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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도량참법 김지은-상

기자명 법보

참전용사 시아버님 추모기도
지극한 시어머님이 불교 인연
신행에서 유독 ‘지장경’과 인연
자비도량참법, 두고두고 감사

61, 진여장

결혼과 함께 시어머님을 따라 부산 범어사를 찾은 시기가 대략 1985년 6월 즈음이다. 초여름 바람에 조금씩 뜨거워지던 시기, 마침 범어사에서는 백중기도를 100일 동안 진행하고 있었다. 시어머님은 불심이 무척 깊었다. 나는 그저 시어머님을 따라, 때로는 혼자서 도량을 찾아 기도하며 선망 부모의 극락왕생을 발원하게 된 것이 신행 생활의 시작이었다.

돌이켜 보면 원망과 다툼으로 덧없이 흘려보낸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불교 인연을 맺게 해주신 시어머님에 대한 감사함이 저절로 흘러나왔고, 시어머님을 떠올리는 지금은 한없이 뜨거운 눈물을 쏟게 되는, 인생의 소중한 스승이셨음을 고백한다.

20여년 전, 부산 범일동에서 해운대로 이사를 하면서 범어사까지 오르기란 쉽지 않았다. 이동시간이 상당히 소요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재적사찰을 옮기는 것도 마음이 내키지 않던 차, 뜻밖에도 해운대 신시가지에 범어사 해운대 포교당 반야원이 개원됐다.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신행활동을 이곳에서 이어가게 되었고 반야원 주지를 지낸 목종 스님이 해운대 로데오아울렛에 대광명사를 개원하면서 지금까지 대광명사를 재적사찰로 삼고 있다. 이런저런 소임을 거쳐 신도회 총무까지 맡게 되었으니 이 모든 길이 법으로 이어지도록 시어머님이 이끌어주신 덕분이리라.

생전에 시어머니는 먼저 돌아가신 시아버님에 대한 말씀을 좀처럼 하지 않으셨다. 그런데 시어머님 임종을 앞둔 얼마 전 친지를 통해 시아버님이 한국전쟁 참전용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돌아가신 이들을 위한 추모의 기도를 누구보다 지극하게 올리던 시어머님의 정성스러운 모습을 너무 늦게 이해하게 되었지만, 돌아가시기 얼마 전이라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건강하게 지내던 시어머님은 조용히 세연을 다하고 국립묘지에 시아버님과 함께 나란히 모셔 드린 지 어느덧 1년 가까이 되어 간다.

시어머님 영향일까. 첫 신행의 출발이 백중기도여서일까. 유독 ‘지장경’ 독송과 추모 법석과 인연이 많았다. 특히 지난 2013년 5월25일부터 5년 넘게 매주 토요일 저녁마다 이어온 천불천배 자비도량참법을 최근 49회로 회향한 일은 두고두고 감사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자비도량참법 10권 중 하루 2권씩 5회에 걸쳐 읽으며 절을 하는 이 기도는 자신이 알게 모르게 지은 업장에 대해 진실하게 참회하고 바르게 살고자 다짐하는 소중한 수행 기간이 되었다.

불교에서는 흔히 번뇌, 악업, 원한을 풀어내는 방편으로 자비도량참법을 권한다고 들었다. 자비도량참법은 미륵부처님 현몽에 의해 이름 붙여졌다. 참법은 중국 양나라 무제가 생전에 지은 죄업으로 인해 뱀으로 태어난 황후 치씨를 제도하기 위해 지공선사 등에게 부탁해 편찬한 최고의 참회의식집으로 불린다. 이래저래 “두려움과 혼란에서 벗어나 명료하고 시원한 반야의 지혜를 증득하는 것은 물론 극락 같은 삶과 평화로운 죽음, 환희로운 왕생을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도 있다.

때문에 자비도량참법을 닦은 사람은 업장을 없애고 복을 얻으며, 망령을 제도하면 괴로움에서 벗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또 참법은 독송을 하는 이나 듣는 이로 하여금 간절한 법문 속에 들도록 이끌어 자비를 증장, 모든 중생이 진정한 참회로 고해에서 해탈하도록 한단다.

참(懺)은 앞서 저지른 죄를 드러내고 진술하며 회(悔)는 지나간 일을 개선해 다가올 일을 닦는 수행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참법은 통렬한 자기반성으로 불보살의 덕을 찬탄하고, 그런 공덕을 중생과 더불어 나누며, 인생의 새로운 목표를 지향하는 새로운 자아상을 정립하는 과정이라는 말도 들었다.

생존경쟁이 치열한 사바세계에서 살다 보면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며느리 노릇, 부모 노릇, 자식 노릇 하느라 어쩔 수 없이 업장을 늘려나가는 것이 세간의 이치인 것 같다.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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