움이 없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 말씀이다. 분배의 균등함, 국민의 화합, 그를 통해 이루어지는 내적인 안정이 국가 존립의 근본요소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그리고 화합의 전제조건은 분배의 균등함이요, 안정의 전제조건은 국민 화합이라는 것을 그 말 속에 담고 있다. 그러한 중요한 요건 가운데 분배의 균등함이 첫 번째 요건이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자는 신분적 차등이 있는 사회를 인정하고 있으니 절대 공산주의자가 될 수 없다. 그렇다면 그가 말한 균등함이란 무엇일까? 현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가질 만한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만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그 가짐을 납득할 수 있음을 말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하여 균등하지 않다 함은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나 계층이 가진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심하면 그 가진 것을 매도하고 질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를 보면 어떨까? 특히 가장 많은 부를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재벌계층을 비롯한 경제적 최상위 계층을 보는 일반 국민들의 시각은 어떨까? 그들이 정말 가질만한 사람들이고, 그들의 정당한 노력에 의해 그것을 가지게 되었고, 또 가진 만큼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수긍하는 편일까? 전혀 아니라고 말한다면 이것이 필자의 편견일까?

정당하고 투명한 부의 축적 과정이 있었고, 그것을 가진 사람답게 그 사회적 역할을 잘 하고 있다면, 그러한 부자들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리고 당연히 존경을 받게 된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그 부의 축적 과정에 정당하고 투명하지 않은 점이 있었으며, 그들이 가진 자 다운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 또한 분명하다.

급격한 경제성장의 과정 중에 피치 못하게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정치의 비호를 받으면서 부의 집중을 이뤄낸 과거가 있었다. 부동산 투기 등을 통해 형성된 ‘졸부’가 무수히 나올 수밖에 없었고, 부자로 살아가는 도리를 전혀 모르는 이러한 졸부들의 비도덕적이고 반사회적인 행태가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러한 일들이 ‘균등함’을 깨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가난이라는 것은 거의 상대적 빈곤이다. 가질 만하지 못한 사람이 지나치게 가졌을 때 상대적 빈곤감은 극대화되고, 그것은 양극화로 표출될 수밖에 없다. 그 양극화가 바로 화합을 깨뜨리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제 “우선 파이를 키워야 한다”는 논리가 적용될 단계를 훌쩍 넘어섰다. 아니 이제 그러한 논리를 계속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화합을 깨뜨리고 우리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근본 요인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당연히 분배의 균등함에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분배의 균등함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앞에서 말한 대로 가질만한 사람이 가졌다고 말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요즈음 몇몇 재벌이나 대기업들의 행태들이 비판의 수준을 넘어 매도당하는 모습도 우리가 분배의 균등함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가진 사람들에게 정말 가질만한 자격을 요구하는 풍토를 만들고, 오랜 동안 지속된 과거의 불합리한 구조를 청산하는 아픈 과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우려할만한 점 또한 있다. 과거에 수없이 되풀이 되었던, 정치권력이 재벌이나 경제계를 길들이기 위해 썼던 구태의연한 수법이 아니냐는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이는 또한 또다시 불균등을 심화시키고 증폭시키며,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활동의 의욕 자체를 축소시켜 전반적인 경제 침체를 가져오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 또한 우리가 극복해야 할 과거 역사의 망령이다. 지금의 사태가 그러한 과거 망령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국민들이 엄한 감시의 눈을 뜨고 있어야 한다. 한때의 진통이 균등함을 이루고, 화합을 이루고, 안정을 이뤄나가는 초석이 되도록 해야 할 때이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