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사회복지재단 설립 이래 처음 발생한 법인사무처 횡령 사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조계종복지재단은 복지관과 어린이집, 노숙인시설 등 192개의 산하시설을 관리·운영할 뿐 아니라 상담소, 마이크로크레딧, 국제구호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부처님 가르침의 사회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거대한 몸집에 비해 컨트롤타워인 법인사무처는 30여명의 인력들로 운영돼 공룡에 비견돼 왔다. 이 같은 구조는 산하기관에 문제가 발생하면 발 빠른 대처가 가능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제한된 인력이 많은 시설을 나눠 담당하다 보니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발견할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번 횡령 사건 역시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주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조계종복지재단은 행정지원부, 국제기획부, 시설운영부, 나눔사업부 등 모두 4개의 영역으로 팀을 나눠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 가운데 행정지원과 시설운영 등은 정부나 지자체를 상대해야 하는만큼 업무처리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역이다. 그 때문에 한 번 부서를 배치 받고나면 이동이 제한적이다. 한 직원이 억대의 돈을 횡령했는데도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지 않은 것도 붙박이식 근무형태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편과 함께 인력 재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인력을 수시로 재배치하기 위한 인력풀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서울 관악구장애인종합복지관장 성화 스님은 현장과 법인의 순환시스템 도입을 강조했다. 스님은 “순환보직을 실시할 경우 전문인력 수급 및 법인과 시설의 유기적 관계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횡령 사건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관리책임자의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문성 및 대외협상력 약화는 부수적인 결과지만 조계종복지재단의 위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다. 산하 시설에 대한 지자체의 감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복지사업을 통해쌓아온 불교와 운영사찰에 대한 불신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외형 중심의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한목소릴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조계종복지재단 한 관계자는 “그동안 교계 안팎에서 내실을 다지고 내부를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지만 복지관 운영의 수가 성과의 주요지표로 고착화되면서 이 같은 주장은 번번이 외면당했다”며 “여기에 재단의 운영을 관할하는 책임자의 잦은 교체와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안배로 대상자가 결정되면서 실적 지상주의가 굳어졌다”고 지적했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교수는 “불교복지의 구현이 아닌 양적 성장에만 신경 쓰다 보니 내부의 성찰이 부족하게 됐고 이에 따른 다양한 문제가 양산된 것”이라며 “실적 위주의 운영이 아닌 전문가 양성에 집중하고 관리감독 인력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계 및 감사 전문가들은 거액의 공금을 횡령할 수 있도록 방치한 시스템과 감사 부실을 지적하며 ‘사이버감사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사이버감사시스템’은 은행으로부터 금융거래 내용을 받아 전자장부상 출납내역과 실제 계좌의 입출금 내용을 분석해 문제점을 찾아내는 장치다.
조계종복지재단의 피의자에 대한 사후처리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금액의 대소를 떠나 공금횡령과 유용은 엄연한 중대범죄”라며 “당사자에 대한 경고나 해고 수준에서 그칠 일이 아니라 관련자와 책임자도 엄중히 문책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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