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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교사단 제주지역단 염불1팀 정인숙-상

기자명 정인숙

아까운 시간 쪼개 쓰고 지갑 열며 전법 수레 민다

제주 서귀포서 군포교 활동부터
강정마을 해관사에서 법회 도와
주말에 밀감 따고 비누 팔아가며
식비 등 운영 책임지는 외호대중

61, 여래심

살고 있는 곳은 제주시다. 한데 서귀포시 군포교 사찰2팀에 소속돼 2년 정도 전법의 수레를 함께 밀고 나갔다. 현재 염불1팀이지만 당시 기억이 또렷한 이유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애쓰고 있는 포교사들 때문이다.

정기 군법회가 열리는 더운 여름 날이었다. 1시간 가량 차를 달려 군법당으로 가야했다. 강정 해군기지 내 해관사를 담당했던 군2팀 포교사 시절이었다. 일찍 집을 나서 도착해보니 부지런한 포교사는 벌써 땀을 흘리며 국수를 삶는데 여념이 없었다. 법회 뒤 군장병들에게 내놓을 점심공양 준비가 한창인 것이다.

법당에서는 팀장과 포교사들이 법회를 주관하기 위해 집전과 순서를 체크하고, 부처님 생애를 올바르게 전달할 방법에 고심도 했다. 부처님 생애를 군장병들에게 설명하는 포교사의 눈은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20여명의 군장병 표정은 아리송했다. 부처님의 삶을 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열심히 들어보려는 태도가 기특했다. 소임에 충실하려는 포교사들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매월 첫째 일요일이면 되풀이 되는 장면이기도 했다. 보통 서귀포는 귤의 주산지라는 특성이 있어 직장을 다니는 포교사도 일요일에 날씨가 좋으면 하우스 귤 재배 또는 밀감 과수원으로 향한다. 밭일을 하러 가는 바쁜 농촌 생활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집안일도 잠시 뒤로 미루고, 한 사람이라도 더 부처님 가르침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때때로 집안일을 미루는 것은 크게 개의치 않지만 법회 때마다 군장병들에게 제공하는 식비와 간식비를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현실이 부담이긴 하다. 그래서 겨울이면 더 밭일에 매진하기도 한다. 서귀포에 밀감 수확 철이 다가오면 팀 전원이 며칠씩 농촌 일손을 거들고자 밭으로 뛰어든다. 1년 동안 군장병들의 출출한 배를 채울 식비와 간식비 마련을 위해서다. 밀감을 따러 가기도 하고 운반도 하며, 하루 일당벌이 일꾼도 서슴지 않는다. 떡국 떡 수익사업을 펼쳐 자금으로 쓰기도 한다. 자구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귀포불교대학 체육대회가 열리면 바빠진다. 대학 동문들이 모이는 큰 축제에 포교사들도 빠질 수 없다. 그리고 선인장으로 만든 비누를 내놓으면 동문들이 선뜻 동참해준다. 문득, 수고로움을 마다 않는 포교사들과 마음을 내준 동문들이 고맙다.

사실 해관사는 건립 초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립 과정서 상처 입은 지역민과 나라를 지켜야 할 군장병의 수행과 포교도량을 꿈꿨다. 그래서인지 제주 바다는 물론 한반도 남쪽을 지킬 군법당은 불교계 성원이 속속 답지하기도 했다. 불상 등은 군의 예산에 반영되지 못해 삼존불을 비롯해 닫집, 불단, 단청 등 불사를 마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원만히 낙성했다. 조계종 원로의원 도문 스님이 신중탱화와 지장탱화를, 영축총림 통도사 전 주지 원산 스님이 호국범종을, 제주 약천사 주지 성원 스님이 후불탱화를 시주했다. 조계종 23교구본사 관음사, 남해 보리암, 기장 해광사, 부산 금천선원에서 설판을 보시했으며 제주도사암연합회 회원스님들, 제주시·서귀포시 포교사단과 도내 불자 그리고 해군·해병대 불자들 십시일반 마련한 불사금 5억원으로 불사를 회향했다.

하지만 현실은 군법당이라 일반사찰과 달리 신도가 없고, 군장병들이 대부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특별히 군포교 기금을 지원해주는 곳이 없다. 하지만 법회가 끊어져선 안 될 일이다. 그래서 팀원들이 불법 홍포를 위해 스스로 솔선수범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돌이켜보면 의아하다.

jung1842@daum.net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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