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엄기원의 동시 병아리
37. 엄기원의 동시 병아리
  • 신현득
  • 승인 2018.07.24 11:08
  • 호수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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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통해 생명사랑 동심 담아

동물 관련 동화·동시 작품들
주 독자층은 모두 어린이들
병아리의 노란 색은 경계색
병아리 위한 엄마 닭의 지혜

동심은 동물과 친하다. 이를 동심의 ‘친동물성’이라 한다. 개·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에서부터 소·말·염소에 이르는 가축, 코끼리·하마 등 이국의 동물, 돌고래·물개 등 해양 동물에 이르기까지 동물 이야기로 된 책은 모두 어린이용이다. 동물애호정신을 담은 ‘검정말 이야기’는 영국의 여류 안나 스웰(1820~1878)이 쓴 검정말 뷰티의 일생 이야기다.

‘정굴북’은 영국인 러드야드 키플링(1865~1936)의 작품으로 늑대가 기른, 정글 소년 모구리가 동물의 힘을 모아 정글에서 정의를 실현해 가는 이야기다.

‘밤비’는 오스트리아의 작가 펠릭스 잘텐(1869~1945) 의 작품으로 숲에서 태어난 아기 사슴 밤비가 동물 사이에서 숲 생활을 배우고, 수난·작별·투쟁을 통해 슬기롭게 숲속 생활을 이어가는 이야기다.

이밖에 위다의 ‘프랑더즈의 개’ 기요의 ‘코끼리왕자 사마’ 시튼의 ‘동물기’ 파브르의 ‘곤충기’ 등 동물문학의 주독자층은 어린이들이다.

동시에서도 수많은 동물이 시의 캐릭터가 되고 있다. 어린이 독자들이 동물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로써 생명사랑이 동심에서 출발됨을 알게 된다. 동심은 동물 그 중에서도 아기동물을 더 좋아한다. 그러한 생명사랑을 병아리 소재의 명작 동시에서 찾아보자.

조그만 몸에
노오란 털옷을 입은 게
참 귀엽다.
병아리 엄마는
아기들 옷을
잘도 지어 입혔네.
파란 풀밭에 나가 놀 때
엄마 눈에 잘 띄라고
노란 옷을 지어 입혔나봐.
길에 나서도
옷이 촌스러울까봐.
그 귀여운 것들을
멀리서
꼬꼬꼬
달음질 시켜본다.

- 지은경 엮음 ‘2018 명시선’

병아리는 아기동물이다. 아기동물 병아리는 귀엽다. 울음소리, 생긴 모습, 걷는 모습이 모두 귀엽다. 동심은 이러한 재미있고 놀라운 것에 관심을 갖는다. 동시의 출발이 놀라움이요, 재미인 것이다. 이 시에 담긴 놀라움은 병아리의 털빛이 노란 색깔이라는 사실이다. 노란 색깔은 눈에 잘 띈다. 이러한 색깔을 경계색이라 한다. 요주의 색깔이라는 뜻이다.

병아리 엄마가 이러한 경계색을 어떻게 알아서 병아리마다 노랑옷을 입혔을까하는 것이 동심의 생각이요, 놀라움이다. 그리고 동심은 조그만 병아리 몸에 노란 털옷이 귀엽다는 생각이다. 이런 옷을 마련한 병아리 엄마의 옷 솜씨가 놀랍다는 생각을 같이 한다. ‘병아리들이 풀밭에 나가 놀 때 엄마 눈에 잘 띄게 하느라고 노랑옷을 입혔을 거야’라는 생각이다.

길에 나서도 옷이 촌스럽지 않게 예쁘게 하느라 솜씨를 다한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그러한 엄마가 노랑 병아리를 달음질시키고 있다. 멀리서 “꼬꼬꼬” 하고 엄마가 부르면, 병아리들이 “삐약삐약!” 엄마를 부르며 일제히 달려온다. 이것이 병아리 엄마의 병아리 훈련법이다. 병아리 엄마의 슬기가 놀랍다.

시의 작자 남천(南川) 엄기원(嚴基元, 1937~ )은 문단의 원로이며 동시 전공의 시인이다. 그의 동시문학은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골목길’에서 시작되며, ‘나뭇잎 하나’(1966) 등 많은 동시집을 냈다. 한국아동문학 연구소를 창립, 연구소 발행으로 계간 아동문학지 ‘아동문학세상’을 101호 째 발행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449호 / 2018년 7월 2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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