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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충청남도 홍성군 상하리사지(上下里寺址) 1

기자명 임석규

마애불이 사찰 입구에 위치한 독특한 형태의 산지가람

홍성의 대표산인 용봉산은
99암자 전설 깃든 불교보고

산줄기 따라 주변지역으로
이름 없는 절터 쉽게 발견

충남지역 10여개 절터 조사
상하리사지1 우선정비 선정

입구에서 나말여초 조성된
3m 정도 크기 마애불 발견

치미·사리호·기와·청자편 등
신라와 고려 유물 두루 출토

조선시대 계속해 이어지는
다단석축·탑지·건물지 발견

상하리사지1 전경.

홍성군(洪城郡)은 충청남도의 북서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북동쪽으로 예산군(禮山郡), 남동쪽에는 청양군(靑陽郡), 북서쪽에는 서산시(瑞山市), 남서쪽으로는 보령시(保寧市)가 접해있고, 서쪽은 서해와 접하고 있다.

홍성지역의 지리 및 지형적인 특징은 높은 산이 적어 평야가 많고 비옥한 토양을 갖춘 농경지가 발달해 있어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1530)에서 “홍주는 호서의 거읍(巨邑)이다. 그 땅이 기름지고 넓으며, 그 백성이 번성하고 많다”고 하였을 정도이다. 즉, 충남의 서해안 중앙에 위치한 홍성군은 변방이라기보다는 살기 좋은 곳이며, 발달한 해상교통로를 이용하여 선진문물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던 지리적 이점을 갖춘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홍성군의 북부 중앙에는 군의 진산(鎭山)이라 할 수 있는 일월산(日月山:394m)을 비롯하여 홍동산(弘東山:310m)·용봉산(龍鳳山:381m)·삼준산(三峻山:490m) 등이 솟아 있다. 이 중 용봉산은 홍성군 홍북읍과 예산군 덕산면·삽교읍에 걸쳐 솟아 있으며,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충남의 대표적인 산이다. 특히 ‘99암자’가 있었다고 전해지는 민간의 전언처럼 산줄기마다 많은 불교 유적이 분포하고 있다. 용봉사를 비롯해 용봉산 주변에는 그 이름조차 전하지 않는 여러 절터가 남아있어 용봉산이 오랜 옛날부터 홍성뿐만 아니라 넓게는 내포지역의 불교 중심지로서 기능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상하리사지1 마애보살입상.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조선시대 용봉산의 명칭은 팔봉산(八峯山)이었고, 용봉사(龍鳳寺) 외 청송사(靑松寺)와 영봉사(靈奉寺), 수암사(秀岩寺)라는 절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여지도서(輿地圖書)’에는 용봉사와 수암만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조선 중후기를 기점으로 팔봉산 내에 존재했던 여러 절들이 폐사되고 용봉사와 수암만이 명맥을 유지하였던 것 같다. 현재는 이 수암의 위치를 알 수 없어서 기록에 남아있는 사찰 중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용봉사가 유일하다.

불교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14년에 충남지역 사지조사를 진행하면서 용봉산에서 10여 곳의 절터를 조사하였다. 그 중 진입부에 마애보살상이 조성되어 있으며, 사역 안에 장대석, 돌확, 석주 등의 치석된 석재들과 기와, 자기편 등 다양한 유물들이 지표에 노출되어 있는 ‘상하리사지1’을 우선 정비해야 할 절터로 선정하였다.

상하리사지1은 용봉산 동쪽 골짜기 일명 ‘빈절골’에 있다. 용봉산은 홍성의 중심지인 홍주성에서 북으로 4㎞가량 떨어진 곳에 있으며, 서쪽으로는 수덕사가 있는 덕숭산과 마주보고 있고 북쪽으로는 수암산의 줄기와 이어지고 있다. 용봉산 내에는 이 절터를 비롯한 많은 불적이 알려져 있다. 빈절골은 용봉산 정상을 기준으로 남동쪽에 형성되어 있는 골짜기이고, 절터는 골짜기 상류에 있다.

전체 사역의 입구에 해당하는 곳에는 마애보살입상이 1구 조성되어 있으며, 마애보살상 앞에는 2.5×2m 규모의 예불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 절터에는 다단의 석축대지들이 축조되어 있었고 오랫동안 보존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미 조릿대, 소나무 등으로 인해 유적이 상당히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절터 안의 소재문화재(석탑, 불상 등)는 자연피해로 인해 수목이 넘어지거나 가지가 부러지는 경우 직접적인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리고 마애불은 주변에 수목이 우거질 경우 그늘지고 습도가 높아져 지의류가 발생하는 등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특히, 암반에 생장하고 있는 수목은 암반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제거하는 것이 원칙이다. 상하리사지1의 마애불 주변도 조사 당시에는 잡목이 우거져 있어서 우선 주변 수목을 제거하고, 문화재청·산림청·홍성군의 협조를 얻어 시·발굴 조사를 준비하였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6월4일 매장문화재에 대한 시굴조사를 착수할 수 있었다.

