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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사 화엄석경 세미나 3. 화엄사 석경의 복원 및 활용

기자명 박상국

“화엄석경, 화엄신앙 결과물…복원도 신앙차원서 접근해야”

화엄경을 돌에 새긴 것은
학문이 아닌 신앙의 의미
사경승‧조각가의 정성 담겨
석경 복원은 신앙복원 차원

석경 활용은 화엄경에 담긴
‘신해행증’ 차원서 접근해야
바른 믿음‧이해‧실천으로 유도
교단차원 석경 활용 모색해야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는 지난 6월29일 화엄석경의 복원과 활용방안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화엄석경은 ‘화엄경’을 돌에 새긴 것이다. 돌에 새긴 것은 학문을 위해서 새긴 것이 아니다. ‘화엄경’에 대한 신앙으로 새겼다. ‘화엄경’에서 말하는 신앙이란 무엇인가?

불‧법‧승 삼보와 모든 중생이 본래 부처라는 것을 신앙하라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여러 가지 복합적인 그리고 학문적인 용어가 많이 나오지만 앞에서 든 핵심적인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중언부언한 것이다. 다른 경전도 마찬가지다. 불법승 삼보에 귀의하던지 본래불이라는 것을 깨치라는 것이다. 성불하면 이고득락(離苦得樂)이 된다. 바꾸어 말하면 이고득락이 되면 성불한 것이 된다. ‘화엄경’에서 강조하는 믿음이 그렇다.

화엄사 석경은 실천적 신앙의 결과물로 우리에게 전해진 것이다. 바로 복원은 신앙을 복원하는 일이다. 문화재 보존전승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당해 문화재와 관련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도 예외 없이 정성으로 종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화엄석경 역시 통일신라시대 석경을 제작했던 사경승에서 조각가까지 정성을 다하여 제작했던 민족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존 관리면에서 화엄석경은 어떻게 해야 할까? 조각난 파편으로 어떻게 복원할 수 있을까? 이때까지 석조문화재 보존관리는 남아있는 문화재를 중심으로 보완하고 수리하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일부만 남아 있고 게다가 조각인데다가 재질이 돌이라서 달리 손을 대기가 어렵다. 개별문화재를 특별히 보수할 대상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원 역시 아날로그 방법으로 할 것인가 디지털방법으로 할 것인가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반문화재 보존과는 달리 화엄석경을 전부 돌에 새로 새겨야 할까? 남아 있는 파편을 중심으로 샘플을 만들어 전시하는 방법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고, ‘화엄경’을 전부 석경의 글자체로 복원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화엄석경은 원융무애 정신으로 남북화합과 동서갈등을 치유할 수 있는 표상으로서 화엄사가 주관하여 ‘화엄경’을 매개로하여 혼탁한 사회를 맑히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하라고 우리 앞에 놓여진 것은 아닐까.

석경 역시 사경이 전제가 된다. 화엄석경은 경판과 달리 학술적인 목적으로 제작된 게 아니라 신앙적인 자세에서 제작된 유물이다. 그러므로 화엄석경 복원의 가장 좋은 방법은 동참하는 모든 사람이 참여하여 신앙자세로 마음에 새기는 것이다. 그것이 종이에 사경하든 돌에 조각하든 사업으로서가 아닌 순수한 신앙자세로 돌아가서 하는 것이다. 사경은 부처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작업이다. 정성껏 필사하는 마음을 갖고 새기면 또 다른 성보가 된다. 아니면 석경 보존관리 공간을 마련하여 보존하고 겸하여 ‘화엄경’을 주제로 하여 디지털 수법을 활용하여 화엄의 법리가 마음에 새겨지도록 전문 영화를 만들어 계속 상영하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화엄사에서 ‘화엄경’의 법리를 느끼고 체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그리고 몸과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을 만들었으면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어떻게 복원하는 게 좋을는지 복원하는 방법도 중요하지만, 일을 추진하는 사람과 예산과 예산지원의 속성에 따라 진행되게 마련이다. 해야 되는 방법과 바람직한 논리에 의해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화엄석경은 새긴다는 의미에서 사경이나 조각이 같지만, 무엇보다 화엄사상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어떻게 복원하느냐? 아니면 모조품을 제작하자는 게 아니냐? 이 시대에 걸맞는 보존 전승의 방안은 무엇일까? 작품을 정성껏 제작하여 이 시대의 정신이 담긴 작품으로 그리고 모든 사람들에게 민족의 아픔과 상처가 치유될 수 있는 표상으로 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고, 화엄석경이 불교종단과 화엄사의 부흥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할 수 있는 사경 복원은 어떤 것일까? 복원한다고 모두 수작업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기계를 쓸 곳은 기계를 써야 한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다. 과거에는 없었던 도구가 새롭게 발명되고 활용되고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분야에서 종종 발생하는데, 도구 가운데는 기계식도 있고 수동식도 있다. 그런데 중요무형문화재이니까 수동식으로 하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실제와는 거리가 있는 데도 기록영화에서나 방송에서도 그렇게 한다. 이 화엄석경이 누구나 환희용약(歡喜踊躍)할 수 있는 민족의 문화유산으로 보존 전승되느냐 인간의 욕심의 희생물이 되느냐는 조석으로 예불하고 도량을 청소하는 청정비구스님들에게 달렸다.

