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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 속 개구리 전하는 소리 없는 가르침

  • 문화
  • 입력 2018.07.16 18:54
  • 수정 2018.07.17 11:01
  • 호수 1449
  • 댓글 0

화엄사박물관, 김양수 초대전
8월1~31일 ‘무진법문’ 주제로
절제된 수묵화에 짧은 메시지
내면의 고요함·새 희망 선사

바람, 새, 꽃 피는 소리, 나비의 날갯짓…. 들리고 보이는 모든 소리와 모양 그대로가 우리에게 설하는 무진법문(無盡法門)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인드라의 그물로 연결돼 서로 주고받으며 생명을 잉태시키고 키워낸다. 그리고 상호 경의와 공경을 통해 자비의 향기는 더욱 깊어진다.

휘영청 밝은 달빛을 배경으로 연못 속 개구리들이 화엄사 경내로 뛰어 들어왔다. 탑 위에 올라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며, 유유자적 헤엄치는 물고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삼매에 든 납자를 닮아있다. 작품에 곁들인 몇 줄의 짧은 시는 선승의 화두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달빛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2018년.
‘달빛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2018년.

구례 화엄사(주지 덕문 스님)가 8월1일부터 31일까지 성보박물관에서 일휴 김양수 화백 초대개인전 ‘개구리들의 무진법문’을 개최한다. 3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개구리다. 개구리는 물의 상상계를 대표하는 생명 가운데 하나로 신화나 도상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복을 가지고 집안으로 들어온다는 믿음으로 친밀감이 더하다. 개구리는 우리 민족과도 가까운 존재다. 고구려 동명성왕 설화에 등장하는 금와(金蛙)왕, 강감찬 장군과 개구리 설화 등 다양한 이야기 곳곳에서 개구리를 찾아볼 수 있다.

김화백은 개구리를 통해 우리 일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해 자아를 돌아보며 성찰하게 한다. 가볍게 쓰여진 색상은 화면에 생동감을 주고 서정성과 해학은 동심으로 돌아가 마음의 그늘을 덜어낸다. 그림은 시를 품고 있고, 시는 그림을 읽어준다. 화폭 가득 넉넉한 여백이 시를 읽고 그림을 어루만질 여유로 다가온다. 그림과 글은 간결하지만 결코 가볍지가 않다. 무겁게 가슴에 스미어 울림이 된다. 그 너른 공간을 천천히 걷다보면 어느덧 일상에도 쉼표가 들어선다.

화엄사성보박물관 홍성희 학예실장은 “선화가이자 시인인 김양수 화백의 수묵화는 생략과 절제된 필획으로 여백을 만들어 마음을 쉬게 하고, 그림 위 툭 던져진 짧은 시어로 잠든 감성을 일깨운다”며 “이번 전시는 열심히 살아온 스스로의 존귀함을 깨닫고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어디로 가야하나’, 2018년.
‘어디로 가야하나’, 2018년.

김양수 화백은 무더운 여름 푸른 수목이 우거진 천년고찰 화엄사에서 작품 속 개구리가 전하는 청량한 기운과 새로운 희망을 담뿍 담아가길 서원했다.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다. 이것이 생겨나므로 저것이 생겨나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고 했습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처럼 이 세상 모든 것은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생기소멸(生起消滅)합니다. 저와 작품,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도 모두 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바람은 가볍고 햇살은 부드러우며 나무는 푸르고 꽃은 붉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번 전시회를 열어가고자 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며 잠시나마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고 욕망으로 출렁거리지 않는 고요함을 가져보길 바랍니다.”

한편 김양수 화백은 선의 정신세계를 탐구하는 화가이자 시인이다. 국내는 물론 중국, 일본,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28차례에 걸친 초대전과 개인전을 가졌으며 동국대 예술대학과 성신여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시화집 ‘내속 뜰에도 상사화가 핀다’ ‘고요를 본다’ ‘함께 걸어요 그 꽃길’ ‘새벽별에게 꽃을 전하는 마음’을 출간하기도 했다. 현재 적염산방에서 생의 근원을 찾아가는 자연과 절제된 수묵의 여백을 선(禪)으로 풀어내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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