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8년 만에 태어난 아이는 한쪽 귀가 없었다. 선천성 외이도 폐쇄와 소이증. 올해 태어난 둘째 아이 역시 언니와 같은 병이다. 양쪽 귓구멍이 모두 막힌 상태로 증상은 언니보다 더 심각하다.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민 니푸씨(46)는 자기 몸이 온전치 않은 것이 아이들 장애의 원인인 것만 같아 하루하루가 고통스럽다.
첫째 문타(3)는 니푸 부부에게 귀한 선물이었다. 공장에서 사고를 당한 후 요도질환을 앓게 된 니푸씨와 자궁근종 등 부인과 질환이 있는 아내는 이미 아이를 가질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은 터였다. 그렇기에 부부에게 문타는 탄생자체로 너무나 감사한 존재였다. 장애는 부부의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세상의 빛을 본 아이는 귀이상을 제외하고는 건강히 잘 자라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3살이 된 문타가 할 수 있는 말은 ‘엄마’ ‘아빠’ 뿐이다. 의사는 “잘 들리지 않기에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큰 상태 같다”고 말했다. 양쪽 귀가 막힌 상태로 태어난 둘째 아니타(1)는 문타보다 더 심각한 언어장애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두 아이 모두 나이가 너무 어려 수술이 어렵기 때문에 보청기 사용 같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보청기를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2000만원. 산재 보험료만이 수입의 전부인 니푸씨 가족에게는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지금 보청기를 하지 않으면 아이들의 언어장애는 점점 더 심해질 것이다. 부모로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력감이 니푸씨를 짓눌러 오고 있다.
“제 몸은 어떻게 돼도 상관없지만 아이들에게는 꼭 웃음소리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니푸씨는 2001년 아버지를 여의고 결연한 마음으로 한국에 왔다. 그는 병든 어머니를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입국하자마자 포천에 있는 작은 섬유 공장에 취직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섬유를 나르고 정리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열심히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는 한국이 참 좋았다.
그러나 3개월째 되던 어느날, 청운의 꿈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날 니푸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완성된 섬유를 2층 창고에 정리하고 있었다. 1층서 한가득 실려 온 원단을 내리던 중 엘리베이터가 갑작스레 추락했다. 한발로 바닥을 다른 발은 엘리베이터를 밟고 있다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원단이 쓰러지며 몸을 덮치고 엘리베이터와 벽사이에 허리가 끼여버린 큰 사고였다. 척추 1~5번이 손상됐다. 오른쪽 발목인대가 파열되고 왼쪽 다리는 감각이 사라졌다. 요도에도 문제가 생겨 현재까지도 한 달 반에 한 번씩 요도 절개술을 통해 고인 소변을 배출하고 있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삶을 포기할 순 없었다. 건강해져서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그를 절망에서 구해냈다. 몸이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열심히 치료받았다. 그러던 중 아내를 만났다. 중매로 만난 아내는 몸이 온전치 않았지만 밝고 긍정적인 니푸씨에게 금세 호감을 느꼈다. 방글라데시에서 치료가 어려웠기에 잠깐의 신혼 생활 후 니푸씨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다니는 일상이 계속됐다. 아내를 생각하며 건강해지려 노력했고 그 결실로 두 딸을 얻었다. 하지만 독한 약을 오래 복용한 탓에 결장염에 걸리고 최근에는 당뇨합병증까지 왔다. 그럼에도 두 딸의 미소를 보는 것만으로 니푸씨의 마음은 더없이 행복해진다.
“일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쇠약해지는 몸뚱이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몸이 건강해지길 그저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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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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