화엄석경.

중국 등 외국에서 돌을 수입해서 컴퓨터에서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으로 새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원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스님들이나 사경사들이 한 자 한 자씩 새기는 것과 인공지능에 의한 최첨단 공법으로 그때 그 모습을 되찾게 하는 것과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화엄사 석경복원에는 사경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사경은 부처님 말씀을 옮기는 행위로서 부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는 작업이다. 그리고 오자나 탈자를 없게 하는데 온갖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한 자 한 자씩 정성을 다하여 경건한 자세로 필사하지 않으면 안 되는데, 경전의 필사는 자연스럽게 엄격한 신앙의식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러한 정성이 뭉쳐서 이루어진 작품을 성보(聖寶)라 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에 유래가 없는 찬란한 사경문화를 창출했다. 그 가운데서도 신라 경덕왕 14년(755)에 필사한 ‘백지에 먹으로 쓴 대방광불화엄경’은 ‘화엄경’ 80권을 한 사람이 10권씩 나누어 필사하여 여덟 개의 두루마리로 제본되었던 것인데, 그 가운데 첫 번째와 다섯 번째 두루마리가 전래되었다. 그리고 제10권과 제50권 말미에 발원문(發願文)이 있는데, 이 발원문에 의하면 화엄사 창건자인 황룡사의 연기법사가 발원하여 754년에서 755년에 걸쳐 약 6개월 보름이 걸려 이룩된 사경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여 화엄석경 역시 신라사경과 서체가 유사하다고 발표되었다. 그리고 이 사경은 화엄사 창건주인 연기법사가 발원하였기 때문에 이 화엄석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거의 동시기에 이루어진 것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리고 발원문에는 무엇보다 장엄한 사경의식에 의해서 사경이 이루어졌음을 알려 주고 있다. 화엄사의 석경 복원사업을 하는데 ‘신라백지묵서대방광불화엄경’의 발문이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화엄석경의 구체적인 활용에 대해서는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에 따라 방법이 달라질 수 있다. 화엄석경은 지금껏은 비록 지정되었지만, 돌무더기처럼 보여서 활용까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화엄석경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핵심적인 화엄석경의 활용은 ‘화엄경’의 핵심인 ‘신해행증(信解行證)’ 4글자로 요약할 수 있다. 올바른 믿음, 올바른 이해, 올바른 실천, 실천을 통한 깨달음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삼귀의 사성제 팔정도 육바라밀 등 여러 실천방법이 있다.

보존관리는 어떤 방법으로 하던지 화엄석경의 활용은 ‘신해행증’하라는 것이다. 신(信)은 믿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정서적으로 많이 불안하다. 일부 세력 가운데 자기주장에 대한 정도가 심한 사람들도 있다. 소위 말하는 맹신들이다. 이것은 올바른 앎이 없기 때문이다. 맹목적인 자들이다. 이 사람들은 힘이 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에게는 부작용이 생기는 데 바로 믿어야 된다는 것이다.

바로 알고 믿어야 한다. 바른 믿음을 위해서는 알고 믿어야 한다. 이것이 해(解)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알기는 많이 아는데 행동을 안 하는 사람이 있다. 앞에서 말하는 맹신자들 가운데는 행동을 극렬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그러니 제대로 믿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신, 해, 행은 각각이 아니라 붙어 있다. 그러므로 믿어도 바로 믿고 부작용이 없는 믿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바른 이해를 갖고 믿어야 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이 안다는 것이나 이해하는 것은 머리로 하는 것이고, 믿음은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알고 모르고는 머리에서 하고 좋다 싫다는 마음이 하는 것이다. 머리로 이해하고 마음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모든 행위의 동력은 마음에 있는 것이다.

박상국
한국문화유산연구원 원장

신해행증은 먼저 믿고 공부하고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증득한다는 말이다. 이런 과정에서 믿음이 더 강해지고 이해가 더 깊어지고 실천이 더 쉽게 이루어지고 경험이 풍부해지고 확신이 생기고 깨닫게 된다. 이렇게 되면 믿음이 더욱 확고해지고 이러한 확고한 믿음의 경지로 다가가게 하는 것이 화엄석경의 활용이라고 생각한다.

화엄석경의 복원과 활용을 통한 신해행증은 불교 교단의 전체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화엄사가 화엄석경 보존관리를 계기로 한국불교를 이끌어가는 주도세력으로 자리매김 하기를 바라고 이 불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덕을 쌓는 불사가 되기를 비는 마음 간절하다.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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