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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3학의 의의

교학·수행 모두 아울러 정진의 방향 명확히 제시

초기불교 수행체계의 핵심
4성제·8정도와 긴밀한 관계
3학에서 말하는 계정혜는
계율과 선정 통해 지혜 증장

초기불교의 연기사상에 입각한 다양한 교리와 수행체계는 계·정·혜의 3학(三學)에 포섭된다. ‘3학’이란 완전한 깨달음이나 열반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수행자가 반드시 익히고 닦아야하는 ‘3가지 학문이나 실천항목’을 의미한다.

팔리어로는 ‘트리식카(tisikkhā)’로, 산스크리트어로는 ‘트리시크샤(trisikṣā)’로 불린다. ‘3학’ 가운데 먼저 ①계(戒, śīla)는 ‘신(身)․구(口)․의(意)’의 3가지 행위(업)를 바르게 하고, 아울러 ‘탐욕․성냄․어리석음’의 3가지 부정적인 심리적 성향(3독심) 등을 그치거나 다스리는 윤리적인 덕목이나 계율 등을 의미한다. ②정(定, samāhi)은 선정을 닦는 것으로 마음의 산란함을 그쳐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수행을 말한다. ③혜(慧, prajñā)는 현상적인 진리를 있는 그대로 통찰할 수 있는 지혜를 닦는 것을 말한다.

초기경전에서는 ‘3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다. “비구들이여, 그대들은 청정한 계율을 지니고 선정을 닦고 지혜를 구하여라. ①청정한 계율을 지니는 사람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을 따르지 아니한다. ②선정을 닦는 사람은 마음이 산란하지 않게 된다. ③지혜를 구하는 사람은 애욕에 매이지 않으므로 하는 일에 걸림이 없다. 이처럼 계․정․혜가 있으면 덕이 크고 명예가 널리 퍼지리라. 또한 3가지 허물(3독심)을 떠나면 마침내 아라한이 될 것이다. 지금 이 몸으로 삼매를 얻고자 하면 부지런히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 이생이 다하도록 청정한 도에 들어가라. 마땅히 실행할 것을 행하면 죽은 뒤에 다시 윤회하는 세상에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초기경전에 따르면, 3학 가운데 ①계학은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3독심을 다스리고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잘못된 행위들을 바로잡아 수행적인 기반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②정학은 선정을 통해 산란한 마음을 평정하여 심신의 안정을 꾀하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③혜학은 심신이나 존재의 연기적 현상들을 있는 그대로 통찰하는 지혜를 증장시켜 업과 윤회의 원인이 되는 ‘탐욕․성냄․어리석음’이라는 3가지 부정적인 심리적 성향을 근본적으로 해결함으로써 아라한을 성취하도록 견인하는 실천항목으로 설명된다. 요컨대 수행자는 ①계학을 통해 자신의 행위를 청정하게 정화하고, ②정학과 ③혜학을 통해 근본적인 번뇌 등을 제거하여 완전한 깨달음과 해탈을 성취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3학은 교리와 수행체계를 모두 아우름과 동시에 수행자가 배우고 익혀야할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3학은 앞에서 설명했듯이 교리적으로 4성제와 8정도와도 매우 긴밀한 관계를 지닌다. 교리적으로 3학을 비롯한 4성제와 8정도는 불교공부의 출발점이자 귀결점으로 여겨진다. 불교를 진지하게 공부하거나 실천하는 사람의 경우, 특히 인생경험이 그다지 많지 않은 재가자의 경우 일상 속에서 영위하는 자신의 현실적인 생활과 간혹 불교적으로 배우거나 체험하는 수행적인 삶과의 괴리감이나 지적 혼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경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갭을 지혜롭게 녹여내지 못하여 자칫 자신의 일상적인 삶이나 사회적인 활동을 의미 없고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거나 심지어 가볍게 버릴 수 있는 소지도 있다.

이때 초기불교의 교리와 수행체계를 모두 아우르는 3학과 4성제, 그리고 8정도 등의 교리는 수행의 구체적인 방법과 지향점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초기불교의 3학과 4성제, 그리고 8정도는 심신이나 존재의 연기적 현상에 대한 지적 통찰이나 깨달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제시하고 있다. 결국 3학이나 4성제와 8정도 등이 제시하는 깨달음의 길은 욕망 등에 지배되는 습관적인 삶을 일상 속에서 늘 깨어있는 지혜로운 삶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지향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김재권 동국대 연구교수 marineco43@hanmail.net

[1448호 / 2018년 7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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