상하리사지1 조사전 전경.

조사구역은 1구역과 2구역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1구역은 사역으로 진입하는 공간이라 생각되며, 마애불이 조성되어 있다. 마애불 서쪽에서는 건물지와 가마터 등이 발견되었고, 통일신라시대에서 고려시대에 이르는 중요 유물이 다량 출토되었다. 특히 통일신라기 암·수막새, 치미편, 납석제 사리호, 철정, 철부, 명문이 새겨진 토기저부편, 중판 선문계 기와편 등이 다량으로 출토되어 상하리사지1의 창건시기를 유추할 수 있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석축 하부에 통일신라기 유구가 존재할 가능성을 확인하였다. 그리고 고급스런 청자편, 청자 정병편 등 고려시대 유물들이 출토되어 고려시대에 매우 융성했음을 알 수 있었다. 2구역에서는 탑지, 건물지, 석축, 담장, 구들시설 등이 확인되었으며, 지대석과 안상이 새겨져 있는 면석 등 석탑 부재들도 출토되었다.

이 사지에서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사역 입구에 조성되어 있는 마애보살입상이다. 마애보살은 높이 4m, 너비 2.5m의 암반면에 새겨져 있으며, 불신의 전체 높이는 297㎝이다. 두부와 상반신은 5~10㎝의 두께로 양각되어 있고 하반신으로 갈수록 두께가 얕아지며 광배는 선각에 가깝게 표현되어 있다. 마애보살의 하부 암반면이 약 3㎝ 깊이로 파여져 있는데, 하부보다 상부를 도드라지게 새기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다듬은 것 같다. 머리에는 커다란 보관을 쓰고 있는데 꽃무늬와 고사리모양 무늬가 새겨져 있는 화형보관이다. 보관 중앙에 새겨져 있는 화불은 양 손이 옷자락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연화대좌위에 앉아 있는 여래좌상으로 추정된다.

상하리사지1 출토 청자정병.

마애보살상은 불상처럼 통견으로 대의를 입었고, 옷주름은 가슴 중앙에서부터 하반신에 이르기까지 ‘U’자형으로 흘러내리고 있다. 하반신에 착용한 군의는 양 다리에 각각 ‘U’자형의 주름을 형성하고 있다. 왼손은 가슴까지 들고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있는 듯 보이나 손가락이 서로 접지되지는 않았으며, 오른손은 아래로 내려 손등을 보인 채 엄지를 제외한 나머지 손가락을 살짝 구부리고 있는 모습이다. 발은 정면향으로 새겨져 있으며, 발가락 부분만 돋을새김 하였다.

광배는 두광과 신광이 모두 새겨져 있다. 두광은 직경 145㎝로, 두께 10㎝ 내외의 테두리가 있는 이중원광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에 화염문 등의 문양은 새겨져 있지 않다. 신광은 연판문에 가까운 형태로 단순한 윤곽선만 표현되어 있으며, 최대 너비 168㎝이다.

상하리사지1 탑지 근경.

이 상처럼 옷깃이 목둘레에서 형성되면서 하반신까지 ‘U’자형의 주름을 형성하는 대의를 입은 불상은 홍성 및 인근 지역에서도 다수 발견되는 것으로 보아, 이러한 양식의 불상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마애불은 이목구비의 표현, 보관의 양식적 특징, 장식성이 배제된 광배의 표현 등 9~10세기에 제작된 통일신라 불상양식의 범주 안에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제작 시기는 나말여초로 추정된다. 홍성 ‘상하리사지1’에서는 짧은 기간 실시한 시굴조사였음에도 통일신라시대에서 조선시대까지 이르는 다단의 석축과 탑지, 건물지, 가마터, 불명석렬, 집석유구, 담장 등 다양한 유구가 확인되었다. 특히 산지가람에서 마애불이 입구에 위치하는 사례는 동화사, 법주사, 삼천사지 외엔 쉽게 찾아 볼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산지가람 연구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아직 통일신라시대 유구를 확인하지 못했고, 1구역 내에서 유물만 다량으로 출토되고 있어 차후 정밀발굴조사를 통해 창건시기의 유구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와 더불어 주변지역에 대한 추가 시굴조사도 동시에 병행한다면 ‘상하리사지1’의 가람 배치를 비롯한 사찰 성격에 대한 명확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 noalin@daum.net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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